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IS 효과’ 톡톡 공화당 단독선두 질주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1월 24일 03시 00분


코멘트

“테러용의자 물고문” 초강경 발언… 불안한 백인 지지층 다시 결집
카슨에 지지율 10%P 앞서… 민주선 힐러리 대세론 굳혀

‘이슬람국가(IS)’가 주도한 프랑스 파리 테러 이후 안보 이슈가 집중 부각되면서 미국 대선 경선 판도가 적지 않은 영향을 받고 있다. 주로 먹고 사는 경제 문제에 집중됐던 대선 이슈가 미국의 대테러 전략과 시리아 난민 수용 논란으로 이동하면서 민주당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과 공화당 도널드 트럼프(사진)의 약진이 두드러지고 있는 것.

특히 트럼프의 상승세가 눈에 띈다. 테러 전까지 벤 카슨과 엎치락뒤치락하며 공화당 대선 구도에서 ‘빅2’를 형성했지만 지금은 확연히 단독 선두로 치고 나섰다. 22일 워싱턴포스트-ABC방송의 공동 여론조사(1004명·11월 16∼19일)에 따르면 트럼프는 32%를 얻어 22%에 그친 카슨을 10%포인트나 앞섰다. 그 다음은 마코 루비오 상원의원(11%), 테드 크루즈 상원의원(8%), 젭 부시 전 플로리다 주지사(6%) 등의 순이었다.

같은 날 공개된 폭스뉴스 여론조사에서도 트럼프는 28%의 지지율로 18%의 카슨을 10%포인트 차로 제치고 1위 자리를 지켰다. 카슨이 최근 트럼프를 줄곧 이겼던 내년 첫 예비경선 지역인 아이오와 주 민심도 변하고 있다. CBS가 이 지역에서 실시해 22일 공개한 여론조사에서 트럼프는 30%, 카슨은 19%였다.

선거 전문가들은 평소에도 ‘이기는 미국’을 유독 강조해 온 트럼프가 테러 이후 IS는 물론 미국 내 이슬람 사회에 연일 초강경 발언을 쏟아내면서 테러 공포에 사로잡힌 백인 지지층을 결집하는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트럼프는 22일 ABC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대통령이 되면 테러 용의자들에 대한 물고문을 다시 도입하겠다. IS와 같은 테러리스트들이 우리에게 자행하는 것과 비교하면 물고문은 아무것도 아니다”라고 말해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현재 미 정부는 테러 용의자에 대해서도 물고문은 불법으로 규정하고 있다.

트럼프는 또 “9·11테러 당시 뉴저지 주 저지시티에서 많은 사람이 환호하는 것을 TV로 봤다. 아랍 인구가 많은 곳이다. 분명히 어떤 의미가 있다”며 마치 아랍인들이 9·11테러에 환호했다는 취지로 말했다. 트럼프는 파리 테러 직후엔 미국 내 무슬림을 관리하는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고 무슬림 여부를 식별할 수 있는 특별한 신분증을 만들자고 주장하기도 했다.

민주당 대선 후보 경쟁에서 1위를 달리는 클린턴 전 장관도 국무장관을 지낸 이력을 살려 테러 국면에서 대세론을 더 굳히고 있다. 이날 워싱턴포스트-ABC방송 여론조사에서 클린턴의 지지율은 60%로 34%인 버니 샌더스의 2배에 가까웠다.

워싱턴 정가에선 첫 경선인 아이오와 코커스(내년 2월 1일)까지 70일도 안 남은 상황에서 테러 국면이 장기화되면 ‘클린턴 대 트럼프’의 구도가 만들어질 가능성이 더 높아질 것으로 보고 있다.

워싱턴=이승헌 특파원 ddr@donga.com
#트럼프#is#美공화당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