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태환 “이제는 나를 믿고 꿈의 세계新 도전”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월 2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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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음 찾고 새해 훈련 시작한 ‘마린보이’ 박태환

‘마린보이’ 박태환이 23일 인천 문학박태환수영장에서 열린 새해 첫 훈련에서 힘차게 물살을 가르고 있다. 지난해 도핑 파문과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출전 논란으로 마음고생을 했던 그는 “이제 스스로를 믿고 세계기록 경신에 도전하고 싶다”고 말했다. 
인천=안철민 기자 acm08@donga.com
‘마린보이’ 박태환이 23일 인천 문학박태환수영장에서 열린 새해 첫 훈련에서 힘차게 물살을 가르고 있다. 지난해 도핑 파문과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출전 논란으로 마음고생을 했던 그는 “이제 스스로를 믿고 세계기록 경신에 도전하고 싶다”고 말했다. 인천=안철민 기자 acm08@donga.com
 언제부턴가 수영장에 갈 때면 시계를 챙겨 가는 것이 습관이 됐다. 수영장을 왕복할 때마다 직접 시계를 보며 기록을 체크해야 하기 때문이다. 23일 새해 첫 훈련을 시작할 때도 주변엔 아무도 없었다. 한때는 통역과 전담 트레이너 등 20명 가까운 사람들이 그의 주변에 24시간 붙어 다녔다. 그를 전담하는 팀의 예산만 연간 20억∼30억 원에 이를 때도 있었다. 하지만 지금 그는 혼자다.

 도핑 파문,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중도 포기 논란으로 파란을 겪었던 박태환이 홀로 훈련을 시작했다.

 많은 사람이 떠나갔다. 전담 트레이너가 없는 상태인 그는 당분간 자신의 감(感)만으로 훈련 상태를 체크해야 한다. 이날 혼자 25m 풀에 몸을 담근 그는 지난해 연습했던 프로그램에 맞춰 물살을 갈랐다. 아무리 세계적인 선수라지만 혼자 훈련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집중력이 떨어질 수도 있다. 그는 “혼자 모든 것을 경험하면서 많이 배우는 것 같다. 나 스스로 뭔가 할 수 있다는 점에 감사해하고 있는 중”이라고 했다.

 자신의 이름을 딴 인천 문학박태환 수영장에서 훈련을 시작한 그는 먹는 이야기를 꺼냈다. “이제는 과자, 패스트푸드, 탄산음료, 라면… 먹고 싶은 것들 다 먹고 수영할 거예요. 나를 믿고 평생 꿈꿔 온 세계기록 경신에 도전하고 싶습니다.”

 그는 지난해 올림픽을 준비하면서 불안하고 초조한 마음에 더욱 철저하게 식단 관리를 했는데 이것이 오히려 역효과를 낸 것 같다고 진단했다. 그는 “앞으로 술 빼고는 맛있게 음식을 먹겠다”고 했다. 올림픽 이후 마음껏 먹고 싶은 음식을 먹으면서 스트레스를 덜 받게 됐다는 것이다.

 고개를 숙이고 사람을 피해 다니면서 “죄송하다”는 말만 습관적으로 하던 그는 이제 사람들과 얼굴을 마주쳐도 피하지 않았다. 이날 평소 집에서만 쓰던 안경을 끼고 나온 그는 현장을 찾은 기자와 눈을 맞추려 애썼다.

 리우 올림픽 출전 과정에서 김종 전 문화체육관광부 차관에게 협박성 발언을 들은 심경을 묻는 민감한 질문에도 “내가 겪은 일이 다시는 일어나서는 안 되지만 나로 인해 나아진 부분도 있다. 국가대표 선발 관련 이중 처벌 규정이 개선되지 않았느냐”며 적극적으로 답했다.

 그는 앞으로 2년간의 활동에 대해 많은 의미를 부여했다. 그는 “수영 인생이 얼마 남지 않았다. 다소 멀게 느껴지는 2020년 도쿄 올림픽 참가는 신중하게 생각하고 싶다”며 “우선 올해 세계수영선수권(7월 헝가리)이 중요하고 내년 자카르타 아시아경기가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도핑 탓에 인천 아시아경기대회 메달이 없어진 그로서는 아시아경기에서의 명예 회복을 염두에 두고 있다.

 명예 회복이 시급하지만 무리한 출전은 자제하기로 했다. 전성기 때보다는 피로가 해소되는 속도가 떨어지는 점을 고려해 국제대회 출전 종목을 줄일 생각도 하고 있다. 일단 주 종목인 자유형 400m와 리우 올림픽 이후 국제대회에서 막판 스퍼트 기록이 잘 나오고 있는 200m에 중점을 두기로 했다. 박태환은 “400m 기록에 더 욕심이 난다. 400m와 200m 외에 다른 종목도 욕심은 있지만 부담을 가지지 않는 선에서 출전할 것”이라며 “2010년 광저우 아시아경기에서 내 최고 기록을 세운 후 어느덧 7년이 지났다. 그렇지만 내 기록을 넘어설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다”고 말했다. 2년간 활동한 결과가 만족스러우면 그 다음에 수영 인생의 마지막 계획을 세워보겠다고 했다. “언제 그만둘지 모르지만 그 순간에는 베이징 올림픽에서 금메달 따던 순간보다 더 빛났으면 해요.”

 고독한 도전을 시작했지만 자신감을 잃지 않은 그였다.

인천=유재영기자 elegan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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