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를 대표하는 소설가이자 영화감독인 고 마리오 솔다티가 극찬했듯 와인 종주국인 이탈리아에서 와인이 갖는 위치는 특별하다. 특히 이탈리아 중서부의 토스카나 주는 온화한 기후, 알맞은 일조량, 적절한 고도까지 갖춰 ‘와인의 땅’이라 불릴 정도로 이탈리아 최대, 최고의 와인 생산지역이다.
토스카나의 주도인 피렌체에서 110km 정도를 가면 나오는 몬탈치노 마을은 이탈리아에서도 고급 와인으로 쳐주는 ‘브루넬로 디 몬탈치노’를 생산하는 곳으로 유명하다. 이 때문에 이곳에는 몇 대를 걸쳐 내려오는 유명 와이너리도 많다. 하지만 최근 이런 쟁쟁한 와이너리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며 몬탈치노 와인의 새로운 강자로 떠오른 여성 와인메이커 스텔라 디 캄팔토 씨(43)를 17일 서울 종로구의 한 식당에서 만났다.
밀라노 출신으로 로마 등 대도시에서만 살았던 ‘도시녀’가 조그만 시골 마을로 귀농하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결혼 후 시아버지로부터 물려받은 몬탈치노의 저택에 잠시 머물기 위해 갔던 것이 우연의 시발점이었다. 스텔라 씨는 “당시 두 딸이 심한 비염을 앓고 있어 일주일간 머물기 위해 내려왔는데 상태가 많이 좋아져 이곳에 머물게 됐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냥 무턱대고 시골에 있을 수는 없는 법. 스텔라 씨가 선택한 작물은 주변 농가에서 전부 재배하던 포도였다. 이탈리아 농촌도 한국처럼 노인들이 많아 20대 여성이 시골에서 농사를 짓는다는 것은 파격적인 일이었다. 그는 “항생제로도 치료가 되지 않던 딸들이 이곳에서 자연스레 면역력을 가지게 되는 것을 보면서 자연히 유기농법에 관심이 갔다”고 밝혔다.
2000년 ‘바이오다이내믹’ 농법을 주창하는 프랑스인 니콜라 졸리와의 만남은 우연에 기름을 부었다. 현재 유럽의 많은 농민들이 선택한 바이오다이내믹 농법은 유기농 재배법을 극대화시킨 것으로 땅의 근본적인 힘을 길러주는 것이 목표다. 비료를 거의 사용하지 않고 포도나무에서 생성된 자연스러운 퇴비를 사용한다. 스텔라 씨는 “바이오다이내믹 농법은 땅과 나무 자체의 면역체계를 강화시키고 포도 재배지 내에 생태계를 구축하게 한다”고 설명했다. 그의 농법은 2002년 처음 시작한 이후 몇 년이 지나자 빛을 봤다. 다른 농장에서 포도이파리를 갉아먹는 빨간 거미가 생겼을 때 이 농장에는 거미의 천적이 있어 피해가 크지 않았다. 밀라노대학 양조연구소의 연구진도 그의 재배법에 관심을 갖고 5년간 조사해본 결과 다른 농지보다 이로운 미생물의 수가 더 많음을 발견했다.
포도 재배 방식뿐 아니라 오크통에서 한달 간 발효할 때도 바이오다이내믹 요법이 쓰인다. 보통 와인 발효 시 부패를 막기 위해 100kg당 20g의 이산화항을 넣지만 이 와인에는 1.5g만 들어간다.
또 발효 시 포도 겉면에 묻어 있는 흰색 천연효모만을 사용하고 산소와의 접촉을 위해 뚜껑을 열어놓는다.
스텔라 씨는 “수확한 포도가 전부 상할 수 있는 위험이 있지만 10년 동안 한 번도 실패하지 않았다”며 “포도 자체의 면역력이 길러졌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발효할 때 그레고리안 성가를 틀어주는 것도 발효를 돕기 위한 자연스러운 방법이다.
바이오다이내믹 공법으로 재배한 스텔라 씨의 와인 ‘브루넬로 디 몬탈치노’와 ‘로소 디 몬탈치노’는 각각 이탈리아 정부에서 인증하는 최우수등급(D.O.C.G)과 우수 등급(D.O.C)을 획득했고 특별히 바이오다이내믹 농법 인증기관에서 데메테르 인증도 받았다.
그렇다면 스텔라 씨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재배 방법은 무엇일까.
“재배하는 땅을 존중하고 나무 등과 교감하는 것이 좋은 와인을 만들기 위한 첫 번째 조건입니다. 매해 생산되는 와인을 보면 매년 새로 태어나는 아기를 보는 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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