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인 병사’ 판결놓고… 이-팔 정면충돌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2월 2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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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상 팔레스타인 병사 조준사격… 이스라엘 군인 1년 6개월 刑
네타냐후 총리 “처벌해선 안돼”
팔 “사실상 면죄부… 살인 조장” 반발


‘안전을 수호한 영웅인가, 살인자인가.’

칼을 휘두르다 총상을 입고 쓰러진 팔레스타인 병사의 머리를 조준 사격해 사살한 혐의로 군 재판에 넘겨진 이스라엘 병장이 징역 1년 6개월에 처해지면서 이스라엘의 국론이 둘로 쪼개졌다. 팔레스타인은 이스라엘이 살인죄에 면죄부를 줬다며 반발하면서 갈등이 악화일로로 치닫고 있다고 BBC가 보도했다.

엘로르 아자리아 병장(21)은 21일 이스라엘 텔아비브 군사법원에서 열린 재판에서 비(非)고의적 살인죄가 인정돼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받고 이등병으로 강등됐다. 최대 징역 20년까지 가능하고 군 검찰이 징역 3∼5년을 구형했는데도 이보다 낮은 처벌이 내려지자 솜방망이 처벌이라는 비판이 나왔다. 재판부는 그가 초범이고 고의성이 없었으며 군사 활동 중이었다는 걸 감안해 판결했다고 밝혔지만 논란은 가열되고 있다.

아자리아 병장은 지난해 3월 팔레스타인 서안지구 헤브론 검문소에서 이스라엘 병사들에게 칼을 휘두르다 총격을 맞고 쓰러진 팔레스타인인 압둘 팟타흐 샤리프(21)를 조준 사격해 사살했다. 이스라엘에선 ‘명백한 살인’이라는 주장과 ‘테러분자를 진압한 정당한 군사 활동’이라는 반론이 대립하면서 이번 판결에 큰 관심이 쏠렸다. 재판부는 그의 비고의적 살인죄를 인정하면서도 형을 대폭 낮추는 절충안을 택했지만 여론은 더욱 갈라졌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를 위시한 우파 진영은 아자리아 병장이 이스라엘 국민의 안전을 위협하는 테러 분자를 제거한 것이라며 형사처벌해선 안 된다고 주장했다. 반면 이스라엘 진보 진영과 팔레스타인은 이번 판결이 사실상 살인을 부추기는 꼴이며, 과도한 무력 사용에 대한 사법부의 경고가 퇴색됐다고 반발했다.

이스라엘 정부는 이번 사건을 두고 공개적으로 아자리아 병장의 무죄를 주장하면서 팔레스타인을 더욱 자극하고 있다. 팔레스타인은 비무장 상태인 민간인을 무고하게 죽였다며 종신형을 주장했지만, 네타냐후 총리는 아자리아 병장의 아버지에게 전화를 걸어 선처를 이끌어내겠다고 약속했다.

이-팔 분쟁이 거세지면서 이란은 팔레스타인 이슈를 중심으로 이슬람권 국가가 일치단결해 이스라엘에 대항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팔 분쟁에서 이스라엘만 단일국가로 인정하는 ‘한 국가 해법’의 가능성을 열어두는 한편 수니파 아랍국가와 이스라엘을 포함한 군사연합체인 ‘중동판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를 구상하는 데에 따른 대응책으로 풀이된다.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 이란 최고지도자는 21일 테헤란에서 열린 제6회 팔레스타인 지지를 위한 국제회의 개막 연설에서 “이스라엘은 위험한 악성 종양”이라며 “두 국가 해법을 위협하는 건 용서할 수 없는 잘못”이라고 규탄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보도했다. 이날 회의에는 미국이 테러단체로 규정한 하마스와 헤즈볼라, 이슬라믹 지하드의 지도자도 참석했다. 하산 나스랄라 헤즈볼라 지도자는 “우리 조직은 이스라엘의 핵시설을 타격할 능력이 있다”고 과시하기도 했다.

카이로=조동주 특파원 djc@donga.com
#살인 병사#이스라엘#팔레스타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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