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2차 협력사에도 전액 현금결제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5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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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계, 새정부 경제정책 화답 행보
6월부터 ‘상생 방안’ 실행 밝혀… 中企 생태계 활성화 본격 동참
롯데그룹도 “고용이 최고 복지”… 일자리 창출-정규직 전환 발맞춰

문재인 정부의 경제정책 중 눈에 띄는 것은 ‘재벌 개혁’과 ‘일자리 창출’이다. 재벌 개혁은 기업 지배구조 개선과 중소기업들에 대한 ‘갑질 횡포’ 근절, 일자리 창출은 청년실업과 비정규직 문제 해소가 핵심이다. 아직은 이런 정책이 제 모습을 갖춰가기 전이지만 재계에서는 이미 새 정부 방침에 조금씩 화답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다음 달부터 1차 협력사가 2차 협력사에 물품 대금을 전액 현금으로 지급하도록 하는 상생 방안을 시행한다고 25일 밝혔다. 삼성전자는 우선 하나은행, 신한은행, 국민은행과 총 5000억 원 규모의 ‘물대지원펀드’를 조성하기로 했다. 3년간 운영될 이 펀드는 자금이 필요한 1차 협력사가 은행에 대출을 신청하면 1년간 무이자로 돈을 빌려준다.

삼성전자는 신규 거래하는 1차 협력사들은 2차 협력사들로부터 납품을 받은 지 30일 이내에 의무적으로 현금으로 대금을 지급하도록 할 방침이다.

삼성전자는 2005년부터 1차 협력사들에 대금을 현금으로 주고 있다. 이를 2차 협력사까지 확대하는 셈이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하반기(7∼12월)부터 이 프로세스를 준비해 왔다고 강조한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새 정부의 핵심 정책 중 하나인 중소기업 생태계 활성화에 삼성이 가장 먼저 팔을 걷어붙였다는 평가도 나온다.

롯데그룹이 이날 고용 확대를 약속한 것은 일자리 창출 정책에 대한 화답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집무실에 일자리 현황판을 설치한 다음 날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고용이 최고의 복지”라고 선언한 것. 25일 서울 송파구 롯데호텔잠실에서 열린 ‘롯데 가족경영·상생경영 및 창조적 노사문화 선포’ 2주년 기념식에서였다. 행사 규모가 부쩍 커졌다. 신 회장을 포함해 이기권 고용노동부 장관, 홍영표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위원장, 김주영 한국노동조합총연맹 위원장, 박병원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 조대엽 고려대 노동대학원 원장 등 각계각층의 인사들을 초청했다. 새 정부 출범 직후임을 의식해 고용 창출, 정규직 전환 등 정부 기조에 발맞춘 행보라는 분석이 나온다.

재계의 이런 ‘산발적 환영 인사’는 다소 낯선 모습이기는 하다.

이전까지는 전국경제인연합회가 매년 3월경 30대 그룹의 연간 투자계획을 조사해 발표해 왔다. 하지만 올해 3월은 이 연례조사가 중단됐고 새 정부가 들어선 지금도 계획이 없다.

대통령과 경제계의 직접적인 소통도 언제 이뤄질지 미지수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당선 9일 뒤, 박근혜 전 대통령은 당선 7일 뒤 주요 그룹 총수들과 간담회를 가졌다.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은 취임 5개월 뒤 총수들을 만났다. 최순실 국정 농단 사태의 여파 때문에 문 대통령과 재계 총수들의 이른 만남은 가능성이 높지 않다는 전망도 있다.

경제계 관계자는 “노사 문제, 기업 지배구조 등 기업은 물론이고 국가경제 전체로도 중요한 이슈가 많은 만큼 하루빨리 재계 목소리를 전달할 기회가 있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샘물 evey@donga.com·김현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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