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뷰티]“25세 이상 여성, ‘18분 호르몬 테스트’로 난소기능 확인해야”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1월 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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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콧 넬슨 영국 글래스고대 산부인과 교수 인터뷰

스콧 넬슨 교수는 난임에 대한 인식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그는 결혼 시기가 정해지지 않은 젊은 여성들도 임신을 미리 계획할 수 있는 난소기능검사를 받아보길 권한다.
스콧 넬슨 교수는 난임에 대한 인식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그는 결혼 시기가 정해지지 않은 젊은 여성들도 임신을 미리 계획할 수 있는 난소기능검사를 받아보길 권한다.
 “미혼 여성이라도 난소기능 확인 검사를 해보는 것이 중요합니다. 당장 결혼이나 임신계획이 없는 여성일지라도 25세 이상은 자신의 난소 나이를 측정해보는 것이 바람직하죠.”

 최근 대한진단검사의학회 ‘LMCE(Laboratory Medicine Congress & Exhibition) 2016’ 학회 참석차 한국을 찾은 스콧 넬슨 영국 글래스고대 산부인과 교수는 여성 난임의 문제점과 난소기능 확인검사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여성의 생식능력은 보통 20대 중반에 최고조를 이루다가 30대 초반부터 저하되기 시작한다. 나이가 들수록 난소의 노화로 임신이 어려워진다는 의미다. 난소의 노화와 함께 식습관이나 생활습관, 환경호르몬 등 다양한 요인 탓에 젊은 나이에도 난소기능 저하로 인한 여러 질환을 겪게 되는 여성이 적지 않다. 조기 폐경이나 다낭성난소증후군, 불임 등의 문제를 야기하는 것이다.

 넬슨 교수는 체외수정(IVF) 시술을 전문으로 하는 의사다. 현재 영국 및 미국에서 체외수정 관련 여러 연구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넬슨 교수를 만나 여성 난임에 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AMH는 난포 성장 시 분비된다. 로슈진단 제공
AMH는 난포 성장 시 분비된다. 로슈진단 제공

 ―난임은 한국뿐 아니라 전 세계적인 문제이다. 여성 난임의 주요 원인은 무엇인가.

 여성 난임의 원인은 매우 다양하다. 영국은 부부 7쌍 중 1쌍이 난임을 겪고 있다. 가장 큰 원인은 초산 연령이 늦어지는 것인데, 나이가 들수록 여성의 난소 기능이 저하되기 때문이다. 또한 다낭성난소증후군 등으로 인한 배란장애나 난관손상 등도 난임의 원인이 된다. ―난임을 의심해 볼 수 있는 증상이 있나.

 젊은 여성들은 생리주기가 불규칙할 때 난임을 의심해 봐야 한다. 생리주기가 일정하면 배란일도 매달 일정하게 나타난다. 성병에 걸려서 난임이 되기도 하는데 이때는 선별(screening) 검사를 통해 조기에 난임 증상을 파악할 수 있다.

 ―난임 여성들은 주로 어떤 검사를 받게 되나.

 난임 여성에게는 난소 기능을 확인하는 검사를 시행하는데, ‘AMH(Anti-Mullerian Hormone. 항뮬러관호르몬) 테스트’라고 불린다. AMH 테스트는 여성의 폐경 유무와 가임기 여성의 난소능력 예측에 사용되며 주로 난소기능 저하에 의한 불임과 폐경기 여성들을 위해 활용된다.

 난소기능검사의 필요성은 크게 두가지로 설명할 수 있다. 먼저, 여성들은 검사를 통해 자신이 보유한 난자의 개수와 생식나이 등을 파악하고, 필요할 때 난자 동결 여부를 결정할 수 있다. 다음으로는 체외수정 시술이 필요한 경우 난소기능검사를 통해 환자에게 적합한 치료법을 판단할 수 있다. 어떤 약물을 사용할지, 혹은 어떤 방식으로 난소를 자극할 것인지 등 환자 개개인에게 맞춤화된 치료 방법을 제시할 수 있다.

