잇단 악재… ‘중동의 맹주’ 사우디 휘청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9월 25일 03시 00분


코멘트

[사우디 성지순례 압사사고]
저유가-예멘사태-크레인 참사… 1월 즉위 살만 국왕 리더십 시험대

이슬람 수니파 국가들의 맏형 격인 중동의 맹주 사우디아라비아에 비극이 이어지고 있다. AP통신 등 외신은 24일 “연이은 대형 참사와 저유가, 예멘 내전, 테러 위협 등으로 올해 취임한 살만 국왕의 리더십이 시험대에 올랐다”고 전했다.

올해 1월 즉위한 살만 빈 압둘아지즈 알 사우드 국왕은 친미 색채를 덜어내고 자체 리더십을 강화하는 쪽으로 변화를 모색하고 있다. 우선 즉위 2개월 만에 남쪽 국경을 접한 예멘 내전에 군사 개입을 단행했다. 하지만 6개월이 넘도록 성과가 나타나지 않자 내부에선 ‘중동판 베트남전’에 빠지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1년 넘게 이어지는 저유가로 사우디 국가경제도 침체를 겪고 있다. 경제 대부분을 유가에 의존하는 탓에 올해 2분기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은 전년 동기 대비 ―11.93%로 떨어졌다. 7400억 달러였던 외환보유액은 9개월 만에 10%나 감소했고, 셰일가스와 경쟁이 심화되면서 지난달에는 8년 만에 40억 달러 규모의 국채를 발행했다. 핵협상 타결로 영향력이 확대될 시아파 맹주 이란도 사우디의 지위를 위협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성지순례와 관련한 사고가 잇따르자 왕정에 대한 불신이 깊어지고 있다. 성지순례 기간에 몰려드는 국내외 인파는 약 300만 명으로, 인명 사고는 주로 ‘악마의 기둥’(용어 설명)에 돌을 던지려고 경쟁하면서 발생한다. 1994년 270명, 2001년 35명이 압사 사고로 숨졌다. 2004년부터 지름 1m가량의 원통이던 ‘악마의 기둥’을 높이 18m, 길이 30m의 돌벽으로 바꿨지만 그해 251명이 압사했다. 2006년 1월에도 돌을 먼저 던지려고 경쟁하다가 순례객 346명이 압사했다.

11일 대형 크레인 참사에 이어 성지순례 대형 참사가 터지자 일각에서는 “사우디 정부가 종교 본연의 의미를 잊고 개발 욕구를 앞세워 인재가 발생했다”는 비판이 나오기도 했다. 미 뉴욕타임스는 24일 “각종 악재가 겹쳐 순례객과 사우디 민심이 동요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설 기자 snow@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