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성에 상처만 남긴채… 짐 싸는 ‘야신’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5월 2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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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야구 한화 김성근 감독 중도 하차

프로야구 한화가 942일 만에 김성근 감독과 결별을 선택했다. 2014년 10월 25일 한화와 계약한 김 감독은 2015년부터 이달 21일까지 총 319경기 (지난해 입원 기간 제외)에서 지휘봉을 잡아 150승 3무 166패(승률 0.475)를 기록했다. 김 감독이 한화 부임 이전까지 2327경기에서 기록한 승률은 0.544(1234승 57무 1036패)였다. 동아일보DB
프로야구 한화가 942일 만에 김성근 감독과 결별을 선택했다. 2014년 10월 25일 한화와 계약한 김 감독은 2015년부터 이달 21일까지 총 319경기 (지난해 입원 기간 제외)에서 지휘봉을 잡아 150승 3무 166패(승률 0.475)를 기록했다. 김 감독이 한화 부임 이전까지 2327경기에서 기록한 승률은 0.544(1234승 57무 1036패)였다. 동아일보DB
이별마저도 아름답지 못했다. 한화 김성근 감독(75)이 3년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2년 7개월 만에 팀에서 떠난다. 부임 기간에 감독의 권한 구분 문제로 대립각을 세웠던 김 감독과 한화 구단은 마지막까지도 자진 사퇴냐 경질이냐를 놓고 견해차를 보였다.

23일 한화구단이 밝힌 김 감독의 퇴임 사유는 ‘자진 사퇴’다. 21일 (삼성과의) 안방경기 뒤 김 감독이 구단과 코칭스태프 측에 “내일부터 나오지 않겠다”며 스스로 사퇴 의사를 밝혔다는 것이다.

한화 관계자는 “21일 경기 뒤 운영팀장이 감독실로 찾아가 1군에 정식 등록되지 않은 퓨처스(2군) 선수들의 특별 타격훈련에 대해 우려의 뜻을 전했고 이에 김 감독이 사의를 표명했다”고 설명했다. 김 감독은 앞서 4월에도 2군 선수의 1군 동행훈련을 놓고 구단 측과 이견을 보인 바 있다. 구단 측은 2군 일정이 있는 상황에서 원칙 없는 1군 동행훈련은 어렵다는 뜻을 밝혔다.

이에 김 감독은 21일 1군 코칭스태프를 소집해 사의를 밝혔고, 유선상으로 그룹 관계자에게 두 차례 같은 뜻을 전했다는 것이다. 반면 김 감독은 이날 “구단 관계자가 아닌 (경질 관련) 기사를 본 지인에게 연락을 받고 (경질 사실을) 알았다”며 자진 사퇴 의사가 없었음을 주장했다. “이별할 때도 예의를 지키면 좋을 텐데”라며 구단을 겨냥하는 듯한 발언을 하기도 했다. 김 감독이 구단에 전했다는 사퇴 의사는 불만의 표시였지 사퇴 의사까지는 없었다는 얘기다.

이날 오후 대전 모처에서 김 감독은 그룹 고위 관계자와 면담을 가졌지만 김 감독의 퇴임 사실은 바뀌지 않았다. 구단은 23일 오후 9시 40분경 김 감독의 사의 표명을 수용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결국 자진 사퇴로 가닥이 잡히면서 김 감독의 잔여 연봉에 대한 구단의 지급 의무는 없어졌다. 하지만 구단은 잔여 연봉 지급에 대해 “최대한 배려하겠다”는 입장이다.

2014년 시즌 뒤 팬들의 청원운동 등에 힘입어 3년 총액 20억 원의 최고 대우로 한화 사령탑에 화려하게 부임했던 김 감독은 끝내 가을야구라는 팀의 숙원을 해결하지 못한 채 유니폼을 벗게 됐다. 김 감독 부임 첫해(2015년) 꼴찌에서 6위로 순위 도약에 성공했던 한화는 지난해 7위, 올 시즌 현재 9위로 떨어졌다. 한국야구위원회(KBO) 공식 통계업체 스포츠투아이에 따르면 김 감독이 한화에서 기록한 승률은 0.475(319경기 150승 3무 166패)로 자신이 이끈 7개 구단의 기록 중 가장 낮다.

앞서 SK, LG 등을 비롯해 5개 구단 감독 자리에서 경질됐던 김 감독은 한화에서도 임기를 채우지 못하는 쓰린 기억을 이어가게 됐다. 한화 부임 과정 중 불거진 투수 혹사 논란 등으로 ‘야신’의 이름에 생채기가 났다. 고령과 한화에서 불거진 각종 문제 등을 감안했을 때 다른 프로구단이 선뜻 김 감독을 사령탑으로 모시기는 쉽지 않으리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23일 경기부터 당분간 이상군 투수코치가 감독대행을 맡아 한화를 이끈다. 김 감독과 함께 한화에 부임한 김광수 수석코치는 감독대행을 맡아 달라는 박종훈 한화 단장의 요청을 고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갑작스러운 결정에 이날 한화 선수들도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구장의 한구석에서 한숨을 쉬며 홀로 담배를 피우는 코치의 모습도 여러 번 목격됐다. 한화 더그아웃에 있던 김 감독의 전용 책상과 의자도 이날 치워져 주인의 빈자리를 느끼게 했다. 이날 김 감독 없이 KIA와 치른 경기에서 한화는 8-13으로 패하며 5연패에 빠졌다.
 

 
대전=강홍구 기자 windup@donga.com
#프로야구 한화 김성근 감독#한화 구단#이상군 투수코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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