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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사람속으로

김도연 포스텍 총장 “전공 싸고 우물안 싸움은 그만… 세계와 치열하게 경쟁해야”

입력 2016-09-28 03:00업데이트 2016-09-28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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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입생 無학과 선발 등 개혁… 김도연 포스텍 총장
취임 2년째를 맞아 포스텍(포항공대) 개혁을 이끌고 있는 김도연 총장. 그는 개혁 방향에 대해 “학생들이 글로벌 경험을 쌓고 세계와 경쟁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경제 기자 kjk5873@donga.com
 “문과로 치면 이런 겁니다. 경영자가 되어 재계를 이끌어 갈 사람들이 학부 1학년 때부터 ‘호텔경영’ ‘기업경영’을 배우는 것보다 경영학 외에도 인문학과 사회학 기초를 배우는 게 낫다는 거죠.”

 최근 서울 덕수궁 인근에서 만난 김도연 포스텍(포항공대) 총장은 내년부터 학부생 전원을 학과 구분 없이 선발하기로 한 개혁안을 두고 이렇게 설명했다. 지난해 9월 1일 취임한 그는 임기 2년째를 맞아 개혁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학부생 무전공 선발 외에도 교수 중 약 50명을 기업이 추천한 인사 중에서 뽑는 ‘산학일체 교수’ 제도를 도입하는 등 대대적인 개혁안을 내놓은 상태다.

 김 총장은 개혁안을 장기간에 걸쳐 구상했다고 강조했다. 그는 서울대 학생부학장으로 재직하던 1990년대 초반에도 학과를 통합해 학부제로 개편하는 업무를 했다. 학부생들이 폭넓게 배워야 한다는 생각은 그때부터 했다고 한다.

 “우리나라 스무 살 학생들이 자기 의지로 전공을 정할 수 있는 환경이 아닙니다. 지금도 이과 학생들은 공부 제일 잘하면 의대 가고 그 다음 공대 인기 학과를 가는 등 전공이 점수에 따라 정해지잖아요.”

 전공 없이 학생을 뽑으면 학생들이 원하는 전공을 선택하기 위해 학부 1학년 때부터 지나친 경쟁이 유발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하지만 김 총장은 “전공을 결정할 때 320명 전원이 한 학과로 몰리더라도 모두 받아 줄 계획”이지만 “학생들 간의 무의미한 경쟁은 시키지 않겠다”고 잘라 말했다.

 “우리 학교 학생들이 세계적인 인재가 될 거라고 믿습니다. 학교 내 경쟁, 국내 경쟁은 필요하지 않습니다. 경쟁 상대가 아니라 함께 앞으로 나가야 할 사람들이죠.”

 다만 김 총장은 “세계와는 치열하게 경쟁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여름방학을 3개월로 늘리고 해외 경험을 충분히 쌓도록 권장하는 이유도 앞으로 경쟁할 상대가 세계 대학이기 때문이다. 1970년대 중반 프랑스 유학을 갔던 김 총장은 “당시 프랑스 뉴스 중 국제뉴스가 차지하는 비중이 매우 높은 것을 보고 ‘쇼크’를 받았다”며 “그런 환경에서 어릴 때부터 뉴스를 접하면서 활동 무대를 세계로 확장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떠올렸다.

 포스텍 개혁 바람은 교수들도 피해 갈 수 없다. 김 총장은 “앞으로 교수들이 쓰는 논문은 영향력과 질로 평가할 예정”이라며 “교수들이 논문 편 수 기준을 맞추기 위해 ‘논문 쪼개 쓰기’를 하는 일이 없도록 만들겠다”고 말했다.

 포스텍만 변한다고 대학이 바뀔까. 김 총장의 관심은 이제 한국 이공계 연구 풍토 전반에 대한 개혁으로 옮겨 가고 있다. 그는 다음 달부터 시간을 쪼개 최근 설립된 ‘여시재’의 이사로 참여해 과학기술 분야의 전문가로 활동한다. 여시재는 조창걸 한샘 명예회장이 사재 4000억여 원을 출연해 만든 민간 싱크탱크다. 김 총장은 “시간은 전혀 빼앗지 않겠다고 해서 참여하겠다고 했다”며 “동북아 정세 속에서 대한민국 발전 방향을 찾자는 취지에 동감했다”고 설명했다.

 여시재에서 김 총장은 학생들에게 과학기술 발전을 위한 아이디어나 연구 주제를 제안받고 이를 발전시키거나 지원해 주는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데 관심을 두고 있다. 앞으로 한국 과학기술 발전 방향이 크게 바뀔 것이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한국 과학기술은 선진 기술을 얼마나 잘 따라가느냐에 중점이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충분히 잘해 왔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뛰어넘을 때가 됐습니다. 이제는 우리가 반짝이는 아이디어를 내고 다른 나라들이 우리를 따라오도록 해야 합니다. 시간이 많이 필요한 숙제겠지만, 지금부터 시작해야죠.”
 
이원주 기자 takeoff@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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