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외국인선수 다년계약’ 숙제 남겨
떠나는 앤디 밴 헤켄(36·세이부·사진)은 무엇을 남겼나.
4년간 넥센의 에이스로 군림한 밴 헤켄이 일본프로야구 세이부로 이적했다. 넥센은 4년간 활약한 팀의 주축 투수를 잃었지만, 30만달러(약 3억5000만원)를 ‘트레이드 머니’로 챙겼다. 몇몇 야구인은 “결초보은(은혜를 잊지 않고 갚다)”이라고 우스갯소리를 했다. 이유가 있다. 외국인선수가 원 소속팀에 이적료를 남긴 KBO리그 첫 번째 사례이기 때문이다.
이처럼 밴 헤켄은 넥센에 고별선물을 남겼지만, KBO리그 전체에도 적지 않은 시사점을 안겼다. KBO는 매년 통일계약서를 받는다. 이는 외국인선수에게도 마찬가지. 1년 단위로 계약서를 경신하면서 사실상 다년계약이 불가능한 구조다. 그러나 구단들은 통일계약서를 준수하면서도 외국인선수들과 구두 또는 다른 방식으로 다년계약을 맺고 있는 실정이다. 외국인선수들이 1년 계약을 꺼리기 때문에 2년 또는 1+1년 형태가 많다.
그렇다고 다년계약이 능사는 아니다. 단점도 명확하다. 외국인선수들의 먹튀(먹고 튀는)와 태만 등을 배제할 수 없다. 또 에이전트들의 농간에 외국인선수 시장이 휘둘릴 수도 있다. 구단들이 위험부담을 감수해야 하기 때문에 다년계약이 쉽지 않다.
KBO도 이런 사실을 파악하고 있다. 이 때문에 외국인선수 다년계약 허용에 대해 KBO는 소극적이다. KBO 정금조 운영육성부장은 26일 “당장 룰을 바뀔 계획은 없다. 구단들이 융통성을 가지고 제도의 취지를 활용하면 된다”고 말했다.
박상준 기자 spark47@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