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NS ‘셀프 누드’ 열풍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8월 2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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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인 최모 씨가 인스타그램에 올린 ‘셀프 누드 사진’. 최모 씨 제공
직장인 최모 씨가 인스타그램에 올린 ‘셀프 누드 사진’. 최모 씨 제공
반라의 여성이 두 손으로 가슴을 감싸고 있다. 짧은 바지에 10cm 하이힐을 신은 그는 의자에 기대어 바닥을 응시한다. 벽에는 그림자가 드리워 고풍스러운 분위기를 풍긴다. 지난달 인스타그램에 올라온 이 사진의 주인공은 언뜻 보아선 전문모델 같지만 사실은 직장인 최모 씨(30·여)의 사진이다. 모두가 볼 수 있게 설정해 놓은 이 사진에는 2000개가 넘는 ‘좋아요’가 달렸다. 그는 “요즘 다들 자기 벗은 몸을 찍어서 올리니까 한번쯤은 찍어보고 싶었다”며 “벗은 몸을 아름다운 작품이라 여기기에 부끄럽거나 수치스럽지 않다”고 말했다.

최근 자신의 벗은 몸을 사진으로 찍어 인터넷에 올리는 이른바 ‘온라인 누드족(族)’이 많아지고 있다. 여성의 ‘벗은 몸’을 ‘성적 대상’이 아닌 ‘미적(美的) 대상’으로 보는 사회적 시선이 늘어나면서 생긴 현상이다. 또 젊고 아름다울 때의 몸을 간직하자는 자기만족 측면도 있다.

2, 3년 전만 해도 20대 후반, 30대 초중반 여성들 사이에서 유행했던 ‘셀프 누드촬영’은 최근엔 20대 초반뿐 아니라 10대 후반의 미성년자에게까지 퍼지고 있다. 취미로 일반인 누드사진을 촬영한다는 직장인 이모 씨(32)는 “20대 초반의 여성들도 높은 수위의 촬영을 원한다”며 “지난달에는 19세 고등학생에게도 연락이 온 적이 있는데 미성년자라 거절했다”고 말했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선 손쉽게 ‘누드 사진’을 찾을 수 있다. 인스타그램에 ‘세미누드’로 검색하면 2만672개(21일 정오 기준)의 게시물이 뜬다. 대부분 연예인이 아닌 일반인의 사진이다. 자신의 반라 사진을 인스타그램에 ‘전체 공개’로 게시한 한모 씨(23·여)는 “악성 댓글도 많지만 사람들이 ‘좋아요’를 누를 때 희열을 느낀다”고 말했다. 12년 차 사진작가인 이재준 씨(35)는 “1년에 50건 정도 촬영한다”며 “외설적인 느낌보다는 신체의 곡선미에 초점을 맞춰 예술 작품처럼 찍기 위해 신경 쓴다”고 말했다.

부작용도 있다. SNS에 올라온 누드 사진을 보고 ‘온라인 성희롱’을 하는 이들도 있다. 회사원 안모 씨(30·여)는 “몇몇 사람이 누드사진을 보고 ‘저 여자는 가벼울 것’이라고 치부하고 함부로 대하는 건 정말 불쾌하다”고 말했다.

배규한 국민대 사회학과 교수는 “대면이 불가능한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외적 아름다움을 극대화하는 사진을 통해 자기만족을 느끼며 정체성을 인정받고자 하는 행위”라며 “여성의 벗은 몸에 대한 남성 중심적이고 여성 차별적인 시각을 고발하는 현상으로도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지훈 기자 easyhoon@donga.com

#셀프 누드#온라인 누드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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