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상진 서강대 교수 “反촛불 노년층 불만에도 귀 열어야”

이지훈기자 입력 2017-02-07 03:00수정 2017-02-07 1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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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촛불 이후 한국사회를 말하다]<2>촛불과 사회통합
최근 촛불집회는 4·19혁명, 6월 민주항쟁에 견줘 ‘촛불혁명’이라고도 불린다. 하지만 전상진 교수는 “촛불은 메시아가 아니다”라고 잘라 말했다. 그는 “촛불은 아직 아무것도 해내지 못했다. 한국 사회에 주는 큰 경고이자 작은 희망의 시그널”이라고 했다. 변영욱 기자 cut@donga.com

“탄핵을 반대하는 반(反)촛불 세력은 점점 커지고 있고 강한 응집력을 지녔습니다. 맞불시위에 참여하는 시민을 설득해 마음을 얻지 못하면 급변하는 정국에서 역풍(逆風)을 맞을 수 있습니다.”

‘음모론의 시대’ ‘상생을 위한 경제 민주화’ 등의 저서로 알려진 중견 사회학자 전상진 서강대 교수(55)는 촛불에만 주목하고 반촛불 시위는 논의에서 배제하는 현 사회의 태도를 비판했다. 그는 현대사회의 청년-노년 세대 간 갈등 문제를 다루는 ‘세대 사회학(Generation Sociology)’을 연구해온 대표적 학자다.

촛불집회 100일을 맞아 최근 서울 마포구 서강대 연구실에서 만난 그는 “정치인, 학자, 언론을 포함한 지식인 계층은 박근혜 대통령 탄핵에 반대하는 맞불시위 참가 시민들을 혐오하며 논외로 둔다”며 “이들을 배제하는 것은 이른바 진보로 분류되는 야당 정치인들의 전략이지만 이는 크게 잘못된 접근”이라고 잘라 말했다.

그는 촛불시위 참가 시민을 세 부류로 구별했다. △박 대통령을 원래 싫어했던 ‘구(舊)촛불’ △최순실 국정 농단으로 마음이 돌아선 ‘신(新)촛불’ △탄핵을 반대하는 ‘반(反)촛불’이다. 전 교수는 “최근 설문조사를 보면 탄핵 찬성 수치가 점점 올라가지만 반대 세력도 상당수 존재한다”며 “반촛불 시민들의 또 다른 불만과 분노를 어떻게 사회가 받아들여야 할지 고민해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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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교수에 따르면 이른바 ‘태극기 집회’에 참여하는 반촛불 시민은 주로 60세 이상 노인 세대다. 이들은 산업화 시대의 역군으로 헌신했지만 현재 극심한 빈곤에 시달리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2015년 기준 60세 이상 1인 가구의 상대적 빈곤율은 67%에 이른다.

그는 반촛불 시민의 불만에는 ‘세대 전쟁’ 요소가 함축돼 있다고 지적했다. “젊은 세대가 노인 세대를 무시한다고 생각하는 겁니다. 사회·경제·문화적 자본에서 소외됐다고 느끼는 사람들이 집단을 이루면 강력한 정치적 힘이 발휘됩니다. 유럽의 파시즘과 나치즘 그리고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구호인 ‘아메리카 퍼스트’가 대표적 사례입니다.”

그는 또 이들의 분노를 정치적 이익을 위해 이용하고, 세대 간 싸움을 부추기기 위해 음모론까지 퍼뜨리는 정치권에 대해서도 날선 비판을 가했다. 정치인들이 ‘싸가지 vs 꼰대’로 양분해 청장년과 노인 간 갈등을 부추긴다는 것이다. 그는 “갈등의 선이 잘못 그어져 있는데 한쪽(진보)에서는 젊은이, 다른 쪽(보수)에서는 노인에 대한 왜곡된 이미지를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촛불 이후 사회 통합을 위해서는 청년과 노인 세대의 이해가 절실하다는 게 그의 핵심적 주장이다. “청년과 노인 세대 모두 사회적, 경제적 약자입니다. 청년들은 유례없는 실업난에 시달리고 노인들은 모아둔 자산도 연금도 없는 극빈층으로 전락하고 있습니다.”

야당의 ‘청장년 중심, 노인 배제’ 전략이 세대전쟁을 심화시켜 사회 통합을 가로막는 대표적 원인이라는 분석도 내놨다. 최근 표창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대통령과 장관, 국회의원 등 공직에 65세 정년을 도입하자”고 주장한 바 있다. 이에 대해 전 교수는 “전형적인 청년 중심적 좌파 동원 전략”이라며 “청년에 집중함으로써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1980년대 사고방식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강조했다.

트럼프의 당선은 한국 사회에서 소중한 반면교사(反面敎師)라는 것이 그의 입장이다. “미국 노동계급이 ‘다이아몬드 수저’인 트럼프를 당선시킨 이유를 잘 살펴야 합니다. 트럼프는 대중의 고통에 다가선 반면 힐러리 클린턴은 엘리트 지식인 계층으로 사람들과의 간극을 좁히지 못해 실패했습니다.”

마지막으로 그는 반촛불을 이해하고 설득하기 위해선 혐오나 강압, 배제가 아닌 정공법(正攻法)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결국 지속적으로 설득하는 수밖엔 없습니다. 그들을 부정하기보다는 먼저 속내를 차근히 들어봐야 합니다. 연민과 공감을 토대로 먼저 그들을 이해하는 방법이 대안이 될 수 있습니다.”

이지훈 기자 easyhoon@donga.com

○ 전상진 교수는…


세대 간의 문제를 연구해 온 중견 사회학자다. 2003년부터 서강대 사회학과 교수로 일했다. 문화·교육·세대사회학을 전공했으며 대표 저서로 ‘음모론의 시대’ ‘상생을 위한 경제 민주화’ ‘현대사회와 베버 패러다임’ 등이 있다. 박근혜 정부 초기 대통령직속 사회통합위원회 세대분과위원회 민간위원을 지냈다.

#촛불#전상진#한국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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