휠체어 점원 일처리 더뎌도 기다려주는 美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8월 31일 03시 00분


코멘트

[내가 바뀌면 세상이 바뀝니다]
[8월의 주제는 ‘國格’]<165>장애인 배려 갈길 먼 한국

소아암 후유증으로 하반신이 마비된 초등학생 딸을 둔 직장맘 A 씨(42)는 주말에 딸을 휠체어에 태우고 외출할 때마다 이 세상에 딸과 자신 둘만 있다는 생각을 할 때가 많다. 계단과 에스컬레이터 앞에서 모두 바삐 걸음만 재촉할 뿐 도움을 주지 않을 때가 많기 때문이다.

13년 동안 캐나다에서 살며 발달장애 자녀를 키우고 있는 B 씨(41)는 “이곳에서는 사람들이 붐비는 거리나 쇼핑몰에서 전동 휠체어를 타고 혼자 돌아다니는 장애인을 쉽게 볼 수 있다”며 “한국도 많이 달라지고는 있지만 아직도 장애인 자녀를 둔 부모들의 마음고생 이야기를 들을 때면 눈물이 날 때가 많다”고 한다.

장애인에 대한 배려 없이는 국격을 논할 수 없다. 이런 점에서 아직 한국은 갈 길이 멀다. 교육부 산하 국립특수교육원의 ‘2014 보고서’에 따르면 장애가 있는 중고교생 보호자 4180명 가운데 22.1%가 “장애인에 대한 사회의 편견 때문에 자녀의 취업이 힘들 것”이라고 답했다. 또 보호자 8400명 중 대다수에 해당하는 89.8%는 “(장애인 자녀가) 방과후에는 집에서 시간을 보낸다”고 응답했다. 대중교통 이용이 힘들고 주변 사람들의 눈치 탓에 집 밖으로 나가기를 꺼리는 탓이다. 또 보건사회연구원이 펴낸 2014년 장애인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교육기관에서 또래 학생으로부터 차별받은 경험이 있다고 응답한 장애인도 전체의 47.1%에 이르렀다.

선진국들의 장애인에 대한 인식은 배려를 넘어 어떻게 하면 일반인과 장애인이라는 의식 없이 함께 살 수 있는가에 맞춰져 있다. 자폐증 아들을 키우며 미국 워싱턴 주에서 특수학교 교사로 일하는 정모 씨(47)는 “미국인들은 가게에서 일하는 장애인들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는데 일처리가 더뎌도 기다려주는 게 기본”이라며 “장애인을 이상하게 보는 사람도 없고 동정하는 사람도 없다”고 말했다.

성기창 한국재활대 교수는 “독일의 경우 1990년대부터 건축물 시설기준을 ‘장애인 전용’에서 ‘장애물이 없는’으로 바꿨다”며 “장애인 배려는 제도나 법 이전에 시민들이 공동체 의식을 발휘해 그들이 어떻게 불편 없이 살도록 해줄 것이냐 하는 생각의 문제”라고 했다.

전주영 기자 aimhigh@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