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관피아 방지법’ 위의 관피아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3월 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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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한기관 재취업 2014년 209명→2015년 426명… 法 시행됐는데도 2배로
기관장 아닌 ‘2인자’ 취업 등 꼼수

‘관(官)피아’가 부활하고 있다. 관료와 마피아의 합성어인 관피아는 정부 부처에서 일하다 유관 기관이나 협회, 기업 등의 요직으로 자리를 옮긴 퇴직 공무원을 말한다. 2년 전 세월호 참사 당시 우리 사회의 대표적 적폐(積弊)로 꼽혔다. 정부가 이를 막기 위해 1년 전 공직자윤리법을 개정했지만 관피아는 강화된 법망도 피해 가면서 배출되고 있다.

1일 인사혁신처에 따르면 지난해 정부가 정한 취업 제한 기관에 들어간 4급 이상 퇴직 공무원(감사, 조세 등 일부 인허가 업무 부서는 7급 이상)은 426명에 이른다. 올해는 1월에만 벌써 50명이나 된다. 세월호 참사가 발생했던 2014년에는 209명으로, 2013년(264명)에 비해 줄었다. 지난해 3월 ‘관피아방지법’으로 불리는 새로운 공직자윤리법이 시행됐지만 오히려 1년 만에 2배 이상으로 늘어난 것이다.

특히 정부 부처의 유관 기관이나 협회에 자리를 잡는 고위공무원의 행렬이 끊이지 않고 있다. 개정 공직자윤리법 시행 이후 올 1월까지 4급 이상 퇴직 공무원 82명이 심사를 통해 유관 기관 또는 협회의 임원이 되거나 취업이 결정됐다. 이 중에는 공무원 출신이 차지하던 기관·협회장 자리에 민간인 출신 인사를 앉혀 비판 여론을 피한 뒤 퇴직 공무원을 핵심 보직에 슬그머니 영입한 사례도 있다. 전문건설공제조합은 지난달 국토교통부 고위공무원 출신 인사를 전무로 선임했다. 이곳은 2014년 11월 퇴직 공무원이 이사장을 맡던 관행을 깨고 대기업 출신 인사를 영입해 관피아 개선의 ‘신호탄’으로 주목받았던 곳이다.

개정 공직자윤리법 시행에 따라 공직자윤리위원회의 취업 제한 여부 심사를 받아야 하는 기간이 퇴직 후 2년에서 3년으로 늘어났다. 심사를 받아야 취업할 수 있는 기관도 확대됐다. 그러나 모호한 기준으로 업무 관련성을 판단하다 보니 관피아를 막기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 정부 부처 관계자는 “세월호 참사 당시 유관 기관 재취업에 몸을 사렸던 공무원 사회 내부의 인식이 시간이 흐르면서 ‘법만 피하면 된다’는 식으로 바뀌었다”고 말했다.

황태호 taeho@donga.com·송충현 기자
#관피아#공직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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