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땡볕서 30분 기다려야 겨우 한 대”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8월 2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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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마을버스 249개 노선중 29개, 배차간격 20분 넘어

서울 강서구 송정중학교와 지하철 9호선 마곡나루역을 오가는 강서05-1번 마을버스의 배차 간격은 30분이다. 구로구 거성아파트와 개봉역을 오가는 구로12번 마을버스도 역시 30분 간격으로 운행된다. 배차 간격을 최소 25분 이내로 규정한 ‘여객자동차운수사업의 재정지원 및 한정면허 등에 관한 조례’ 위반이다.

23일 서울시가 국민의당 최판술 서울시의원(중구1)에게 제출한 ‘마을버스 운행 현황’에 따르면 시내 마을버스 249개 노선 중 배차 간격이 20분 이상인 곳은 총 29개에 달했다. 서초구 잠원고와 지하철 7호선 반포역을 오가는 서초01번, 화물터미널을 경유하는 서초20번 마을버스의 배차 간격은 무려 40분으로 가장 길었다. 서울시 조례는 배차 간격 최소 기준을 25분으로 규정하고 있지만 불편을 호소하는 시민이 많다. 서초20번 마을버스를 이용하는 박모 씨(48·여)는 “요즘 같은 무더위에는 20분 기다리기도 너무 힘들다”며 “배차 시간을 융통성 있게 조정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마을버스 운수업체는 조례에 따라 오전 6시 전에 첫차를, 오후 10시 이후에 막차를 배차해야 한다. 하지만 이를 제대로 지키지 않는 곳이 적지 않았다. 서울 마을버스 21개 노선은 오전 6시가 지나서 첫차를 배차했다. 성북구 정릉2동 일대를 다니는 마을버스의 첫 배차는 오후 1시 30분이었다. 최 의원은 “마을버스의 배차 시간이 길거나 첫차가 너무 늦게 오면 주 이용자인 교통 약자나 서민층이 피해를 볼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일부 운수업체는 “수요자가 많지 않거나 버스 수가 적기 때문에 배차 간격이 길다”고 항변한다. 하지만 서울시는 이런 문제점을 보완하기 위해 연간 약 110억 원을 마을버스 운수업체에 지원하고 있다. 이 중 적자를 내는 마을버스 노선의 손해를 보전하기 위해 지원한 돈만 지난해 약 77억 원이었다. 운수업체들의 의견을 감안해 지난해에는 마을버스 요금을 150원 인상했다.

서울시 지원에도 불구하고 마을버스 운전사들의 열악한 근무환경도 여전히 개선되지 않고 있다. 지난해 마을버스 운전사의 평균 임금은 206만 원. 지난해 요금 인상 덕분으로 올해 평균 임금은 소폭 오를 전망이지만 처우 개선을 요구하는 마을버스 운전사들의 호소가 계속되고 있다.

이에 따라 서울시 버스정책과는 마을버스 운행 실태에 대한 전수조사에 나섰다. 9월 말까지 134개 전체 운수업체의 경영 투명성 및 운행관리 실태를 조사 중이다. 서울시가 마을버스 운수업체를 전수조사하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재정지원금이 적절히 사용되고 직원 인건비가 잘 지급되는지, 수입금을 적정하게 관리하는지 중점적으로 확인하는 중”이라고 밝혔다.

노지현 기자 isityou@donga.com
#서울#마을버스#배차간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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