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래 11월은 극장가의 대표적인 비수기다. 여름방학과 추석 대작의 흥행세도 사그라지고 겨울방학 특수를 노린 대작은 개봉하기 전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올해는 다르다.
5일 개봉한 ‘검은 사제들’은 24일 450만 관객을 넘어선 데 이어 500만 고지도 쉽게 돌파할 것으로 전망된다. 19일 개봉한 ‘내부자들’도 같은 날 관객 수 200만 명을 기록해 손익분기점(제작비 75억 원·약 230만 명)을 눈앞에 두고 있다. 역대 청소년관람불가 영화 중 가장 빠른 흥행 속도다. 두 영화의 릴레이 흥행 덕분에 올해 11월 한국 영화 관객 수는 최근 3년 새 최다인 767만6000여 명을 기록했다. 지난해의 3배에 가깝다.
○ 남자 영화 vs 여자 영화
두 영화는 모두 흥행에 불리한 요소를 안고 출발했다. ‘검은 사제들’은 한국 관객에게 낯선 신비적이거나 초자연적인 소재를 다루는 오컬트 장르다. ‘내부자들’은 무거운 소재에 청소년관람불가 판정으로 관객층이 두껍지 않았다. 지난해 스캔들 이후 흥행이 부진했던 이병헌의 비중이 높은 것도 불안 요소였다.
‘내부자들’은 ‘한국형 누아르’로 불리며 남성 관객들 사이에서 인기가 높다. 이 작품 예매 관객의 남녀 성비는 46 대 54다. CGV 관계자는 “‘내부자들’이 개봉한 주 전체 영화의 남녀 관객 성비는 4 대 6으로 ‘내부자들’의 남성 관객 비율이 다른 작품들보다 높았다”고 말했다. ‘내부자들’의 남성 관객 중에서는 20대와 30대가 각각 39.7%와 37.4%로 특히 높게 나타났다.
‘검은 사제들’은 공포영화 선호도가 높은 10, 20대 여성 관객을 끌어들이며 흥행했다. CGV 리서치센터의 예매 관객 분석에 따르면 지난 주말까지 ‘검은 사제들’을 관람한 관객의 절반 이상인 51.1%가 10, 20대였다. 전체 관객 중 여성의 비율은 65.4%로 ‘여성 쏠림 현상’이 일어났다.
○ ‘악마적 연기력’ 이병헌 vs ‘우아생강’ 강동원
‘검은 사제들’ 흥행에는 주인공 최 부제 역을 맡은 강동원의 힘이 컸다. 요즘 인터넷에는 ‘우아생강’ 혹은 ‘생강’이라는 강동원의 별칭이 뜨고 있다. ‘우주에서 가장 아름다운 생명체 강동원’의 준말이다. “동네 성당 신부님이 ‘검은 사제들’을 본 뒤 ‘그런 얼굴이면 신부 안 한다’고 하더라” 식으로 강동원 ‘미모’를 찬양하는 얘기들이 떠돈다. 그만큼 사제복 입은 강동원이 화제라는 얘기다.
강유정 영화평론가는 “강동원은 줄거리를 끌어가기보다는 상대를 받아주는 역, 다소 상처가 있으면서도 순수한 인물을 연기할 때 폭발력이 큰데 ‘검은 사제들’에서 적역을 맡았다. 오컬트 영화가 낯선 관객들에게 일종의 완충작용을 했다”고 설명했다.
‘내부자들’ 역시 이병헌을 포함해 검사 우장훈 역의 조승우 등 주·조연들의 탄탄한 연기가 흥행을 이끌고 있다. 포털 사이트 관람평에도 “이병헌의 연기력은 악마적” “출연자 모두 연기의 신” 등 연기력을 칭찬하는 내용이 많다. 여기에 속도감 있는 전개와 정·재계 유착과 그 이면에 대한 관객들의 호기심을 자극한 것이 성공 요인으로 풀이된다.
전종혁 영화평론가는 “‘베테랑’에서 알 수 있듯 신념이나 정의가 승리하는 결말의 영화가 최근 좋은 성적을 내고 있다. 주인공들의 복수극이 성공을 거두는 ‘내부자들’, 소녀를 구원해내는 ‘검은 사제들’의 결말이 관객들에게 만족감을 준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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