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룸/신수정]소소한 행복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월 1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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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수정 산업부 기자
신수정 산업부 기자
새해 1월 1일 주요 기업 최고경영자(CEO)들은 일제히 신년사를 발표한다. 새해 벽두부터 몰아치는 중국발(發) 쇼크에 좀처럼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 산업 전망, 산적한 기업 구조조정 문제 등으로 한국 경제를 걱정하는 목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리는 1월이다. 이런 분위기가 신년사에도 고스란히 반영돼 위기, 변화, 경쟁, 구조 같은 단어가 자주 언급됐다. 이런 가운데 올해 경영 화두를 약간은 한가해 보이는 ‘행복’으로 꼽은 CEO들이 있어 눈길을 끈다. 지난해 이른바 ‘땅콩 회항’ 사건으로 장녀를 구치소에 보내야 해 개인적으로 불행한 시간을 보냈을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이 대표적이다. 조 회장은 “항공 수송은 여행과 만남, 물품의 전달을 통해 고객에게 행복을 전하는 게 참 의미”라고 말했다. 해외여행의 시작과 끝은 공항과 비행기 안이다. 이 두 곳에서 좋지 않은 경험을 하게 되면 그 여행은 추억으로 남기 어렵다. 이런 점에서 행복의 전달은 항공업의 본질을 잘 꿰뚫은 경영 화두인 셈이다.

올해 경영 목표를 ‘탁월함을 향한 도전’으로 잡은 조용병 신한은행장도 이를 이루기 위해 행복한 조직을 강조했다. 조 행장은 “직장에서 느끼는 행복감이 업무 성과와 문제해결 능력을 높인다”며 “행복한 신한을 만들려면 조직 분위기를 좌우하는 리더들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리더들에게 직원들을 향한 따뜻한 격려와 칭찬을 아끼지 말라고 주문했다.

많은 사람들이 새해 덕담으로 ‘올 한 해 행복하세요’라고 말한다. 행복은 우리가 일상에서 자주, 쉽게 사용하는 친밀한 단어다. 하지만 ‘당신은 행복합니까’라는 질문에 ‘네, 정말 행복합니다’라고 자신 있게 답할 수 있는 이는 많지 않을 것 같다.

행복을 연구하는 수많은 학자가 공통으로 추천하는 행복해지는 첫 번째 방법은 일상에서 자주 소소한 즐거움과 기쁨을 느끼는 것이다. 시시해 보이는 즐거움을 여러 형태로 자주 느끼는 이들이 강도가 센 즐거움을 가끔 느끼는 이보다 훨씬 행복하다는 사실은 여러 연구를 통해 입증된 바 있다.

행복학의 거장인 대니얼 길버트 미국 하버드대 교수(심리학)는 2012년 하버드비즈니스리뷰(HBR)와의 인터뷰에서 “무엇이 우리를 행복하게 하는지 생각할 때 유명 영화배우와 데이트를 하거나 퓰리처상을 타거나 요트를 사는 등의 강렬한 사건을 떠올리는 경향이 있지만 매일 조금 기쁜 일을 수십 번 경험하는 사람이 매우 기쁜 일을 한 번 경험하는 사람보다 행복하다”고 말했다. 어떻게 하면 행복해질 수 있느냐는 질문에는 “편안한 신발을 신고, 부인에게 키스하고, 감자튀김을 먹는 등의 사소한 행동을 하라”고 답했다. 행복을 가져오는 것들은 뻔하고 사소하며 많은 시간이 필요하지 않지만 매일 꾸준히 해야 결실을 맺을 수 있다는 조언과 함께.

곰곰이 생각해보니 오늘도 잠시나마 나를 미소 짓게 한 것들이 제법 많았다. 아침마다 마시는 커피, 잘 다녀오라고 손 흔들어주는 아들, 기사 잘 읽었다는 지인의 연락, 애용하는 쇼핑몰의 배달 완료 문자까지 모두 즐거움과 기쁨을 가져다준 순간이었다. 매일 흘러가는 일상에서 누구도 대신 해줄 수 없는 자신만의 행복 찾기로 많은 이들이 행복해졌으면 좋겠다.

신수정 산업부 기자 crysta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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