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 시선/여영무]남중국해 판결과 중국의 대국주의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7월 2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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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영무 남북전략연구소장
여영무 남북전략연구소장
1992년 수교 후 한중 관계는 외교 경제적으로 급속하게 진전되었다. 그럼에도 두 나라 사이 각 부문에서 좁혀야 할 시각차는 적잖다.

한 예가 이달 12일 상설중재재판소의 남중국해 영유권 판결에 대한 시각차다. 중국은 ‘9단선’ 영유권에 법적 근거가 없다는 판결에 불복하며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반면 한국 외교부는 13일 “남중국해에서…비군사화 공약, 국제 행동규범에 따른 해결” 등 판결 승복에 무게를 두었다. 미국 일본의 반응과 궤를 같이한다.

판결 요지는 △중국의 9단선을 영유권으로 인정할 법적 근거가 없고 △난사(南沙)군도 내 200해리 배타적경제수역(EEZ) 권리를 가진 섬이 한 개도 없으며 △중국이 필리핀의 스카버러 섬(중국명 황옌다오·黃巖島)을 점령함으로써 주권을 침해했다는 것이다.

중국의 불복 근거는 “2000년간 보유한 남중국해 영유권”에 대한 재판관할권이 없으며 재판관 5명(2명은 필리핀 추천) 중 일본 출신 해양재판소장이 4명을 선정함으로써 공정성이 없다는 것. 하지만 해양법(121조)에 따라 관할권이 있으며 재판관 선정 때 중국 측이 자기 몫을 포기했기 때문에 해양법 제7부속서에 따라 해양재판소장이 나머지 재판관을 선정했을 뿐이다. 중국의 루캉(陸慷) 외교부 대변인은 해양법협약 미가입인 미국을 비판했다.

이번 중재재판소 판결은 해양법에 따라 암초와 섬의 기준을 명확히 했다는 점에서 해양질서 확립과 국제법 발전에 크게 기여했다고 할 수 있다. 9단선은 “천하에 중국의 땅이 아닌 것은 없다”고 한 왕조시대 유물로서 보편적 국제법 규범인 해양법에도 위배된다. 일본 정부와 아사히신문 등 주요 언론들은 오키노토리(沖ノ鳥) 인공섬에 불리한 판결임에도 지지했다.

중국 관영매체 CCTV는 최근까지 매일 전문가들을 등장시켜 판결의 부당성을 성토하면서 9단선 사수를 위한 범세계적 홍보 선전에 총력전을 펴고 있다. 중국의 한 전문가는 “중국은 미국과 겨룰 수 있는 군사적 능력이 충분하다”면서 전쟁도 불사할 뜻을 시사했다.

14억 ‘신중국’은 1세대 만에 비약적 발전 끝에 G2(주요 2개국)로 도약, 힘이 바깥으로 넘쳐흐른다. 시진핑 국가주석은 ‘중국의 꿈’을 말하고 중화주의자들은 지금의 융성한 국운이 당·명·청에 이은 ‘제4파(波)’라면서 목표를 향해 질주할 것을 독려하고 있다. 이런 대국주의가 남중국해 암초들을 군사기지로 만들어, 항해 자유를 방해하며 약소국들을 고압적으로 밀어붙이는 겁주기 행진을 벌이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주권 존중, 호혜·평등 같은 평화5원칙은 말장난에 불과하다. 중국이 극렬하게 반대하는 사드 배치도 북핵 관리를 건성건성 불성하게 한 중국의 자업자득이다.

중국은 이번 기회에 대국주의적 물량 공세와 조급하고 거칠고 투박한 외교 행태를 버리고 G2와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답게 국제규범과 보편가치에 따라 매력을 갖춘 외교로 전환해야 할 것이다.
 
여영무 남북전략연구소장
#남중국해 판결#중국#대국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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