샌더스 “힐러리 옆에 서 있을것”…지지자들 달래며 단합 호소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7월 2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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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민주당 전당대회/필라델피아 전당대회 첫날/이승헌 특파원 현장 르포]
e메일 파문에도 전폭적 지지 선언… 지지자들 환호성-흐느낌 뒤섞여
힐러리 黨내분 봉합 한 고비 넘겨
민주당 정강에 北인권 문제 포함 “北정권, 인권유린에 책임” 명시

이승헌 특파원
이승헌 특파원
“우리는 충분한 역사적 성취를 이뤄 냈습니다. 클린턴은 틀림없이 훌륭한 대통령이 될 것입니다. 나는 그를 25년 넘게 지켜봐 왔습니다. 그의 옆에 있다는 게 자랑스럽습니다.”

미국 민주당 전당대회 첫날인 25일(현지 시간) 연단에 선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75)은 경선 기간 치열한 선두 다툼을 벌였던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에 대한 지지를 명백한 어조로 선언했다. 샌더스발(發) 정치 혁명 완수에 연설 포커스가 맞춰질 것이라는 예상을 뛰어넘는 이날 발언은 e메일 파문에 흔들리는 당의 단합과 대선 승리를 위해 클린턴을 중심으로 뭉치자는 백발 노(老)정객의 간곡한 당부였다.

전당대회장인 펜실베이니아 주 필라델피아 웰스파고센터를 가득 메운 5만여 명의 민주당 대의원과 당원들 사이에서는 큰 함성이 터져 나왔다. e메일 파동 이후 클린턴 반대 운동에 나섰던 샌더스의 지지자들은 다소 당황스러운 표정을 지었지만 “버니”를 더 크게 외쳤고, 클린턴 지지자들은 “힐러리” “버니”를 번갈아 가며 환호했다. 클린턴은 전대장에 없었지만 남편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은 연설 도중 두 차례 일어나 박수를 쳤다.

언론들도 당을 구하기 위한 샌더스의 결단을 높이 평가했다. 뉴욕타임스(NYT) 로스앤젤레스 지국장 애덤 나고니는 “클린턴 지지 이유를 상세히 설명한 샌더스의 연설은 결국 표를 움직일 것”이라고 평가했다.

샌더스는 연설 전부터 전대 첫날의 주인공이었다. 오후 10시 50분경 연단에 오르자 일부 지지자들이 함성과 함께 울먹이기 시작했다. 지지자들의 열렬한 환호와 박수에 샌더스는 3분이 넘도록 연설을 시작할 수 없었다. 샌더스도 감격에 북받친 듯 쉽게 말을 이어 가지 못했다.

“생큐!”라는 말만 반복하기를 수차례. 팔을 아래로 내리며 간신히 지지자들을 진정시킨 뒤에야 샌더스는 30여 분 동안 격정적인 연설을 이어 갔다. 연설 시작은 전대 직전 불거져 샌더스 지지자들의 분노를 폭발시킨 민주당전국위원회(DNC) e메일 유출 파동이었다.

“대선 후보 선출 과정에 여러분이 실망하고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사실 나보다 실망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라며 논란을 피해 가지 않았다. 지지자들은 “버니를 백악관으로!”를 외쳤다. 열성적인 지지자들은 곳곳에서 눈물을 흘렸고, 흐느꼈다. 노정객은 깨끗하게 승부에 승복했으며, 경선 기간 한 치의 양보도 없는 사투를 벌였던 클린턴의 손을 들어줬다.

월스트리트저널은 “클린턴이 전투에서 이겼다면, 샌더스는 전쟁에서 승리했다”라고 보도했다. 민주당이 이날 채택한 정강정책에도 샌더스의 주장이 대거 반영됐다. 시간당 최저임금 15달러(약 1만7100원)로 인상, 건강보험 범위 확대 등 샌더스 정책이 포함됐다. 하지만 샌더스가 반대해 온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은 구체적으로 언급되지 않았다. 북한 문제에 대해서는 “북한 정권이 북한 주민들에 대한 중대한 인권 유린에도 책임이 있다”고 명시했다.

이날 전대장 안팎에서는 클린턴과 샌더스 지지자들이 하루 종일 일촉즉발의 충돌 위기까지 갔다. 스콧 보리스 씨는 트럼프 지지자들이 사용하던 ‘힐러리를 구속하라’는 피켓을 들고 나타나 클린턴 지지자들과 거친 말싸움을 벌였다. 미시간 주에서 온 마틴 제임스 씨는 “샌더스를 욕보이는 이 따위 전대는 필요 없다”라고 욕설을 퍼부었다.

샌더스 연설 후에도 지지자들은 분을 삭이지 못했다. 샌더스 측 대의원인 제사 루이스 씨는 기자와 만나 “힐러리 지지는 내가 샌더스에게 기대했던 게 아니다. 27일 팀 케인 부통령 후보 지명 과정에서 대의원들이 항의 차원에서 집단 퇴장할 것”이라고 말했다.

―필라델피아에서 이승헌 특파원 dd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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