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 희생 영원히 기억” 아들의 상패를 꼭 끌어안았다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월 1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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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회 영예로운 제복賞 시상식]“부모 속 한번 안썩인 강인한 아들”
“6세 아들 꿈, 다시 경찰로 바뀔것”
수상자 4명에겐 특별승진 임용식… 김범일 경위-이영섭 경감 상금 기부

 오직 나라와 국민을 위해 자신의 몸과 마음을 다 바쳐 일한 수상자들의 제복은 그 어느 때보다 빛났다. 12일 오후 3시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제6회 영예로운 제복상’ 시상식 참석자들은 이들에게 아낌없는 박수와 격려를 보냈다. 함께하지 못한 순직 수상자에게는 묵념으로 감사의 뜻을 대신했다. 그리고 영원히 기억할 것을 약속했다.

 시상식이 시작되고 자신의 이름이 불리자 정창호 경감(50)은 단상에 올랐다. 걸음은 느렸다. 왼쪽 다리도 약간 절었다. 상패를 받기 위해 뻗은 왼팔도 부자연스러웠다. 정 경감은 조직폭력배가 연루된 생명보험 사기사건을 1년 7개월간 수사하다 뇌출혈로 쓰러졌다. 불편한 팔다리는 그때의 후유증 탓이다. 그의 수상 소감은 더욱 특별했다. “장애가 꿈을 밟을 수 없다. 질병으로 고생하는 동료 경찰이 있다면 그들에게 용기가 되고 싶다.”

 순직자 가족들은 차분했다. 하지만 밀려드는 그리움을 막을 수 없는 듯 간간이 흐느낌이 흘러나왔다. 지난해 순직한 허승민 소방위(당시 46세)의 아내 박현숙 씨(40)도 한민구 국방부 장관이 “딸의 백일잔치 직후 현장에 출동했다가 안타깝게 사고를 당했다”고 말하자 참았던 눈물을 흘렸다.

 두 손을 꼭 모은 채 시상식을 지켜보던 강상주 씨(63)는 끝까지 침착함을 지키려 애썼다. 강 씨는 자신을 따라 소방관이 된 아들 대신 상을 받으러 왔다. 강 씨의 아들인 강기봉 소방교(당시 29세)는 지난해 10월 태풍으로 불어난 강물 때문에 차에 갇힌 신고자를 구하다 물살에 휩쓸려 순직했다. 강 씨는 “평생 한 번도 부모 속을 썩이지 않았고, 자기 맡은 일에 충실한 아이”였다고 기억했다. 강 씨는 아들의 마지막 선물인 상패를 가슴에 꼭 끌어안았다.

 2015년 12월 낙뢰로 불이 붙은 서해대교에서 숨진 이병곤 소방령(당시 54세)의 유족도 시상식에 참석했다. 상패를 대신 받은 아내 김순녀 씨(50)의 얼굴에선 슬픔보단 남편에 대한 자랑스러움이 묻어났다. 김 씨는 “남편은 구조작업을 더 잘하고 싶어 엘리베이터 회사에서 작동 원리까지 배울 정도로 직업정신이 투철한 사람이었다”고 회상했다.

 위민경찰관상을 수상한 김범일 경위(50)는 2015년 1월 23일 교통사고 현장을 수습하다 변을 당했다. 1995년 순경 공채로 경찰에 입문한 김 경위는 2013∼2014년 2940명의 교통법규 위반자를 적발했다. 시상식에는 김 경위의 아내 김미옥 씨(46)와 딸이 참석했다. 김 경위는 사고 후 1년이 지났지만 휠체어 없이 움직이지 못할 정도로 아직 불편하다.

 평소 별명이 ‘수달’(수사의 달인)인 이영섭 경감(48)은 특별상을 수상했다. 수달은 억울한 교통사고 피해자가 발생하지 않도록 모든 사건을 자기 일처럼 매달려 해결한 덕분에 얻은 별명이다. 이 경감은 “여섯 살인 둘째 아들이 경찰에서 축구선수로 꿈이 바뀌었는데, 오늘 다시 경찰로 바뀔 것 같다”라며 자랑스러워했다.

 시상식에 앞서 특별 승진 임용식이 진행됐다. 황선우 소방장은 소방위로, 남문현 경사는 경위로 진급했다. 또 정창호 경위와 이영섭 경위는 각각 경감으로 승진했다.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상금을 기부하겠다는 수상자도 있었다. 김범일 경위의 아내는 위민경찰관상 상금 1500만 원을 “경찰을 위해서 헌신하다가 사고를 당하거나 사망한 분들의 자녀를 위해 내놓겠다”라고 밝혔다. 이영섭 경감은 상금 1000만 원 중 일부를 “장애아동 보호단체에 기탁하겠다”라고 말했다.

 이날 시상식에는 한민구 국방부 장관, 박인용 국민안전처 장관, 이철성 경찰청장, 김재호 동아일보·채널A 사장 등 내외빈과 수상자 가족, 동료들이 참석했다.

최고야 best@donga.com·황성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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