檢, 특검前에 속전속결… 다음 타깃은 장시호-김기춘-우병우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1월 2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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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의자’ 대통령]향후 수사 어디로


  ‘최순실 게이트’가 아닌 ‘박근혜 게이트’라는 세간의 시각이 현실로 드러나고 있다. 검찰 수사를 통해 최순실 씨의 국정 농단 비리와 이에 개입한 박근혜 대통령의 불법 행위가 상당 부분 밝혀졌지만 규명해야 할 의혹은 여전히 산더미처럼 남아 있다. 검찰은 내달 초로 예정된 특별검사의 수사가 시작되기 전까지 수사에 더욱 속도를 낼 방침이다.

 최 씨, 안종범 전 대통령정책조정수석비서관 등에 대한 검찰의 기소가 미르·K스포츠재단을 둘러싼 장막을 한 꺼풀 벗겨낸 것이라면 ‘평창 겨울올림픽 사유화’ 의혹 수사는 이제 본격화되는 단계다. 올림픽 이권 사유화의 중심에는 최 씨의 조카 장시호 씨(37·구속영장 청구)가 있다. 박 대통령은 여기에도 깊숙이 개입한 것으로 보이는 정황이 검찰 수사에서 상당수 드러났다.

 검찰이 확보한 안 전 수석의 수첩에는 박 대통령이 장 씨가 실소유한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를 지원해 주라고 지시한 내용이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박 대통령이 미르·K스포츠재단을 직접 챙기며 출연금 모금을 독려했듯이 영재센터도 비슷한 방식으로 직접 관리한 정황이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이 기관에 지난해부터 올해까지 6억7000만 원의 예산을 지원했다. 예산 집행은 김종 전 문체부 2차관(55·구속영장 청구)이 힘쓴 것으로 전해졌다. 삼성그룹도 영재센터에 16억 원을 지원했다. 김 전 차관이 삼성을 압박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이는 안 전 수석의 지시라고 한다. 역시 박 대통령이 범죄에 가담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장 씨는 누림기획과 더스포츠엠을 통해 문체부 및 K스포츠재단의 일감을 따낸 정황도 있다. 여기에도 박 대통령 및 청와대가 간여했는지 검찰은 확인하고 있다. 장 씨는 비교적 검찰 조사에 순응하며 사실 관계를 진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청와대 개입 의혹이 커지면서 정치권에서는 여아를 막론하고 김기춘 전 대통령비서실장(77)과 우병우 전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49)을 강도 높게 수사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정진석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검찰은 지금이라도 숨은 ‘우병우 사단’을 찾아 책임을 물어야 한다. 박근혜 대통령 주변에 대해선 전광석화처럼 파헤치는 검찰이 우 전 수석 앞에선 작아지는 것이냐”라고 질타했다. 더불어민주당 기동민 원내대변인은 “‘최순실의 국정 농단’을 법적, 행정적으로 뒷받침해준 공식적 실세는 김 전 실장”이라고 했다. 국민의당 박지원 비상대책위원장도 “부두목 김기춘 구속 수사를 검찰에 촉구한다”고 강조했다.

 김 전 차관은 검찰 조사에서 “차관 취임 초기 김 실장이 전화로 어딘가로 나가 보라고 했다. 갔더니 최 씨가 있었다. 이후 최 씨를 여러 번 만났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 전 실장이 지속적으로 최 씨를 모른다고 주장하는 것과 배치된다. 박 대통령이 안 전 수석을 막후에서 지휘한 것처럼 김 전 실장이 대통령비서실장의 힘으로 인사에 개입했거나 지시를 내렸다면 그 역시 직권남용 혐의가 될 수 있다. 김 전 실장은 이미 권오준 포스코그룹 회장 선임에 개입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고, 포스코 측에 청와대 인사 개입 관련 문제를 외부에 발설하지 말도록 한 지침을 전달했다는 의심도 받고 있다.

 우 전 수석도 최 씨 농단을 적극적으로 묵인하거나 도운 단서가 속속 드러나고 있다. 2014년 ‘정윤회 문건 파동’ 당시 검찰 수사가 이뤄지자 민정수석실은 비선 실세 내용이 드러나지 않도록 진술하라고 한일 전 경위를 회유한 것으로 전해졌다. 대통령 측근 비리를 감시하고 막아야 할 민정비서관실이 반대 행보를 보였고, 우 전 수석은 당시 민정비서관이었다. 그 역시 이번 사태의 몸통이 될 수 있는 정황이다.

 우 전 수석은 차은택 전 창조경제추진단장(47·구속)의 개인 비리를 내사하고도 이를 무마한 의혹과 함께, 사실상 박 대통령이 롯데에 70억 원을 요구해 받은 과정에도 민정수석실의 정보가 작용했던 것 아니냐는 의구심도 받고 있다. 또 그가 변호사 시절 현대그룹의 ‘막후 실세’로 의심되는 황두연 ISMG코리아 대표의 횡령 사건 변호를 맡았고, 검찰에 영향력을 행사한 단서도 포착됐다. 이 사건은 몰래 변론으로 이뤄진 정황이 강하다. 검찰 조직을 주무른 그의 흔적이다. 향후 특검 수사에서는 검찰이 밝히지 못한 모든 국정 농단 의혹의 실체가 밝혀져야 한다.

김준일 jikim@donga.com·길진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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