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천 갯벌 바라보며 ‘천의 얼굴’을 그렸다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5월 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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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의 바다 그림대회’ 성황

생명의 바다 그림대회가 열린 충남 서천군 장항읍 서천군청소년수련관 주변 갯벌에서 다양한 바다 풍경을 화폭에 담은 학생들이 그림을 들고 즐거워하고 있다. 뒤로는 산업화의 상징이었던 옛 장항제련소 굴뚝이 보인다. 지명훈 기자 mhjee@donga.com
생명의 바다 그림대회가 열린 충남 서천군 장항읍 서천군청소년수련관 주변 갯벌에서 다양한 바다 풍경을 화폭에 담은 학생들이 그림을 들고 즐거워하고 있다. 뒤로는 산업화의 상징이었던 옛 장항제련소 굴뚝이 보인다. 지명훈 기자 mhjee@donga.com
충남 서천군 장항읍 서천군청소년수련관에서 열린 제2회 생명의 바다 그림대회 참가자들은 새하얀 도화지에 다양한 바다의 모습을 그려냈다. 서천은 한국의 대표적인 생태 도시로 꼽힌다. 특히 주변 갯벌에는 환경보전의 역사가 담겨 있어 생명과 환경을 주제로 한 그림들이 눈길을 끌었다.

○‘천의 얼굴’ 바다를 그리다

장항중앙초등학교 1학년 강태임 양(7)은 이번 대회가 처음 참가하는 미술대회였다. 긴장 탓인지 강 양은 자신의 스케치북에 꼼꼼하게 ‘리허설’을 한 뒤 대회용 도화지에 ‘실전 그림’을 그렸다. 강 양은 “실수를 하지 않으려면 미리 충분히 연습해야 한다”며 야무진 표정을 지었다. 어머니 안인희 씨는 “그림대회도 참여하고 야외 나들이도 하자고 했더니 여간 좋아하는 게 아니다”고 말했다.

삼림욕장인 송림을 지나 바닷가로 나가는 산책길에는 함께 도시락을 먹으며 즐겁게 대화하는 가족들이 많았다. 웹툰 작가를 꿈꾼다는 온양한올고(아산) 1학년 한지수 양(16)은 “화폭에 담는 바다는 교실에서 바라다 본 것이다. 전에 읽은 시(詩)에서 포착한 이미지에 서천의 바다를 가미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한 양의 옆에 있던 아버지 한보영 씨(41·의료업)는 갯벌과 바다를 연신 카메라 앵글에 담았다.

이날 접수된 그림에는 학생들이 상상하는 다양한 바다의 모습이 담겼다. 파도가 마녀의 백발로 변신하는가 하면 해양생물들은 각양각색의 표정을 짓고 있었다. 임동범 한국미술협회 서천군지부장은 “서천 대회가 2년째를 맞으면서 학생과 학부모의 관심이 크게 높아졌고 타 지역에서도 참가가 늘었다”며 “앞으로 지역의 명품 사생대회로 자리 잡길 바란다”고 말했다.

○ 생명의 바다, 그리고 생태의 도시


서천군청소년수련관 인근 송림삼림욕장. 충남예술고 학생들이 텐트에서 소나무숲 정취를 만끽하며 그림을 그리고 있다.
서천군청소년수련관 인근 송림삼림욕장. 충남예술고 학생들이 텐트에서 소나무숲 정취를 만끽하며 그림을 그리고 있다.
이날 화폭에 담긴 갯벌은 서천의 현대사에서 중요한 의미가 있는 현장이다. 정부는 1989년 서천군 장항읍(1223만 m²)과 전북 군산시(1381만 m²)가 맞닿은 바다를 메워 ‘군장국가산업단지’를 만들겠다고 발표했다. 이때 계획했던 산업단지의 장항 구역 부지가 바로 현 청소년수련관 앞 갯벌이었다.

그러나 산업단지는 20년 가까이 착공조차 되지 못했다. 결국 정부와 서천 주민은 길고 긴 협의 끝에 미래를 위해 ‘환경보전’을 선택했다. 산업단지 건설을 위해 무조건 갯벌을 매립하는 대신 보전을 위한 대안사업을 마련한 것이다. 그 대신 산업단지는 내륙으로 위치를 옮겨 친환경적으로 조성하기로 하고 서천에 국립생태원과 국립해양생물자원관을 유치했다. 이 두 기관은 현재 서천군 생태관광의 주축으로 부상했다. 서천군이 ‘생태의 도시’로 부상하게 된 이유가 여기에 있다. 노박래 서천군수는 생태 도시에 경제가 숨쉬게 하겠다며 투자 유치를 위해 열심히 뛰고 있다.

갯벌 한편에는 과거 산업화시대의 상징이었고 이후 대표적인 공해시설로 꼽히는 옛 장항제련소의 굴뚝이 보인다. 그 주변으로 대규모 철새 도래지가 펼쳐져 있다. 서천지역 환경사의 다양한 측면을 엿볼 수 있는 풍경이다.

김인수 서천군 문화관광과장은 “서천군 관광의 목표는 생태관광이고 이를 위해 생태 및 환경과 연관된 이야기를 관광자원으로 삼고 있다”며 “갯벌 인근에서 열리는 생명의 바다 그림대회는 굴곡진 역사를 가진 우리 지역 환경의 중요성을 잘 반영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명훈 mhjee@donga.com·이기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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