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소매판매 3.7% 감소… 소비심리 회복이 그나마 위안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8월 1일 03시 00분


코멘트

6월 산업생산 반등… 소비가 관건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로 소비가 큰 폭으로 감소했음에도 불구하고 6월 산업생산 증가율이 4개월 만에 증가세로 전환한 것은 광공업 생산이 전달보다 늘었기 때문이다. 석유정제(전월 대비 7.7% 증가), 기계장비(5.3%), 자동차(3.1%) 3개 업종이 생산 부문의 호조를 이끌었다.

정유업계의 경우 상반기 유가 상승에 힘입어 지난해 겪었던 최악의 시련을 빠르게 극복하고 있다. SK이노베이션 관계자는 “2분기(4∼6월) 정제마진이 워낙 좋아 예정된 정기 보수도 미룬 채 가동률을 최대한 끌어올렸다”고 설명했다. SK이노베이션이나 에쓰오일 등 국내 정유사의 2분기 가동률은 지난해보다 20%포인트 가까이 늘어난 95% 안팎을 기록했다.

기계장비 부문에서는 미국 경기 회복세로 금속공작기계 수출이 5월보다 14.2% 증가했고, 날씨가 더워지면서 냉동공조기의 수출이 17.4% 늘어났다. 자동차는 전달에 비해 영업일수가 4일가량 늘고 레저용 차량(RV)이 인기를 끌면서 생산량이 증가했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KAMA)에 따르면 6월 한 달간 국내 승용·상용차 생산 대수는 42만3720대로 5월(36만5643대)보다 15.9% 늘었다.

산업생산이 반등에 성공했지만 경기 회복이 본격적 추세에 접어들었다고 예단하기에는 이르다. 실제 현재 경기 상황을 보여주는 경기동행종합지수 순환변동치는 0.3포인트 하락했고, 앞으로의 경기 국면을 예고하는 선행종합지수 순환변동치 역시 0.5포인트 감소했다. 31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제조업의 ‘7월 업황 기업경기실사지수(BSI)’는 70으로 6월보다 4포인트 올랐지만 메르스 사태 이전인 4월(80)이나 5월(73)보다 여전히 낮은 수준이다. BSI는 기업이 느끼는 경기 상황을 지수화한 것으로 기준치인 100 초과면 경기를 좋게 보는 기업이 더 많다는 의미이고 100 미만이면 그 반대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동행지수가 부진한 것은 정부가 메르스 종식을 선언했음에도 아직까지 경제주체들이 이를 체감하지 못했기 때문으로 보인다”며 “선행지수의 경우 6개월 후의 경기 상황을 전망하는데, 장차 있을 미국의 금리 인상이 경제에 미칠 여파가 반영돼 하락한 것으로 분석된다”고 말했다.

생산에서 반등의 계기가 마련됐지만 경기 회복이 정상 궤도에 오르려면 메르스 사태 여파로 직격탄을 맞은 소비가 빠르게 제자리를 찾아야 한다. 메르스 사태로 6월 소매판매는 3.7% 감소했다. 이는 지난해 4월 세월호 사고(0.8% 감소) 때 감소 폭의 4.6배다. 다만 하반기(7∼12월) 들어 소비는 점차 안정세를 되찾고 있다. 기재부에 따르면 대형마트의 일평균 매출액은 6월 10.1% 감소했지만 7월에는 ―4.1%로 감소 폭이 줄었다.

전문가들은 추가경정예산 편성, 금리 인하 등 단기 경기부양책을 쏟아 부은 만큼 이제는 중장기적 관점에서 새로운 성장 먹거리를 찾고 경제 체질을 개선하는 구조개혁에 매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국경제연구원 변양규 거시연구실장은 “경기는 심리적 요인이 많이 작용하는 만큼 정부가 미래에 대한 비전을 제시하고 하나씩 실천해 나간다는 믿음을 시장에 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세종=손영일 scud2007@donga.com / 장윤정·황태호 기자
#소비#감소#산업생산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