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등 DNA 되찾자”… 매일 끝장토론 통해 ‘손톱 밑 가시’ 해결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9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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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 기업문화 바꾼 ‘1등 워크숍’

7월 8일 강원 원주시 ‘KT 원주 리더십 아카데미’에서 열린 KT ‘1등 워크숍’에 참가한 직원이 ‘끝장토론’ 끝에 확정한 고객 상담 업무 관련 개선안을 ‘스폰서’로 불리는 임원들에게 제안하고 있다. KT 제공
7월 8일 강원 원주시 ‘KT 원주 리더십 아카데미’에서 열린 KT ‘1등 워크숍’에 참가한 직원이 ‘끝장토론’ 끝에 확정한 고객 상담 업무 관련 개선안을 ‘스폰서’로 불리는 임원들에게 제안하고 있다. KT 제공
 “고객센터는 연간 700만 건에 달하는 고객 민원을 처리하고 있습니다. 고객들이 KT를 직접 만나는 가장 중요한 채널이자 ‘얼굴’입니다. 그런데 서비스 정책이 확실치 않아 고객들의 불만이 누적되고 있습니다. 이를 해소하기 위한 해결 방안을 생각해 봤습니다.”

 여름으로 접어들던 7월 8일. 강원 원주시 ‘KT 원주 리더십 아카데미’에서 ‘1등 워크숍’이 열렸다. ‘고객상담 업무 지침 표준화’란 주제로 열린 워크숍 둘째 날, 본부장급 임원 4명이 참석해 직원들이 토론한 결과를 보고받는 시간이 마련됐다. 토론자 중 한 명이 브레인스토밍을 통해 도출된 제안 내용을 발표했다. 임원들은 발표 내용을 경청하며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

○ 소통 강화하는 ‘1등 워크숍’

▲ 2014년 9월 30일 열린 KT ‘1등 워크숍’에서 법인영업 담당 직원들이 고객 서비스 강화안을 놓고 토론을 벌이고 있다.
▲ 2014년 9월 30일 열린 KT ‘1등 워크숍’에서 법인영업 담당 직원들이 고객 서비스 강화안을 놓고 토론을 벌이고 있다.
  ‘1등 워크숍’은 2014년 9월, KT 내부에 ‘1등 DNA를 되살리자’는 취지로 도입됐다. 그해 1월 황창규 회장이 취임하면서 “자부심과 열정으로, 주력 사업인 통신을 다시 일으켜 ‘1등 KT’를 만들겠다”고 내세우면서 ‘1등 KT’란 모토가 새로운 핵심 가치로 자리매김했다.

 이 워크숍은 ‘끝장토론’과 유사한 형태로 운영된다. 첫날 토론은 때로 새벽 서너 시까지 이어지기도 한다. 서로 차이점만 주장하다 끝나는 끝장토론과 다른 점은 합리적인 해결방안을 수렴해 실현 가능한 대안을 찾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는 것이다.

▲ 2015년 3월 5일 열린 KT ‘1등 워크숍’에 참가한 한 직원이 토론 결과를 보드에 정리하고 있다. KT 제공
▲ 2015년 3월 5일 열린 KT ‘1등 워크숍’에 참가한 한 직원이 토론 결과를 보드에 정리하고 있다. KT 제공
 거의 매일 한 차례꼴로 열리는 워크숍의 주제는 각 부서가 발제하고, 기업문화실이 선별해 확정한다. 주제가 확정되면 40여 개에 달하는 그룹 내 관계사 가운데 해당 주제와 관련된 실무자들이 초빙된다.

 7월 8일 열린 워크숍에는 고객센터, 민원 접수와 관련된 15개 부서 관계자 35명이 참가했다. 이들은 700개가 넘는 KT의 상품 및 서비스와 관련해 고객들이 가장 많이 제기하는 불편사항과 개선방안을 고민했다. 특히 외국인 고객에 대한 서비스와 관련된 민원이 적지 않았다. 예컨대 외국인 고객이 가족 할인 결합을 신청할 때 내국인처럼 가족관계증명서를 요청한다는 점이 문제로 지적됐다. 국가별 형식도 다르고, 실제 증명서인지 검증도 제대로 안 되는 상황에서 서류를 제출하라고 하니 불만이 잇따랐던 것이다. 고객센터 직원들은 이를 해결하고 싶어도 본사 지침이 명확하지 않아 혼선을 빚고 있었다. 워크숍 참가자들은 이날 ‘가족관계증명서 대신 출입국사무소에서 발행하는 서류로 대체하자’는 쪽으로 의견을 모았다.

