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윤종의 쫄깃 클래식感]뜨거움의 소나타, 베토벤 ‘비창’

유윤종 기자 입력 2017-03-14 03:00수정 2017-03-14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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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식 명곡을 대중음악으로 편곡하는 걸 환영하는 편은 아닙니다. 원곡이 가진 성격을 제대로 살리지 못하고 ‘껍데기만’ 가져왔다는 느낌을 받을 때가 많아서죠.

그런데 예외도 있습니다. 오래전 일이지만, 오락실 게임기에서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8번 ‘비창’ 3악장 선율이 나오는 걸 듣고는 한참 동안 발걸음을 떼지 못했습니다. 이 곡이 가진 역동감과 끓어오르는 혈기를 전자음이 잘 표현해냈다 싶어서였습니다. 알고 보니 우리나라에서 이 편곡음악을 제작했다고 합니다. 나중에 이 소나타 1악장도 멋지게 편곡한 소리를 듣고 탄복했는데, 같은 업체의 솜씨라고 하는군요.

그러고 보니 이 소나타는 유난히 대중문화와 접촉면이 넓습니다. 2악장의 느릿한 선율은 팝송 ‘미드나잇 블루’로 편곡되어 유명해진 바 있습니다. 앞서 말한 1, 3악장의 주선율도 세계 각국에서 댄스 음악이나 가요 선율로 쓰이고 있습니다. 젊은 감성이 이 곡에 특별히 끌리는 이유가 있을까요?

베토벤이 27세 때 발표한 이 소나타는 그의 이름을 전 세계에 알리는 출세작이었습니다. 이 곡을 들은 젊은 귀족과 중산층이 앞을 다투어 악보를 샀습니다. 이제까지의 음악에서 들을 수 없었던 끓어오르는 정열이 음악팬들을 자극한 것입니다. 그러나 경계의 목소리도 있었습니다. 피아니스트였던 모셸레스는 이 작품을 쳤더니 스승이 ‘기괴한 걸 좇지 말고 배울 만한 곡을 쳐라’고 화를 내더라고 회상했습니다. 이 외에도 당대에는 이 곡을 ‘소란스러운 음악’이라고 치부해 연주하지 못하도록 하는 음악 교사가 많았다고 합니다. 하이든과 모차르트의 소나타에 친숙한 기성세대가 이 곡의 뜨거움을 받아들이기 힘들어했던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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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은 흘렀고 베토벤은 ‘기성’의 작곡가가 되었을 뿐 아니라 그중에서도 ‘음악의 성자’로 꼽히고 있습니다. 그러나 프랑스 혁명으로부터 9년 뒤에 그가 내놓은 격동의 소나타 ‘비창’은 지금도 사람들의 피를 끓게 만들고 있습니다. 뜬금없이 게임음악 얘기로 글을 시작했습니다만, 18일 서울 롯데콘서트홀에서 열리는 김선욱 피아노 리사이틀에서 베토벤의 대표 소나타인 14번 ‘월광’, 23번 ‘열정’과 함께 이 곡이 연주됩니다.

유윤종기자 gustav@donga.com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8번#비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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