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가’로 진로 찾고 교사와 밀착 상담… “진학설계 참 쉽네”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7월 2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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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공적인 대입 준비]<3> 손쉽게 하는 입시 컨설팅

19일 오후 서울 노원구 청원여고에서 3학년 지혜 양(가명)이 대학 수시 지원을 앞두고 박문수 한국대학교육협의회 대입상담교사의 상담을 받고 있다. 박 교사는 교육부와 대교협이 만든 ‘대입 상담 프로그램’으로 전년도 합격·불합격생들의 샘플을 보며 지혜 양이 지원할 수 있는 대학을 알려줬다. 김경제 기자 kjk5873@donga.com
19일 오후 서울 노원구 청원여고에서 3학년 지혜 양(가명)이 대학 수시 지원을 앞두고 박문수 한국대학교육협의회 대입상담교사의 상담을 받고 있다. 박 교사는 교육부와 대교협이 만든 ‘대입 상담 프로그램’으로 전년도 합격·불합격생들의 샘플을 보며 지혜 양이 지원할 수 있는 대학을 알려줬다. 김경제 기자 kjk5873@donga.com
학생과 학부모가 시간당 20만∼30만 원씩 내고도 사설 입시기관에서 컨설팅을 받는 이유는 딱 하나다. 성적에 맞는 대학과 학과를 찾고, 합격 가능성을 알고 싶어서다.

교육부와 한국대학교육협의회의 대입정보포털 ‘어디가’(adiga.kr)가 개통됐을 때 많은 학생과 학부모가 아쉬워했던 이유도 성적대별 지원 가능 대학을 검색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각 고교 교사에게 진로 상담을 받으면 자기 성적에 맞는 대학도 알 수 있고, 전년도 합격·불합격생의 90만 개 성적 샘플을 통해 합격 가능성도 예측할 수 있다. 고교 교사는 교육부와 대교협이 2011년부터 매년 업데이트해 배포하는 ‘대입 상담 프로그램’을 이용하기 때문이다. 90만 개 샘플은 교사들이 전년도 합격·불합격생의 학교생활기록부 교과 성적(등급)을 자발적으로 올려 모인 것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어디가’는 모두가 볼 수 있는 사이트인 만큼 악용 가능성 때문에 해당 정보까지 공개할 수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어디가’를 통해 진로와 가고 싶은 대학을 정한 뒤 교사에게 상담을 받으면 사설 입시기관에 가지 않아도 진학 설계를 충분히 할 수 있다. 고교 2학년과 3학년의 실제 상담 사례로 공교육 현장에서 어디까지 진학 상담이 가능한지 알아봤다.

○ 90만 개 샘플로 합격 가능성 예측

“생명 관련 학과에 가고 싶은데요. 제 성적으로 어떤 전형에 지원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19일 서울 노원구 청원여고 3학년 지혜(가명) 양이 박문수 교사(대교협 대입상담교사)에게 물었다. 박 교사가 ‘어디가’의 대학입학정보 내 학과정보 코너에서 학과명에 ‘생명’이라고 검색하자 서울에서만 관련 학과가 40개 나왔다. 지혜 양의 학생부를 살펴본 박 교사는 말했다. “교과 성적이 2등급 초반으로 좋은 편이니 학생부교과전형이 있는 학교 중 합격 가능한 대학을 찾아볼까?”

우선 지혜 양이 관심 있는 동국대 생명과학과를 살펴보기로 했다. 박 교사가 대입상담프로그램에서 지혜 양을 선택한 뒤 지역은 서울, 계열은 자연, 대학은 동국대, 전형 유형은 학생부 위주, 모집단위는 생명과학과를 선택해 클릭했다.

2017학년도에 학생부교과전형으로 모집하는 인원은 6명이라고 나왔다. 2016학년도에 최초 합격한 3명, 추가 합격한 3명의 교과 성적 평균도 나왔다. 내신위치란에는 ‘하향’이라고 적혀 있었다. 전년도 합격생들보다 지혜 양 성적이 안정적이라는 뜻이다. 박 교사는 “이렇게 나와도 반드시 합격하는 건 아니지만, 충분히 써 볼 만하다는 거야. 면접 등 다른 것도 잘 준비하면 돼.”

