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피규어가 24만8000원이라고?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8월 1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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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돌 ‘워너원’ 고가 마케팅 눈총… 낱개 판매는 안해 10대들 발동동
롯데마트 “기획사 요청價 깎은것”

“티셔츠, 응원봉, 열쇠고리, 피규어까지. 애들을 상대로 해도 해도 너무하네요.”

중학교 2학년과 초등학교 5학년 두 딸을 둔 김태형 씨는 ‘오빠들 굿즈(goods)’를 사달라는 딸들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굿즈는 가수나 운동선수 등 유명인을 소재로 한 각종 기념품을 말한다.

최근 굿즈 시장에서는 프로젝트 아이돌 그룹 ‘워너원(Wanna One)’의 인기가 독보적이다. 워너원은 6월 케이블채널 엠넷의 ‘프로듀스101 시즌2’를 통해 배출된 아이돌 그룹이다. 이들을 향한 십대들의 ‘팬덤’은 가히 폭발적이다. 그런데 대형 유통사들까지 이를 노린 고가(高價) 마케팅에 앞장서면서 논란이 되고 있다.

롯데마트가 운영하는 완구 전문매장 토이저러스는 ‘워너원 11인 피규어(모형 장난감) 세트’를 8일부터 사전예약 판매하고 있다. 멤버 전원의 모습을 딴 4인치(10cm)짜리 피규어 11개가 한 세트다. 결제는 지금 하고, 상품은 10월에 받아보는 방식이다.

피규어 세트 가격은 24만8000원. 2200세트만 한정으로 판매해 총 5억4560만 원어치다. 피규어 사진이 공개된 후 품질에 비해 가격이 너무 비싼 것 아니냐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롯데마트 관계자는 “워너원 기획을 맡은 CJ E&M 측과 가격을 조율했다. 처음에는 더 높은 가격이 책정됐다가 그나마 낮춘 것”이라고 밝혔다.

낱개 판매 없이 11개를 세트로만 팔다 보니 10대 팬들로서는 부담이 만만찮다. 중학교 1학년 배모 양은 “일단 주변 친구들과 돈을 모아 산 다음 원하는 멤버의 피규어를 나눠 가져야 할 것 같다”고 했다.

아이돌 굿즈 국내 시장 규모는 이미 1000억 원이 넘는다. 유통업체들은 아이돌의 얼굴을 앞세워 포장한 PB(자체 브랜드) 제품을 팔아 단기간에 매출이 몇 배씩 뛰는 ‘반짝 효과’를 누리기도 한다. 성수현 서울YMCA 간사는 “대형 유통사까지 청소년의 소비 행태를 이용해 ‘바가지’에 가까운 고가 굿즈를 팔겠다는 것은 사회적 책임 차원에서 아쉽다”고 비판했다.

정민지 기자 jmj@donga.com
#피규어#워너원#wanna one#가격#롯데마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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