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중 질문에 눈맞추며 답변… 클린턴, 소통능력은 한수위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0월 1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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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련한 ‘토론 기술’ 눈길

 “교사이신가요? 좋은 질문 하셨습니다.”

 9일 미국 대선 2차 TV토론이 시작되자마자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후보(69)는 “후보님들이 요즘 청년들에게 적절하고 긍정적인 모델이 되고 있다고 생각하느냐”라고 질문한 여성 청중에게 다가가 눈을 맞추며 이렇게 물었다. 1차 때와는 달리 평범한 시민들이 직접 질문하고 후보자가 대답하는 ‘타운홀 미팅’인 점을 감안해 자신이 대중과 소통한다는 이미지를 주기 위한 의도된 제스처였다.

 반면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후보(70)는 질문자가 아닌 사회자나 카메라를 뚫어지게 바라보며 일대일 소통에 부담을 느끼는 듯한 인상을 줬다. 토론이 끝난 후 트럼프는 굳은 표정으로 가족에게 갔지만 클린턴은 가족과 함께 청중석으로 가 사진 촬영을 했다. 뉴욕타임스(NYT)는 “클린턴은 공감 능력을 보여준다는 전략을 사용한 반면 트럼프는 유권자와 소통하기보다는 클린턴을 공격하는 데 더 신경을 썼다”고 평가했다.

 막말에는 트럼프가 달인이라지만 토론에는 클린턴 후보가 한 수 위임을 입증한 순간이었다. 클린턴 후보는 이날 퍼스트레이디 8년, 상원의원 8년, 국무장관 4년을 거치며 갈고닦은 노련한 토론 기술을 뽐내 트럼프 후보를 압도했다.

 트럼프가 작정하고 빌 클린턴 전 대통령 성 추문 문제를 겨냥하자 클린턴은 “그런 말을 들을 때 난 ‘그들(트럼프와 공화당)이 저급하게 가면 우리(클린턴과 민주당)는 고급스럽게 가자’는 친구 미셸 오바마의 조언을 떠올린다”며 고급스럽게 트럼프의 유치함을 부각시켰다. 끊임없이 등장하는 개인 e메일 계정 사용 문제에 대한 비판이 나올 때는 “청중에게 질문 기회를 주고 싶다”며 논점을 돌렸다. 두 후보의 설전을 오랜 시간 지켜보던 청중은 적극 질문에 응했고 결국 클린턴이 청중을 배려하는 모양새가 됐다.

 클린턴은 트럼프나 사회자의 공격도 기회로 활용했다. 트럼프가 “클린턴은 30년간 미국이 문제라고 말만 하고 한 건 하나도 없다”고 비판하자 클린턴은 “트럼프가 30년간의 공직생활을 자꾸 반복해 말하는데 내 공직생활 얘기 하는 걸 기쁘게 생각한다”며 그간의 성과를 줄줄이 소개했다.

 트럼프 후보가 “대통령이 되면 시리아 사태를 어떻게 할 것이냐”고 묻는 사회자의 거듭된 질문에 버락 오바마 대통령만 탓하고 대답을 내놓지 못하는 사이 클린턴 후보는 “지상군을 투입하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현재 활용하고 있는 특수군을 쓰면 우리에게 이익”이라며 구체적인 대안을 내놨다.

 과거 트럼프 지지자들을 ‘인종주의자’ ‘성차별주의자’로 비판한 점에 대해 이미 사과했던 클린턴은 이날 토론에서도 사과 표현(sorry, apology)을 8번이나 썼다. 토론 막바지에 트럼프 후보의 자녀들을 칭찬하면서 “엄마이자 할머니로서 내가 정말 중시하는 부분이다”라고 말해 인간적인 면모도 드러냈다.

 이날 미국 외교전문지 포린폴리시는 “반세기에 가까운 포린폴리시 역사에서 편집자들은 한 번도 대선 후보 지지를 표명하지 않았다. 이러한 전통을 깨고 차기 미국 대통령으로 힐러리 클린턴을 지지한다”고 밝혔다. 1970년 창간 이래 처음 대선 후보를 지지한 것이다.

 미 정치분석매체 리얼클리어폴리틱스(RCP)는 9일 현재 주별 판세 분석 결과 클린턴은 260명, 트럼프는 165명의 선거인단을 확보할 것으로 예측했다. 클린턴이 당락 기준인 전체 선거인단 538명의 과반인 ‘매직넘버’ 270명 고지까지 불과 10명을 남겨뒀다는 뜻이다.

조은아 achim@donga.com·한기재 기자
#힐러리#tv토론#미국대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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