“다른 대학도 찾아볼까?” 박 교사는 지혜 양의 성적에 지원 가능하다고 나온 대학들을 살펴봤다. 자기가 가고 싶은 대학과 학과를 정하고 진학 상담을 받는 학생도 있지만, 상당수는 “제 성적으로 ‘인-서울’ 할 수 있는 대학을 알려주세요”라고 말한다. 바람직한 사례는 아니지만, 이럴 때도 교사들은 대입 상담 프로그램에서 학생이 지원할 만한 대학을 찾아줄 수 있다.

“기계 쪽은 어때?” 박 교사는 경희대 기계공학과를 추천했다. “지혜는 과학 동아리 등 비교과 활동을 많이 했으니까 가장 많은 인원을 뽑는 학생부종합전형도 살펴보자.” 경희대가 ‘어디가’에 공시한 네오르네상스전형 2016학년도 합격생의 평균 교과 성적은 1.8등급. 그런데 대입 상담 프로그램에 나온 샘플 중 1.3등급은 불합격했고, 1.6등급은 합격했다. “비교과 활동 내역과 면접 결과에 따라 합격 가능성이 달라져”라고 박 교사가 말했다. 지혜 양은 “학생부종합전형은 원래 고려하지 않았는데 생각해 봐야겠다”라고 말했다.

○ 내 꿈에 맞는 학과 찾아 진로 설계

2학년 지나(가명) 양은 박 교사에게 “방송 관련 일을 하고 싶은데 어떤 학과를 가야 할지, 무슨 준비를 해야 할지 모르겠어요”라고 말했다. 예전에는 학생의 막연한 진로 관련 질문에 교사는 말로만 답해야 했다. 하지만 ‘어디가’를 활용하면 구체적인 상담이 가능하다.

박 교사가 ‘어디가’의 대학입학정보 내 진로정보 코너에서 직업명에 ‘방송’이라고 입력하자 방송연출가가 나오고 유사 직업으로 프로듀서가 검색됐다.

“관련 학과가 국어국문학과, 문예창작학과, 사회학과 등으로 다양하지? 이런 데를 나와도 방송연출가나 PD가 될 수 있어. 지나는 방송반에서 아나운서를 하고 있는데, 어떤 콘텐츠를 전하고 싶니? 그에 따라 학과를 정하는 게 좋아.”(박 교사)

“저는 의미 있는 걸 하고 싶어요. 역사 같은 거요.”(지나 양)

박 교사는 ‘어디가’의 학과정보 코너에서 학과명에 ‘사학’이라고 쳐 넣었다. 그리고 고려대와 경희대 사학과의 학과 정보를 보여줬다. 박 교사는 “같은 사학과여도 대학에 따라 서양사와 한국사 중 집중 분야가 다르지”라고 말한 뒤 학생부종합전형과 학생부교과전형의 2016학년도 합격생 점수를 보여줬다.

컴퓨터 화면을 보던 지나 양이 “학생부교과전형도 대학수학능력시험 최저학력기준이 있어요”라고 물었다. 박 교사는 “있는 학교도 있고 없는 학교도 있어. 수능 최저기준이 없으면 경쟁률이 센 편이야. ‘어디가’에 대학별 전형 정보가 나와 있으니 잘 살펴보렴”이라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박 교사는 “오늘 선생님이랑 대략적인 학과 정보를 알아봤잖아. 2학기 성적이 나오면 다시 이야기해 보자”라고 했다. 그리고 덧붙였다. “방송반은 PD가 되려는 사람의 99%는 할 테니 남다른 경험을 하면 좋겠어. 2학기 축제 때 의미 있는 방송 프로그램을 기획해 보면 어떨까?”

최예나 yena@donga.com·노지원 기자 zone@donga.com  
#대입 준비#진로 상담#어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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