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발하듯 어휘력 느는 내 아이, 생각하는 힘도 이 시기에 자란다

  • 에듀동아
  • 입력 2016년 3월 18일 16시 0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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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가 코 자, 자장자장, 엄마 미안, 아빠랑 잘 건데, 밖이 깜깜해요…”
아이가 내뱉는 단어들을 일기 쓰듯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기록하던 지유 엄마가 단어 받아쓰기를 멈춘 건 두 돌 전후였다. 그맘때 아이는 엄마가 미처 기억하고 받아쓰지도 못할 만큼 수다스러워졌다. 아이는 음식을 하고 있는 엄마 곁에 주방놀이 장난감을 들고 와 요리하는 흉내를 내며 혼자 중얼대기도 하고, 퇴근한 아빠를 눕혀놓고는 병원놀이를 한다며 부산을 떨기도 했다. ‘제법 그럴싸하게 흉내내는구나’ 하고 여기기에는 아이가 내뱉는 말이 예사롭지 않았다. 두 살이 이런 말도 할 수 있나 싶을 만큼 아이의 어휘력이 무궁무진했던 것. 지유 엄마는 뒤늦게 읽은 육아 책에서 그 시기가 ‘어휘 폭발기’라는 걸 알았다.

생후 10개월쯤 첫 단어를 말하게 되는 영아는 18개월이 되면 50개 정도의 단어를 말하게 된다. 이후 6개월간 말이 부쩍 늘어 24개월이 되면 300개 정도의 단어를 말하게 된다. 18개월 동안 50개의 단어를 말하는데 반해, 놀랍게도 6개월 사이에 말할 수 있는 단어의 수가 5배가량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것. 아이가 하루하루 말하는 단어를 그래프로 그린다면 24개월 전후로 그래프의 경사가 수직이 될 만큼 아이가 말하는 단어 수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한다. 그래서 이 시기를 ‘어휘폭발기’라 부른다.

부모라면 누구나 이 시기에 아이의 말이 부쩍 는다는 걸 알아차린다. 하지만 종알종알 수다가 느는 아이를 흐뭇하게 바라보기만 한다면 이 시기 발달의 중요한 특징을 놓칠 수도 있다. 세계적인 언어학자 촘스키에 따르면 아이들은 언어를 쉽고 빠르게 배울 수 있는 ‘언어습득장치(LAD)’를 갖고 태어난다. 하지만 타고난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언어가 발달하고 언어를 쉽고 빠르게 배울 수 있는 시기에 어떤 언어적 자극을 받았는지가 중요하다.
실제로 인도에서 발견된 늑대소녀의 예에서 알 수 있듯, 어린 시절 말을 제대로 배우지 못하면 이후 언어교육을 받더라도 제대로 말을 하고 의사소통하기는 어렵다. 어른들보다 아이들이 외국어를 더 빨리 배우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생후 24개월 전후 아이의 어휘가 폭발하듯 증가하는 때 어떤 언어적 자극을 주었느냐에 따라 유아의 언어 발달은 큰 차이를 보인다. 아이에게 하루에 건네는 단어의 양은 물론 질에 따라서도 아이의 어휘발달은 달라진다. 양적으로나 질적으로 풍부한 언어 환경을 의도적으로 제공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단순히 말을 잘하는 아이로 키우기 위한 것이 아니다. 빠르게 느는 말만큼이나 이 시기에는 아이가 갖고 있는 세상에 대한 호기심과 생각도 동시에 자란다. 이 시기 유아의 또 다른 특징은 “이거 뭐야?”를 반복한다는 것. 세상 모든 것이 궁금한 이 시기, 유아의 사물에 대한 호기심은 문자에 대한 호기심으로 확장된다. 두세 살, 아직 문자를 배우기에는 어리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어휘폭발기에 문자 세계에 대한 경험은 아이가 세상을 보다 확장해서 볼 수 있도록 돕는다. 읽기를 통한 다양한 경험이 생각을 키우기 때문이다. 따라서 말이 빠르게 느는 시기에 문자를 경험하는 것은 이후 아이의 학습능력, 사고력, 지능 등에 영향을 미친다.

실제로 한솔교육연구원(구 한솔교육문화연구원)에서 한글 학습을 시작한 시기를 30개월 이전과 이후로 나눠 42개월이 되었을 때 아이들의 낱말읽기 수준을 비교한 결과, <신기한 한글나라>로 30개월 이전에 한글을 배우기 시작한 아이들의 수준이 월등히 높았다. 낱말읽기 수준은 4배까지 차이가 났으며, 또한 지능검사에서도 더 높은 점수를 받았다.
이후 시간이 흐를수록 사고력과 창의력의 격차는 더 커진다. 언어는 생각의 도구이기에, 어휘가 풍부할수록 생각의 폭 또한 넓어지는 것이다.

기억하자. 아이가 종알종알 수다가 늘어갈 때, 글자에 호기심을 보일 때, 그때가 바로 한글을 배울 때라는 것을.

김정미 원장 (한솔교육연구원장-발달심리학 박사)중앙대학교 심리학박사(발달심리)미국 케이스웨스턴리저브 대학 박사 후 연구원반응성 교수 커리큘럼 전문가한국심리학회 공인 발달심리전문가전 백석예술대학교 사회복지학부(영유아보육 전공) 조교수현 한솔교육연구원 원장, 한솔미래교육아카데미 원장,한국RT센터 소장
김정미 원장 (한솔교육연구원장-발달심리학 박사)

중앙대학교 심리학박사(발달심리)
미국 케이스웨스턴리저브 대학 박사 후 연구원
반응성 교수 커리큘럼 전문가
한국심리학회 공인 발달심리전문가
전 백석예술대학교 사회복지학부(영유아보육 전공) 조교수
현 한솔교육연구원 원장, 한솔미래교육아카데미 원장,한국RT센터 소장


동아닷컴 교육섹션 김재성 기자 kimjs6@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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