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美, 북핵 돈줄 묶을 ‘세컨더리 보이콧’ 압박해야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9월 15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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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티븐 므누신 미국 재무장관은 13일(현지 시간) “중국이 대북 제재를 따르지 않을 경우 미국의 달러 시스템 접근을 막을 것”이라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원한다면 행정명령(세컨더리 보이콧·제3자 제재)이 발동될 수 있도록 이미 준비해놨다”고 했다. 국무부 대변인도 전날 “미국은 김정은 정권의 돈줄을 죄기 위해 더 행동할 수 있다”고 밝혔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새 대북 제재 결의가 원유 전면 차단에 실패하면서 미국이 독자 금융 제재 쪽으로 방향을 돌리는 모습이다.

같은 날 미 하원 금융위원회에서도 중국 금융기관 1위 공상은행을 비롯해 대형 은행 12개를 정조준해야 한다며 2005년 마카오 방코델타아시아(BDA)식 제재가 논의됐다. 북한은 당시 제재로 2500만 달러의 통치자금이 묶여 김계관 외무성 부상이 “피가 얼어붙는 느낌”이라고 했을 정도로 고통을 받아 협상 테이블로 나왔다.

김정은의 돈줄을 묶는 금융 제재는 북에 아킬레스건이 될 수 있다. 미국은 이미 중국의 100여 개 금융기관과 기업을 대상으로 한 대북 불법 거래 조사를 마무리하는 중이라고 한다. 실제 제재가 이뤄지면 미중 무역 금융 전쟁이 벌어져 BDA 때와는 차원이 다를 것이다. 그동안 미국이 세컨더리 보이콧 카드를 쉽게 꺼내지 못한 것도 그 때문이다. 그럼에도 의회와 행정부가 한목소리를 낸 것은 그만큼 대북 제재에 강력한 의지를 드러낸 것이다.

그러나 북은 13일에도 “제재는 썩은 그물보다 못하다”며 “믿을 것은 핵무력뿐”이라고 주장했다.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 도발 움직임이 우리 군 당국에 의해 포착됐으며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발사관 2, 3기를 갖춘 신형 잠수함 완성도 임박했다는 소식이다.

가공할 북핵과 미사일에 맞설 뾰족한 대안이 없는데 문재인 대통령은 어제 미 CNN방송 인터뷰에서 “한국이 자체 핵무기를 개발하거나 전술핵무기를 재배치하는 것에 찬성하지 않는다”며 이 문제에 대해 처음 언급했다. 문 대통령은 “자체 핵무장은 동북아시아 핵무장 레이스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지만 북은 물론 중국 러시아도 핵이 있고 일본도 맘만 먹으면 당장 만들 수 있는데 우리만 이렇게 말하는 것은 공허하다. 전술핵이 아니라면 당장 국가와 국민을 지킬 방법이 무엇인지 군통수권자는 말해야 한다. 추후 협상카드로도 쓸 수 있는데 처음부터 안 된다고 선을 그어 너무 쉽게 포기한 것은 아닌가.

통일부는 어제 국제기구를 통해 800만 달러 규모의 북한 영·유아와 임산부 관련 인도 지원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북한에서 임산부와 어린이가 사망하는 주된 이유가 영양실조라 인도적 지원에 대한 필요성은 인정하지만 안보리 결의가 나온 지 만 이틀밖에 지나지 않은 시점에서 국제사회에 엇박자 신호를 줄 수 있다. 다음 주 열릴 유엔 총회에 참석하는 문 대통령은 미국 일본과 대북 압박의 보조를 맞춰야 한다. 뉴욕에서 열릴 한미일 정상회담에서 단단한 공조체제를 구축해 북을 압박하는 것이야말로 북핵 문제에서 우리의 발언권을 키우는 길이다.
#북핵 돈줄#세컨더리 보이콧#중국 대북제재#김정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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