 참가자들은 이렇게 취합된 개선안을 ‘스폰서’인 임원들에게 제안했다. 참가자들을 ‘믿고 지지해 준다’는 의미에서 워크숍에 참가하는 임원들은 스폰서로 불린다. 이날 모인 마케팅, 영업, 고객서비스 분야 본부장급 임원 4명은 좀 더 검토가 필요한 4건을 제외한 30건의 제안에 대해 “모두 당장 실무에 적용하겠다”고 말했다. 임원 중 한 명은 “저희 임원들이 일을 잘 못해 문제가 생긴 듯하다. 제안한 내용은 끝까지 해결하도록 하겠다”며 “각자 현업에 돌아간 뒤에도 좋은 의견이 떠오르면 언제든 메일 또는 전화로 알려 달라”고 주문했다.

 이날 워크숍에 참가한 김태희 KT CS고객서비스본부 팀장은 “여러 부서가 얽혀 있어 몇 년에 걸쳐 풀리지 않던 난제들이 이틀 만에 해결되는 모습을 보니 울컥한 기분이 들 정도로 속이 시원했다”고 말했다.

 시행 만 2년을 갓 넘긴 현재까지 ‘1등 워크숍’에서 다뤄진 주제는 1400개가 넘는다. 토론자들이 제시한 개선안 가운데 임원들이 ‘실행하라’고 판단한 사항들은 관리번호가 매겨져 추적 대상이 된다. 토론에서 끝나지 않고 실제 적용되고 있는지 확인까지 마치는 것이다.

○ ‘국민 기업’에 필요한 혁신

 이 워크숍이 KT 내부에서 ‘혁신의 도구’로 자리 잡게 된 데는 ‘퍼실리테이터(facilitator·조력자)’의 공이 크다. 이들은 끝장토론의 진행자처럼 워크숍 진행을 맡는 사회자다. 그룹 내 각 조직에서 지원 및 추천을 통해 선발된 570명의 퍼실리테이터는 짧은 시간에 효과적인 결론을 도출할 수 있도록 회의를 끌고나간다. 고유의 업무와는 별개로 자원봉사 형태로 시간과 노력을 투입해야 하지만 워크숍 진행자는 지속적으로 늘고 있다. 회사 업무를 종합적으로 알아갈 기회가 되는 데다 조정이 성공했을 때 느끼는 뿌듯함이 크기 때문이다.

 모든 직원이 처음부터 ‘1등 워크숍’에 호의적이었던 것은 아니었다. ‘오래된 문제가 이틀 만에 해결되겠어’라거나 ‘회의를 위한 회의가 되지 않을까’ 같은 의심들은 “실제 이 워크숍을 통해 ‘손톱 밑 가시’를 제거할 수 있었다”는 경험자들에 의해 사라지기 시작했다.

 이 같은 노력은 실적으로도 이어지고 있다. KT는 올 1분기(1∼3월)에 매출 5조5150억 원, 영업이익 3851억 원(연결 재무제표 기준)을 낸 데 이어 2분기(4∼6월)에 매출 5조6776억 원, 영업이익 4270억 원을 확보했다. 분기당 영업이익 4000억 원대를 회복한 것은 2002년 1분기 이래 4년여 만에 처음이다. 무선통신 가입자당 평균매출(ARPU)은 3만6527원으로 이동통신 3사 중 1위다.

 2013, 2014년 연속 적자를 기록했던 KT가 지난해 영업이익 ‘1조 클럽’에 복귀했을 때만 해도 인력 구조조정에 따른 인건비 절감이 주효했다고 보는 시각이 많았다. 하지만 올해 상반기 성과를 보고 ‘KT가 뭔가 달라졌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KT 내부에서는 수동적이었던 기업문화가 능동적으로 변화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보고 있다. ‘1등 워크숍’이 바로 이러한 기업문화 혁신의 견인차 역할을 했다는 것이다.

 1등 워크숍을 주관하는 구현모 KT 경영지원총괄 부사장은 “직원들이 자발적으로 만들어내는 혁신이란 점에서 ‘1등 워크숍’은 그 성과뿐 아니라 취지만으로도 기업문화 향상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며 “올해로 131년의 역사를 맞는 KT가 한국의 대표 통신기업이자 ‘국민 기업’으로 거듭나기 위해 이러한 혁신 프로그램을 더 적극적으로 추진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김현진 기자 bright@donga.com
#kt#기업문화#워크숍#끝장토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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