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곳곳 방치된 쇼핑몰… 이곳에 도시재생 활력을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7월 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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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구도심 활성화 요구 목소리 커져


3일 오후 서울지하철 2호선 이대역 2번 출구 인근. 대형 쇼핑몰인 ‘예스에이피엠’의 출입문은 굳게 잠겨 있었다. 건물 외벽의 전등을 덮고 있던 천막은 대부분 찢어진 채 너덜거렸다. 유리창에 하얀 커튼이 쳐져 있어 내부는 보이지 않았다. 지하 6층∼지상 13층에 이르는 이 건물에 영업 중인 상가는 지하 볼링장을 포함해 단 4곳. 이화여대 4학년에 재학 중인 이모 씨(29)는 “버려진 건물 같아 학교를 다니는 동안 한 번도 가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동아일보가 예스에이피엠 같은 서울 도심에 위치한 주요 분양형 쇼핑몰 12곳의 운영 실태를 조사한 결과 대부분이 텅 빈 상태로 길게는 10년 가까이 방치되고 있었다. 문재인 정부가 내건 도시재생 활성화를 위해선 이런 쇼핑몰들을 재활용하는 방안을 함께 고민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 빈 건물로 10년 가까이 방치

서울 영등포구 영등포동3가의 ‘점프밀라노’와 인접한 ‘에쉐르아이 시네마’는 각각 10여 년 전 들어선 대형 쇼핑몰이다. 인근 공인중개업소에 따르면 건물 각각에 들어선 1000개가 넘는 상가 중 약 90%가 비어 있다. 도로 맞은편에 있는 지상 10층짜리 ‘지뗌’도 1∼5층에 들어선 상가 대부분이 공실로 남아 있었다. H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는 “보기 흉할 뿐만 아니라 주변 상가의 장사까지 방해하는 애물단지”라고 귀띔했다.

이들 분양형 쇼핑몰은 1990년대 후반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 유행처럼 서울에 들어섰다. 건물 내 공간을 3.8m² 단위로 쪼개 개별 소유주에게 분양한 뒤 분양대금으로 건물을 올리는 식으로 지어졌다.

하지만 2000년대 후반 들어 급격히 쇠퇴했다. 짧은 기간 공급이 많았던 데다 오프라인 쇼핑보다는 온라인 쇼핑의 비중이 높아진 게 직격탄이 됐다. 또 초대형 복합 쇼핑몰의 등장도 영향을 미쳤다. 이상혁 상가정보연구원 연구원은 “분양형 쇼핑몰은 대개 개별 상가 면적이 작고 품목이 제한돼 경쟁력이 떨어졌다”고 말했다.

분양형 쇼핑몰의 ‘메카’인 동대문과 명동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중구 을지로6가에 있는 ‘굿모닝시티’는 상가 4586개 중 60%가량이 비어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상인은 “관리비 부담이 커 복도 형광등도 제대로 못 켜고 있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동대문 밀리오레’ 건물은 상가 수익률이 떨어지자 최근 19, 20층을 분양형 호텔로 바꿨다. 하지만 아래층 상가를 찾는 사람은 거의 없다.

○ 도시재생 차원에서 활용 방안 고민해야

쇼핑몰 활성화의 가장 큰 걸림돌은 상가 소유자들 간 복잡한 이해관계다. 현행법상 건물을 매각하려면 소유권자 100% 동의가 필요하다. 하지만 많게는 1000명이 넘는 사람들의 의견을 하나로 모으기가 쉽지 않다. 이대역 예스에이피엠의 경우 일부 주인은 건물을 매각하려 하지만 한쪽에서는 “재임대해 상가를 활성화하겠다”며 팽팽히 맞서는 상황이 수년째 이어지고 있다.

일부 지방자치단체가 문제 해결에 나섰지만 이렇다 할 진전을 보지 못하고 있다. 경기 안산시는 10년간 버려진 채 방치된 단원구 고잔동 ‘네스앙스’ 쇼핑몰을 매입해 재임대하려 했지만 시의회의 반대에 부딪혀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서울 서대문구도 2014년부터 전담 부서를 만들었지만 뚜렷한 성과는 없다.

권강수 한국창업부동산연구원 이사는 “분양형 쇼핑몰 대부분이 도심에 있어 방치될 경우 주변 상권과 주거환경에까지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구도심 재생을 위해서는 이들을 활용하려는 노력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서정렬 영산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정부가 나서서 쇼핑몰을 활성화할 콘텐츠를 개발하고 필요할 경우 재정적 지원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김성순 쿠시먼앤드웨이크필드 코리아 전무는 “이해관계가 복잡한 곳을 성공적으로 살리려면 일본의 롯폰기힐스나 긴자6같이 민관이 협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강성휘 기자 yolo@donga.com / 서민호 인턴기자 한양대 경영학부 4학년
#쇼핑몰#도시재생#도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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