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크롱에 반기 든 佛합참의장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7월 1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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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맹목적으로 따라야 할 사람은 없다” 국방예산 삭감조치에 반발… 페북에 글
마크롱 “반대하면 그만둬야” 경질 시사

프랑스 합참의장이 군 통수권자인 대통령에게 항명하는 사태가 발생했다.

피에르 드빌리에 합참의장은 14일 대혁명 기념일을 맞아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과 나란히 샹젤리제에서 군사 퍼레이드를 한 뒤 페이스북에 “모든 사람은 단점이 있기 때문에 맹목적으로 따라야 할 자격을 가진 사람은 없다”고 적었다. 이름을 적시하지는 않았지만 대통령의 말을 맹목적으로 따르지 않겠다는 항명으로 비쳤다.

프랑스 정부는 올해 재정적자가 유럽연합(EU) 권고 상한선인 국내총생산(GDP)의 3%를 초과할 것으로 예상되자 긴축 재정을 진행 중이다. 이 과정에서 국방예산 8억5000만 유로(약 1조1000억 원)의 삭감을 검토하자 군 수뇌부의 불만이 커졌다. 드빌리에 의장은 12일 하원 국방위원회에 출석해 “나를 엿 먹이도록 놔두지 않을 것”이라며 국방부 예산 삭감 조치에 강하게 반발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자 마크롱 대통령은 13일 군 수뇌부와 만나 “나는 당신들의 상관이다. 어떤 압력도 조언도 필요하지 않다”고 경고했다. 이어 일요일에 보도된 주간지 인터뷰에서는 “만약에 누군가가 군 통수권자인 대통령에게 반대한다면 그는 그만둬야 한다”며 드빌리에 의장 경질을 시사하기도 했다.

프랑스 군인은 기본적으로 ‘훌륭한 침묵’ 정신에 따라 정치에 개입하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지킨다. 드빌리에 의장이 항명하는 듯한 모습을 보인 것은 부적절하다는 의견도 있지만 마크롱 대통령이 군을 홀대한다는 의견도 만만찮다. 아프리카 말리 프랑스군 기지를 방문하고 핵미사일을 장착한 잠수함에 탑승하는 등 군을 중시하는 듯한 행보가 사실은 립서비스였다는 것이다.

파리=동정민 특파원 ditto@donga.com
#프랑스#마크롱#합참의장#대통령#국방예산#경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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