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LO 핵심협약 비준”… 전교조 합법화 수순?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7월 2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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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 노조해산 금지’ 등 비준 밝혀… 교원-공무원노조법 개정 불가피
정부 “노동규제 국제기준 맞추는것”

문재인 정부가 100대 국정과제를 발표하면서 국제노동기구(ILO) 핵심 협약을 비준하겠다고 밝혔다. 한국이 비준하지 않은 협약에는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과 전국공무원노동조합(전공노)을 합법화할 수 있는 근거가 담겨 있다. 이에 따라 정부가 ILO 협약 비준을 통해 두 노조의 합법화를 공식화하려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국정기획자문위원회는 ILO의 핵심 협약 가운데 근로자의 ‘결사의 자유’를 보장하고 있는 87호와 98호, 강제근로를 금지하고 있는 29호와 105호 등 4개 협약을 비준하겠다고 19일 밝혔다. 1991년 12월 ILO에 가입한 한국은 그동안 189개 협약 중 27개만 비준했고, 8개 핵심 협약 가운데 이 4개 협약을 비준하지 않았다. 87호는 정부가 노조 활동을 막거나 해산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고, 98호는 공공부문 근로자의 단체교섭권을 보장토록 하고 있다. 해직자의 노조 가입 금지 조항을 담고 있는 교원노조법과 공무원노조법이 두 협약과 충돌하기 때문에 두 법을 개정하지 않는 한 협약을 비준할 수 없었다.

전공노는 이명박 정부 때인 2010년 노조 설립 신고서가 반려되면서 법외노조가 됐고, 전교조는 박근혜 정부가 2013년 법외노조 통보를 직접 내렸다. 두 노조 모두 가입이 금지된 해직자를 조합원으로 두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자 노동계는 정부를 상대로 ILO 핵심 협약 비준을 줄기차게 요구해 왔다. 협약을 비준하려면 해직자 가입을 금지한 교원노조법과 공무원노조법을 개정해야 하고, 두 노조를 합법화하는 길이 열리기 때문이다. 전교조가 제기한 법외노조 통보 취소 소송은 지난해 4월 1일 대법원 2부에 배당된 이후 아직까지 판결이 나지 않고 있다.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전교조와 전공노 합법화를 위해 ILO 협약 비준을 추진하는 것이 아니다”라며 “노동 관련 규제를 국제 노동 기준에 맞게 정비할 때가 됐다는 것을 총론적으로 밝힌 것”이라고 말했다.

유성열 기자 ryu@donga.com
#ilo#문재인 정부#비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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