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금융사 5곳 이상서 빚”… 고위험 채무자 100만명 넘었다

강유현기자 , 정임수기자 , 주애진기자 입력 2017-03-08 03:00수정 2017-03-08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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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곳 이상 돌려막는 빚 109兆
들썩이는 금리에 떨고 있는 서민들
《 국내 금융기관 5곳 이상에서 대출을 보유한 다중채무자가 지난해 말 현재 102만 명으로 조사됐다. 이들이 보유한 부채는 총 109조 원으로 4년 새 20.9%나 불어났다. 이에 따라 4년간 5곳 이상 다중채무자의 1인당 평균 대출은 9292만 원에서 1억701만 원으로 1억 원을 넘어섰다. 특히 이 중에서 2금융권에서만 5곳 이상 돈을 빌린 채무자는 23만 명에 이른다. 1344조 원에 이르는 가계부채가 한국 경제의 최대 뇌관으로 떠오른 가운데, 금리가 오르면 저소득 저신용 다중채무자들이 ‘고위험군’으로 대두될 가능성이 크다. 》
 

《 은행과 저축은행, 주택금융공사 등 국내 금융기관 5곳 이상에 빚을 진 다중채무자가 102만 명에 이르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들이 보유한 빚은 총 109조 원으로 전체 다중채무자 부채(383만 명, 430조 원)의 약 25%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기관 3곳 이상에서 대출을 받은 다중채무자 10명 중 8명은 연소득이 5000만 원 미만의 중·저소득층으로 경기 침체와 금리 인상의 직격탄을 맞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
 

○ 5곳 이상 빚내 돌려 막는 차입자 102만 명

7일 더불어민주당 최운열 의원실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제출받은 ‘나이스평가정보 2012∼2016년 다중채무자 분석’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말 현재 5곳 이상의 금융기관에서 대출을 받은 다중채무자는 101만7936명으로, 2012년 말(96만9869명)보다 5.0% 늘었다. 이들이 보유한 대출액은 108조9324억 원으로 4년 전(90조1178억 원)보다 20.9% 증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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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곳 이상의 금융기관에서 돈을 빌린 악성 다중채무자도 54만6184명(57조1670억 원)으로 집계됐다. 특히 상호금융, 보험, 캐피털 등 금리가 높은 2금융권 5곳 이상에서 돈을 빌린 다중채무자는 부채가 24조5365억 원으로 4년 전보다 26.6%(5조1532억 원) 증가했다. 조영무 LG경제연구원 선임연구원은 “가구주가 다중채무자이면 부모의 소비 위축과 자녀의 학업 중단 등으로 이어져 내수 부진 등의 문제를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3곳 이상 금융기관에서 빚을 진 다중채무자이면서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이 40%를 넘는 ‘잠재적 위험채무자’도 199만여 명으로 조사됐다. 다중채무자의 절반 이상(52%)이 전체 부채의 83%(약 357조 원)를 차지한 잠재적 위험채무자로 분류된 셈이다.

○ 중·저소득층 다중채무자가 뇌관

다중채무자를 소득과 연결해 보면 이들이 갖고 있는 문제의 심각성이 확실해진다. 이들 대부분이 경기 침체기에 취약해지기 쉬운 중·저소득층이다. 경기가 침체될 경우 돈을 벌어 빚을 갚는 데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

분석 결과 다중채무자(금융기관 3곳 이상에서 대출을 받은 사람)의 79%가 ‘연소득이 5000만 원 미만’으로 조사됐다. 연소득별(추정치)로 3000만 원 이상 4000만 원 미만의 다중채무자가 전체의 27.4%로 가장 많았다. 이어 △2000만∼3000만 원 미만(18.5%) △4000만∼5000만 원 미만(16.7%) △1000만∼2000만 원 미만(10.3%)순이었다. 소득을 아예 추산할 수 없는 채무자들도 5.7%나 됐다.

상환 능력이 낮은 다중채무자들 가운데에선 은행을 이용하지 못해 2금융권에서 소액으로 반복해서 돈을 대출받다가 채무 규모가 감당하지 못할 수준으로 커진 경우도 적잖았다. 금융기관 7곳에 4400만 원의 빚을 져 신용회복위원회의 문을 두드린 김모 씨(38·여)가 대표적이다. 그는 운영하던 키즈카페가 문을 닫은 뒤 빚 부담에 시달렸다. 김 씨는 “세탁소 일을 시작했지만 아이를 키우며 빚을 갚는 게 쉽지 않았다. 저축은행, 카드론, 햇살론 등에서 수백만 원씩 빌려 ‘돌려 막기’를 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지난해 말 현재 2금융권 빚이 있는 다중채무자는 358만1670명이다. 은행 전체 대출에서 다중채무자 부채가 차지하는 비중은 25.4%에 불과하지만 △저축은행은 67.1% △카드론은 60.5% △캐피털은 53% △보험은 41.9%에 이른다.

○ 부실 폭탄 제거할 맞춤형 대책 시급

당장 미국 금리인상 변수가 걱정이다. 이달부터 미국이 수차례 금리를 인상하면 시장 금리가 함께 올라 다중채무자들의 원리금 상환 부담이 커지고 가처분소득이 감소할 가능성이 있다. 이렇게 되면 내수 부진과 신용불량자 증가 등으로 이어져 사회적 비용이 증가할 수도 있다. 김동원 고려대 경제학과 초빙교수는 “연체율이 하락한 것은 차입자의 상환능력이 좋아졌다기보다 금리가 내려 상환 부담이 줄었기 때문인데, 금리가 오르면 연체율이 오를 수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고위험 다중채무자를 가려낼 수 있는 통계와 이들을 위한 ‘핀셋형’ 대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금융 접근성이 높아지면서 ‘건전한 다중채무자’도 크게 늘었기 때문에 다중채무자에 대한 일괄 대책은 효과가 없을 수 있다는 것이다. 대기업 임원 등 고소득자도 은행에서 주택담보대출, 직장인 마이너스통장, 카드론을 보유하고 있으면 다중채무자로 분류되기 때문이다. 손종칠 한국외국어대 경제학부 교수는 “맞춤형 대책을 만들기 위해서는 다중채무자 가구의 자산과 소득, 부채 등을 세밀하게 분석한 데이터베이스(DB) 구축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채무자의 도덕적 해이를 피하면서 다중채무자의 채무상환 능력을 키워주는 채무조정 등의 저소득층 금융대책도 필요하다. 임진 한국금융연구원 가계부채연구센터장은 “생계형(의료비 등) 과소비형으로 유형을 나눠 원금 감면율과 신용회복 기간 등을 정하는 싱가포르 파산제도를 참고할 만하다”고 말했다.

강유현 yhkang@donga.com·정임수·주애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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