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고령자’ 113세 유대인 남성, 100년 만에 뒤늦은 성인식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0월 3일 22시 16분


코멘트
세계 최고령자로 기네스북에 오른 113세 유대인 남성이 1차 세계대전 탓에 놓쳤던 유대교 성인식을 100년 만에 뒤늦게 치렀다.

1903년 폴란드에서 태어난 주인공 크리스탈 씨는 1일 오전 이스라엘 하이파 자택에서 딸과 가족, 친지 등 60명이 참석한 가운데 성대한 '성인식'을 치렀다고 CNN이 2일 보도했다. 유대인 남성이 13세에 치러야 하는 성인식 '바르 미츠바'를 100년 뒤에야 한 것이다. 성인식에 모인 이들은 유대교식 기도와 함께 달콤한 인생을 상징하는 캔디를 크리스탈 씨에게 일제히 전해주며 축하를 건넸다.

크리스탈 씨는 초혼 당시 두 자녀가 있었지만 2차 세계대전 때 모두 죽었다. 그는 부인과 함께 유대인 집단학살 수용소인 아우슈비츠로 끌려갔다가 부인마저 잃었다. 독일 나치군의 유대인 대량 학살극인 홀로코스트에서 홀로 살아남은 그는 1950년 재혼한 부인과 이스라엘로 건너가 빵집을 운영하며 정착했다.

크리스탈 씨가 13세였던 1916년에는 1차 세계대전이 한창이라 놓쳤던 성인식을 뒤늦게나마 마련해준 건 재혼한 부인 사이에서 얻은 딸 슐리매스 씨였다. 아버지에게 100년 만의 성인식을 안겨준 슐리매스 씨는 "내 눈 앞에서 아버지의 성인식이 열리다니 기적 같다"며 "홀로코스트 생존자인 아버지는 이 순간이 누구보다도 가슴 벅찰 것"이라고 말했다.

크리스탈 씨는 올 3월 세계 최고령자로 기네스북에 올랐다. 독실한 유대교 신자인 그는 장수 비결을 묻는 질문에 "나도 잘 모르겠다. 모든 건 하늘의 뜻"이라며 "나보다 똑똑하고 강하고 잘생긴 남자는 많았지만 누구도 나보다 오래 살지 못했다.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최대한 열심히 사는 것"이라고 말했다.

카이로=조동주 특파원 djc@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