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과 놀자!/눈이 커지는 수학]스몰과 라지… 어떤 크기의 피자가 더 합리적일까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9월 1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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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가가 치솟으면서 수학적으로 판단해야 현명한 소비를 할 수 있게 됐다. 시장에 나온한 주부가 채소 구입을 마치고 값을 치르고 있다. 동아일보DB
물가가 치솟으면서 수학적으로 판단해야 현명한 소비를 할 수 있게 됐다. 시장에 나온한 주부가 채소 구입을 마치고 값을 치르고 있다. 동아일보DB
상훈은 추석을 한 달 앞두고 소비자물가가 뛰어 추석 장보기가 겁난다는 뉴스를 봤습니다. 폭염과 폭우로 인해 농축수산물의 가격이 5년 새 최고에 이르렀다는 소식이었습니다. 엄마를 따라 마트에 가서 채소를 사려다 그냥 돌아서는 엄마를 보았습니다.

엄마: 상추가 금추라더니 채소 값이 많이 올랐구나.
상훈: 그렇게나 올랐어요?
엄마: 그래 통계청에 따르면 8월 소비자물가는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2.6% 올랐다 하더구나. 채소 값만 문제가 아니라 공산품도 오른 듯해.
상훈: 맞아요. 여름이 지나가니까 아이스크림 할인율도 낮아진 것 같아요.
엄마: 이럴 때일수록 수학의 눈으로 잘 따져보고 소비하는 습관이 필요한 것 같구나.
상훈: 수학의 눈요?
 
 

 
○ 매점에선 뭘 고르지?
학교 매점이나 편의점에 가면 과자 빵 음료수 아이스크림 등 맛있는 간식거리가 많습니다. 한창 식욕이 왕성한 성장기라 전부 먹고 싶겠지만 한 가지만 선택해 소비할 수밖에 없습니다. 용돈이 한정돼 있기 때문이죠. 과자를 선택하는 순간 다른 간식들은 포기해야 하므로 각 간식을 통해 얻는 만족과 비용을 고려해 무엇을 선택할지 판단해야 합니다. 이렇게 누구나 소비를 통해 자신의 욕구를 충족하고 만족이 극대화된 삶을 누리기를 원하지만 실제 소득은 한정되어 있기 때문에 선택의 문제에 직면하게 됩니다. 선택의 문제를 합리적으로 해결하려면 선택에 따른 비용과 만족을 비교해야 하겠죠. 만약 지출하는 비용이 같다면 만족이 클수록 합리적이고, 같은 만족을 얻을 수 있다면 비용이 적게 들어갈수록 합리적이라 할 수 있습니다.

같은 비용일 때: 만족이 더 큰 것
같은 만족일 때: 비용이 더 작은 것


즉, 합리적 소비란 자신이 갖고 있는 소득의 범위 내에서 가장 큰 만족을 얻도록 지출하는 것인데요. 합리적 소비를 위해서는 체계적이고 단계적인 의사 결정 절차를 밟아야 합니다. 우선 소비와 관련된 경제 문제를 인식한 후 몇 가지 대안을 설정해야 하지요. 그리고 자료 및 정보를 수집하여 평가한 후에 가장 합리적인 대안을 선택해야 합니다.

합리적 소비를 위해 고려할 것은 여러 가지일 수 있지만 학생에겐 지출하려는 돈의 범위를 알고, 구매하려는 상품 정보를 수집해 유용한 정보인지 판단하는 능력이 필요합니다.

○ 수학이 알려주는 합리적 소비 방법
지난해 한 외국 동영상 사이트에 ‘피자를 꼭 라지 사이즈로 주문해야 하는 이유’를 수학적으로 설명한 영상이 올라와 화제가 된 적이 있습니다. 영상 제작자는 일반적인 ‘스몰’ 사이즈 피자와 ‘라지’ 사이즈 피자의 지름이 각각 20cm, 40cm라고 할 때 라지 피자가 스몰 피자의 두 배니까 전체 면적도 2배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원의 넓이를 구하는 방법으로 구해보면 라지 사이즈의 넓이가 스몰 사이즈보다 4배나 크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라지 피자가 스몰 피자보다 4배나 양이 많은 것이지요. 그런데 가격은 4배가 되지는 않기 때문에 라지 사이즈를 주문하는 게 이익이라는 논리입니다.

실제로 우리에게 잘 알려진 브랜드 피자의 크기는 R사이즈가 지름이 28cm이고, L사이즈가 35cm 정도 됩니다. 피자의 종류에 따라 다르겠지만 클래식 피자의 한 판 가격은 각각 1만8000원, 2만3000원입니다.

원의 넓이를 생각해 크기에 따른 가격을 어떻게 비교할 수 있을까요? 이때 계산해볼 수 있는 좋은 방법은 가격을 전체 넓이로 나누어 보는 것이지요. 이를 단위넓이당 가격이라고 합니다.

R사이즈 단위넓이당 가격:
18,000÷(14×14×3.14)=29.25원
L사이즈 단위넓이당 가격:
23,000÷(17.5×17.5×3.14)=23.92원


확실하게 L사이즈 가격이 더 저렴한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물론 만족감이라는 것이 피자의 양에만 있는 것이 아니기에 다른 요소들도 고려할 필요가 있겠지만 품질이 동일하고 필요한 크기가 비슷하다면 비용이 더 적게 드는 것을 선택하는 것이 합리적인 것은 분명합니다.

동일 제품의 비용을 절감하는 데에는 할인 쿠폰이나 관련 포인트를 꼼꼼히 이용하는 것도 좋습니다. 그러나 종종 대형 할인마트에 비치된 할인 쿠폰은 소비를 유도하는 마케팅 수단 중 하나라는 점을 알아야 합니다. 자세히 보면 제품의 용량이나 구입 개수의 단서 조건을 두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죠. 쿠폰의 할인 금액만 보고 구매하기보다는 위의 피자의 경우와 같이 단위당 가격을 꼼꼼히 비교해보고 사는 것이 최우선일 수 있습니다.

한국에는 1999년부터 단위가격표시제가 도입되어 의무대상으로 지정된 품목은 반드시 단위가격표시제에 따라 제품의 라벨 등에 표시해야 합니다. 처음 도입 당시 단위가격 의무표시 대상 품목이 15종이었던 것이 2000년 21종, 2004년 33종, 2009년 농수산물 수산물 축산물을 포함한 83종 등으로 확대됐습니다. 마트의 가격 표시 스티커를 자세히 보면 판매가격 하단에 상품의 가격을 L, mL, g 같은 일정 단위로 구분해 표시한 걸 볼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총중량이 300g인 과자 한 봉지를 1500원에 판매한다고 할 때 ‘100g당 500원’ 같은 단위가격을 라벨이나 포장지에 표시하는 것이죠. 가끔 할인행사로 몇 개를 묶어 팔거나 비슷해 보이는 품목도 단위당 가격을 통해 제품의 가격을 쉽게 비교할 수 있습니다.

물가가 많이 올랐다고 합니다. 오늘 매점에서 혹은 편의점에서 내가 사는 간식의 단위당 가격을 한번 살펴보거나 계산해보면 어떨까요. 이것이 합리적 소비를 생각하며 수학의 눈으로 보는 첫 단계가 아닐까 싶습니다.
 
박지현 반포고 교사
#합리적 소비#합리적 소비 방법#단위가격표시제#물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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