KB금융 회장 윤종규 사실상 연임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9월 15일 03시 00분


코멘트

지배구조위, 단독 후보로 추천
최종 확정땐 첫 연임 회장

노조, 공정성 문제 삼아 반대
노사갈등 극복-금융변화 대응 과제

윤종규 현 KB금융그룹 회장(62·사진)이 차기 KB금융 회장의 단독 후보로 추천돼 사실상 연임이 확정됐다. KB금융 노조는 선임 절차의 투명성과 공정성에 문제가 있다며 윤 회장의 연임을 강하게 반대하고 있다. 윤 회장은 노사 갈등의 골을 극복하고 신생 인터넷은행의 도전에 대응해야 하는 숙제를 안게 됐다.

KB금융 확대지배구조위원회는 14일 서울 명동 KB국민은행 본점에서 회의를 열고 윤 회장을 차기 회장 최종 후보로 선정했다. 윤 회장과 함께 김옥찬 KB금융 사장, 양종희 KB손해보험 사장이 공동 후보에 올랐지만 두 명 모두 후보 선정을 고사했다. 확대위는 26일 심층 평가 인터뷰를 거쳐 윤 회장의 연임을 최종 확정할 예정이다.

전남 나주 출신인 윤 회장은 광주상고를 졸업하고 외환은행에서 사회생활을 시작해 성균관대 경영학과를 야간으로 졸업했다. 공인회계사 자격증을 따고 25회 행정고시 필기시험에 합격했지만 대학 시절 학내시위를 주도한 전력 때문에 최종면접에서 떨어졌다. 이후 삼일회계법인 전무, 부대표 등을 역임했고 2002년 국민은행 본부장으로 KB와 인연을 맺었다.

회장 선출은 일단락됐지만 KB 노조 측의 반발은 당분간 수그러들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KB노조 관계자는 “며칠 전부터 장하성 대통령정책실장이 윤 회장을 좋게 본다는 소문이 들렸다. 예상했던 결과”라며 반발했다. 금융권에는 장 실장과 같은 고려대 교수로 인연이 깊은 어윤대 전 KB금융 회장이 자신의 재직 시절 지주 부사장을 역임한 윤 회장을 추천했을 것이라는 소문이 돌았다. 윤 회장 외에 후보 2명을 윤 회장 밑에 있는 계열사 사장으로 채운 것 자체가 연임을 위해 ‘기울어진 운동장’을 만든 것이라는 게 노조의 주장이다.

최영휘 KB금융 이사회 의장은 회의를 마친 뒤 “공정성에 대한 대내외 시비를 우려하는 의견이 있었지만 애초 정한 원칙에 따라 점수순으로 후보를 정하는 게 맞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외부 인사가 한 명도 포함되지 않은 것과 관련해선 “KB금융이 오랜 침체에서 벗어나 막 비상하는 단계라 안정성 면에서 내부 후보가 높은 평가를 받았다”고 설명했다.

윤 회장은 2008년 KB금융지주 출범 이후 첫 연임 회장으로 이름을 올리게 됐다. KB금융은 최고경영진 인사가 있을 때마다 정치권이나 금융당국의 힘이 작용하며 혼란을 빚고 전임 회장들이 잇따라 불명예 퇴진한 만큼, 악연의 고리를 끊어야 하는 숙제를 안게 됐다.

황영기 전 회장은 우리금융그룹에 재직할 때 1조 원대 파생상품 투자 손실을 낸 이유로 중징계를 받고 초대 회장직에서 물러났다. 후임이었던 어윤대 전 회장 역시 회사의 미공개 정보를 유출했다는 이유로 징계를 받았다. 2014년 임영록 전 회장은 이건호 전 KB국민은행장과 전산시스템 교체 문제를 놓고 극단적 갈등을 벌인 끝에 둘 다 중징계를 받고 물러났다.

송충현 기자 balgun@donga.com
#kb금융#윤종규#연임#노조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