 ―검사를 통해 난자 수를 확인할 수 있다고 했는데, 어떤 방식인가.

 항뮬러관 호르몬(AMH)은 여성의 난소에서 생성되는 호르몬이다. 이 호르몬 수치를 측정해 현재 보유한 난자 수를 확인할 수 있다. 여성의 폐경 시기 예측도 가능하다. 체외수정 시술을 받는 여성은 AMH 테스트를 통해 시술 시 난소의 수정률이 어떻게 나타날지 예측할 수 있다.

 AMH 테스트는 혈액 채취만으로도 난자의 수를 확인할 수 있을 만큼 검사 방법이 굉장히 간편하다. 다양한 면역검사 장비를 사용해 난소 수를 확인하며 검사 시간도 18분에 불과하다.

 AMH 테스트를 난임 치료를 위한 검사로 단정 짓기보다 자신의 난소 나이를 측정해 봄으로써 임신 가능성을 예측해보는 일종의 ‘건강검진’ 개념으로 이해했으면 한다.

 ―생리주기와 관계없이 검사가 가능한가.

 그렇다. AMH 테스트의 큰 장점은 생리주기와 관계없이 언제든 측정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난포자극호로몬(FSH), 황체형성호르몬(LH) 등 기존 호르몬 검사는 생리 2∼5일 후에 측정이 가능했지만 AMH 테스트는 언제 검사를 받아도 동일한 결과 값을 얻을 수 있다. 바쁜 여성들이 시간을 내어 받기 편한 검사다.

 AMH 테스트를 통해 난자 동결을 해야 할지 판단할 수도 있다. 난자 동결은 여성들에게 굉장히 좋은 백업플랜이다. 40세가 넘어가면 자연임신이 어려울 수 있다. 젊은 나이에 난소 검사를 받아 본인의 난소 기능을 파악하고 필요한 경우엔 난자동결을 고려해 향후 임신에 대비할 수 있다. 25세 이상 여성들은 2∼3년 주기로 검사를 받는 것이 좋다.  

 ―AMH 테스트를 통해 폐경기도 예측할 수 있는가.

 AMH 테스트는 매우 다양하게 활용된다. AMH 수치를 통해 임신 가능성뿐 아니라 여성의 폐경기도 예측할 수 있다. 검사를 통해 폐경 나이가 평균 51세 정도로 나오면 다행이지만, 39세 등 다소 이른 나이로 폐경기가 측정된다면 이에 대한 대비가 필요하다. AMH 수치를 비교해 난관 손상 정도를 파악하기도 하고 여성들의 생리 불순 원인도 진단할 수 있다.

 ―정확도는 어느 정도인가.

 전자동화된 AMH 테스트의 정확도는 굉장히 높다. 혈액 샘플의 보관방법이나 검사 시기 등 다양한 변수에 관계없이 항상 동일한 결과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생활 속 난임을 예방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면….

 평소 적정 체중을 유지하고 담배를 멀리해야 한다. 또한, 성관계 때 피임기구를 사용해 성병을 예방하는 것도 중요하다.

 ―많은 부부들이 난임을 겪고 있다는 것을 밝히기 꺼린다.

 전 세계의 많은 부부들이 난임에 대해 말하는 것을 불편해한다. 개인적으로 덴마크가 난임 치료에 대한 인식이 가장 높은 국가라고 생각한다. 덴마크는 의사들이 직접 미디어 캠페인을 통해 난임 인식개선 활동을 한다.

 난임에 대한 사회적 편견과 낙인이 해소된다면 보다 많은 난임 부부들이 조기에 치료를 받을 수 있을 것이다. 난임 치료가 늦어질수록 임신 가능성은 줄어든다. 조기 치료가 중요한 이유다.

홍은심 기자 hongeuns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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