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해엽 前서울대 교수 “세계적 한국 음악가요? 정명훈 다음에는 조성진이 되겠지요”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2월 2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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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어떻게?]원로 바이올리니스트 양해엽 前서울대 교수

양해엽 전 서울대 교수는 후배 양성에도 큰 관심을 기울였다. 그는 2007년 동아음악콩쿠르 ‘양해엽 상’ 제정 및 운영기금 5000만 원을 쾌척했다. 지금도 바이올린 부문 수석 입상자에게 상금과 함께 수여되고 있다. 그는 “당시 귀국했을 때 후배들이 좋은 뜻에 써 달라며 모은 2300만 원에 사비를 합쳤다. 내가 할 일을 뒤늦게 했을 뿐이다”라고 말했다. 김경제 기자 kjk5873@donga.com
양해엽 전 서울대 교수는 후배 양성에도 큰 관심을 기울였다. 그는 2007년 동아음악콩쿠르 ‘양해엽 상’ 제정 및 운영기금 5000만 원을 쾌척했다. 지금도 바이올린 부문 수석 입상자에게 상금과 함께 수여되고 있다. 그는 “당시 귀국했을 때 후배들이 좋은 뜻에 써 달라며 모은 2300만 원에 사비를 합쳤다. 내가 할 일을 뒤늦게 했을 뿐이다”라고 말했다. 김경제 기자 kjk5873@donga.com
《 “한국의 세계적인 음악가요? 정명훈 다음에는 조성진이지요. 우리 애들요? 대가라고 할 수 있지만 아직도 허허.” 22일 서울 광진구 자택에서 만난 원로 바이올리니스트 양해엽 전 서울대 음대 교수(87)는 2시간 넘는 긴 인터뷰에도 흐트러짐 없이 말을 이어 나갔다. 》
올해 우리 나이로 미수를 맞은 그는 다음 달 뜻 깊은 행사를 맞는다. 그의 아들들이자 형제 음악가인 바이올리니스트 양성식(50·대구가톨릭대 교수)과 첼리스트 양성원(49·연세대 교수)을 비롯해 국내 실력파 연주자들이 3월 9일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양해엽 선생께 헌정하는 사랑의 콘서트’를 연다. 두 아들이 기획한 때문인지 콘서트 이야기를 하며 그의 입가에 미소가 가득했다.

양 전 교수는 국내 1세대 바이올리니스트다. 중학교 때 우연히 라디오에서 클래식 음악을 듣고 바이올린을 구입해 독학으로 배웠다. 바이올린을 전문적으로 배우고 싶어 1955년 프랑스로 유학을 떠났다.

‘양해엽 선생께 헌정하는 사랑의 콘서트’를 앞두고 양성원 양해엽 양성식(왼쪽부터) 삼부자가 모여 포즈를 취했다. 지클레프 제공
‘양해엽 선생께 헌정하는 사랑의 콘서트’를 앞두고 양성원 양해엽 양성식(왼쪽부터) 삼부자가 모여 포즈를 취했다. 지클레프 제공
“당시 프랑스 파리는 세계 유명 음악가가 모인 곳이었어요. 파리에서 머문 4년 동안 꿈에서만 볼 수 있었던 전설적 음악가들을 모두 봤어요. 나만큼 20세기 중반 활약했던 음악가들을 많이 본 사람은 없을 겁니다. 자랑거리 중 하나죠.”

유학을 떠나기 전 그는 운명적인 인연을 맞는다. 세계적인 바이올리니스트 정경화를 직접 가르친 것. 그는 바이올리니스트 김남윤과 피호영 등 국내 대표 음악인들을 많이 가르쳤지만 가장 기억에 남는 제자로 정경화를 꼽았다.

“1954년에 정경화를 처음 봤어요. 정경화 모친이 만나자고 해서 집에 갔더니 꼬마가 바이올린 연주를 들려주더군요. 잘하지는 못했지만 뭔가 그 안에 보이는 것이 있었어요. 뭘 해도 크게 될 아이라 생각해 1년 반 열심히 가르쳤어요. 지금도 정경화는 누군가에게 저를 소개할 때 ‘제 스승입니다’라고 이야기해요. 고마운 일이죠.”

그의 4남매 중 장남 양성식과 차남 양성원이 세계적 음악가로 성장했다. 하지만 이들도 여전히 그의 비평을 두려워한다. 양 전 교수의 아내인 서정윤 씨(78)는 “아들들이 연주회가 끝나면 ‘아버지가 뭐라고 했어요?’ ‘연주 좋아하셨나요?’라고 묻는다. 정말 냉철하게 비평한다”고 했다.

그는 최근 피아니스트 조성진 등 젊고 재능 있는 음악인의 등장으로 한국 클래식 음악이 발전한 것을 기뻐했다. “말도 못 하게 발전했어요. 특히 조성진을 보면 놀라워요. 병이 날 만큼 열심히 연습하는 스타일이에요. 다른 사람 같으면 병이 나겠지만 조성진은 그렇게 하면 할수록 더 잘하는 손을 가졌어요. 세계적으로 손꼽히는 피아니스트가 될 겁니다.”

70년 넘게 음악인의 길을 걸은 그는 다시 과거로 돌아간다고 해도 음악을 선택할 것이라고 말했다. “저는 누가 시켜서 음악을 배운 게 아니에요. 제가 좋아서 바이올린을 시작했어요. 다만 과거로 다시 돌아갈 수만 있다면 좀 더 이론적으로 파고들고 싶어요.”


김동욱 기자 creating@donga.com
#양해엽 전 교수#정경화#정명훈#조성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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