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무조사 무기로… 국세청 비리 2題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1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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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 큰 세무서장 집무실서 5000만원 돈가방 꿀꺽

경찰청 특수수사과는 포장용 상자 제조업체 대표에게서 세무조사를 잘 봐달라는 청탁과 함께 5000만 원을 받은 혐의로 대구지방국세청 소속 국장 김모 씨(57)를 구속했다고 25일 밝혔다. 김 씨와 제조업체 대표의 만남을 주선한 일선 세무서 조사팀장 배모 씨(52)는 뇌물수수 혐의로, 대표 홍모 씨(66)는 뇌물공여 혐의로 각각 불구속 입건됐다.

경찰에 따르면 연매출 200억 원 규모의 제조업체를 운영하는 홍 씨는 개인사업체에서 법인으로 전환하면서 올해 초 45일간 첫 세무조사를 받았다. 세무조사 기간 동안 배 씨는 부하 직원과 함께 제조업체에 수시로 각종 회계자료를 요구했다.

홍 씨는 배 씨에게 “세무조사가 너무 힘들다. 세무서장에게 인사를 할 테니 만나게 해 달라”고 수차례 부탁했다. 배 씨는 세무조사가 진행되던 3월 27일 세무서장실로 홍 씨를 데리고 가 당시 세무서장 김 씨를 만나게 했다. 이어 4월 1일 홍 씨는 다시 세무서장실로 김 씨를 찾아가 5만 원권 현금 5000만 원이 담긴 노트북 가방을 전달한 혐의를 받고 있다. 세무조사 결과 홍 씨 업체에는 세금이 10억 원가량 부과됐다. 경찰은 배 씨가 세금을 부풀려 부과할 것처럼 말한 뒤 정상적으로 부과한 것으로 보고 있다.

경찰은 홍 씨가 은행에서 5000만 원을 인출한 사실을 확인하고 “홍 씨가 세무서장실에 노트북 가방을 들고 갔다 나올 때는 빈손이었다”는 홍 씨 운전기사의 진술을 확보했다. 하지만 김 씨는 “돈 받은 사실이 없다”며 혐의를 전면 부인하고 있다. 경찰은 올해 1월부터 10월까지 부패비리 특별단속을 벌여 공무원 776명을 검거해 33명을 구속했다. 이들이 받아 챙긴 뇌물 액수는 총 63억5000만 원으로 집계됐다.


▼ ‘해결사 부업’ 간부 “땅 분쟁 정리해줄게 12억 달라” ▼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4부(부장 배종혁)는 부동산 분쟁에 얽힌 사람에게 세무조사와 형사고발로 압박해 12억 원을 받기로 한 혐의(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 등)로 국세청 4급 직원 이모 씨(54)를 구속 기소했다고 25일 밝혔다.

검찰에 따르면 이 씨는 2011년 10월 골프장 업주 A 씨와 부동산 소유권 다툼을 벌이고 있는 김모 씨(60·여)에게 접근해 “분쟁에서 이길 수 있도록 해줄 테니 부동산 소유권을 되찾으면 12억 원을 달라”고 요구하고 ‘지불각서’를 작성하게 한 혐의다. 이 씨는 김 씨가 국세청에 제출할 A 씨의 탈세 제보서까지 대신 작성해주고 활동비 명목으로 1000만 원을 받기도 했다.

검찰은 이 씨가 2012년 10월 과세처분 취소를 원하는 업체의 부탁을 세무공무원에게 전달하고 500만 원을 받는 등 민원인 청탁을 사적으로 처리한 혐의도 파악했다. 검찰은 이 씨와 공모한 우모 씨(50·여) 등 2명과 김 씨도 불구속 기소했다.

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
변종국 기자 bjk@donga.com
#국세청#세무조사#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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