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생각은/박일우]수학, 필수 아닌 선택 과목으로 하자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8월 2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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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일우 서울교육대 과학교육과 교수
박일우 서울교육대 과학교육과 교수
교육부가 10일 2021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개편 시안을 발표했다. 주요 내용은 일부 과목만 절대평가로 하는 것과 모든 과목을 절대평가로 하는 것 중에서 어떤 것이 더 좋은가 하는 것이다.

필자는 종종 지인들에게 “고교 때 배운 과목 중 현재 가장 도움이 안 되는 과목이 뭐지?”라고 묻는다. 수학이라는 답이 가장 많다. 인문계 학과를 다녔던 지인들로부터는 학교 때 수학 때문에 죽도록 고생했다는 말을 들을 때마다 이들에게 수학은 무엇이었나를 다시 한 번 생각해 본다.

수학은 이공계 학과에서 가장 필요한 기초 과목이다. 그러나 모든 학과에서 필요한 선수과목은 아니다. 단지 명문 대학을 들어가기 위해서 억지로 수학을 공부해야 한다면 이것은 수학을 공부해야 하는 이유로는 너무 빈약하다. 요즘 교육계에서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적합한 인재를 육성해야 한다며 떠들썩한 분위기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인공지능과 빅데이터 같은 영역을 이해하는 데 고등학교 때 배운 수학적 논리력이 도움이 될 것은 확실하다. 그러나 현재 수학 교육과정에 있는 미적분처럼 수학 문제풀이로 4차 산업혁명 시대에 필요한 논리적 사고력이 향상된다고 보기는 힘들다. 게다가 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수학만이 아니라 외국어, 과학, 인문학, 사회학 등도 필요하다.

통계청 조사에 따르면 2015년 수학 과목의 사교육비로 지출한 비용이 한 해 5조6000억 원이라고 한다. 한 과목의 사교육비를 이렇게 많이 지출하는 것은 국가적으로도 진지하게 생각해 볼 문제다. 이 정도 예산의 일부가 각 가정에서 행복지수를 높이는 데 쓰인다면 국가적으로도 행복지수가 매우 높아질 것이다.

수학이 중요하지 않다는 말은 절대 아니다. 수학이 모든 학생에게 필수적인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수학을 모든 학생이 수능에서 풀어야 할 절대적인 과목이 아니라, 자신의 진로에 필요한 학생들이 상대적으로 선택할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다.

2021년에 수능에서 어떤 과목을 절대평가로 할지, 상대평가로 할지만 중요한 것이 아니다. 국가는 4차 산업혁명 시대의 주역이 될 현재 학생들이 행복하게 살 수 있도록 도와줄 의무가 있다.

박일우 서울교육대 과학교육과 교수
#교육부#2021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개편#수학#4차 산업혁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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