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文대통령 “韓美는 혈맹”… ‘잉크 쏟아진’ 사드로 얼룩져서야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6월 30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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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은 어제 방미 첫 일정으로 장진호 전투 기념비를 찾아 “장진호 용사들이 없었다면, 흥남철수작전의 성공이 없었다면 제 삶은 시작되지 못했을 것이고 오늘의 저도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6·25전쟁 참전 미군의 희생 덕분에 월남이 가능했던 피란민의 아들로서 ‘피로 맺어진 한미동맹’에 보낸 헌사였다. 문 대통령의 동맹외교 첫걸음은 이에 대한 미 해병대사령관의 “같이 갑시다!” 화답으로 시작됐다.

문 대통령은 오늘 백악관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만찬과 정상회담을 갖고 한국이 주도하는 대북정책 방안과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문제 등 민감한 현안에 대해 대화를 나눈다. 트럼프 대통령이 요구해온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에 대해서는 문 대통령이 건설적인 논의를 하자는 선에서 동의할 것으로 보인다. 방미에 동행한 경제인단 52개 기업은 향후 5년 동안 미국에 40조 원가량의 투자를 하겠다는 선물보따리를 안겨주면서 미국 측의 요구 수위를 누그러뜨리기 위한 선제적 대응을 취하기도 했다.

무엇보다 주목되는 것은 대북 대화의 문턱을 ‘북핵 동결’로 낮추자는 문 대통령의 제안에 대해 대북 압박을 강조해온 트럼프 대통령의 반응이다. 미국행 비행기에서 문 대통령은 북한의 핵동결 약속 및 도발 중단을 대화의 입구로, 북한의 완전한 핵폐기를 대화의 출구로 삼되 ‘행동 대 행동’ 원칙에 따라 북핵 폐기를 검증하는 2단계 비핵화 해법을 소개했다. 문 대통령은 “북한의 핵동결과 한미 군사훈련은 연계될 수 없다는 게 지금까지 한미의 공식적인 입장”이라며 미국의 공감을 끌어내기 위한 노력을 보였으나 그러면서도 “여러 가지 아이디어를 자유롭게 말하고 이번 정상회담을 기점으로 (우리의) 북핵 문제 해결 방안에 대해 합의를 해낼 수 있다면 긴밀한 협의에 들어갈 것”이라고 자락을 깔았다. 한미 정상회담마다 의례적으로 나오던 ‘찰떡 공조’가 쉽지 않음을 시사한 셈이다.

더 큰 문제는 사드 배치 여부다. 일단 상호 이해의 토대 위에서 건설적 논의를 계속하자는 선에서 이견을 봉합할 가능성이 높다. 백악관 관계자는 사드와 관련해 “엄청난 잉크가 쏟아졌다(많은 글들이 써졌다는 뜻)”며 주요 의제가 되진 않을 것이라고 했다. 이미 수많은 논의가 있었지만 여전히 이견이 있음을 내비친 것이다.

국제관계에서 동맹은 무엇과도 견줄 수 없는 최상위 관계다. 하지만 공동의 이익이 없다면, 상호 갈등을 조율해내지 못한다면 하루아침에 종잇조각이 될 수 있다. 60년 넘게 이어온 한미동맹도 이제 피로도가 쌓여가고 있다는 진단이 적지 않다. 두 정상은 첫 만남에서 피로 맺은 한미동맹이 공통의 이해관계를 뛰어넘는 역사와 연대감에 기초하고 있음을 인식하고 이를 토대로 새로운 동맹의 역사를 쓰기 바란다.
#북핵 동결#사드 배치#흥남철수작전#대북정책 방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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