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 칼럼/구자룡]시련 맞는 중국 투자기업들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7월 2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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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자룡 베이징 특파원
구자룡 베이징 특파원
‘앞으로 조세 등과 관련된 신규 우대정책은 국무원의 비준을 받아라.’(국무원 25호 통지) ‘본사(해외특수관계자)에 지불하는 서비스 비용 및 로열티 과세 공제 불가하다.’(국가세무총국 16호 공고문)

올해 들어 중국 중앙정부가 외자기업에 대해 ‘의법치국(依法治國)’의 기치하에 잇따라 내놓고 있는 조치들이다.

중국은 2008년 외국기업 법인세를 15%에서 25%로 올렸으나 각 지방정부는 외자 유치를 위해 세제 등에서 다양한 우대정책을 폈다. 그러다 변칙적인 세수 감면, 과세표준 위반 등이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지방정부 부채의 한 요인이 되자 통제에 나선 것이다.

그나마 지난해 11월에는 ‘기존의 우대조치를 모두 폐지하고 그 결과를 보고하라’(62호 통지)고 했다가 경제상황이 좋지 않자 올해 5월 기존의 우대정책은 유효한 것으로 인정하고 앞으로의 조치만 허가받도록 완화했다.

올해 3월 나온 국가세무총국의 공고는 본사가 중국 지사 활동 지원을 위해 관리 감독 조사를 수행했을 때 들어간 비용이나 특허 등 무형자산을 사용하는 데 따른 로열티 등이 세금 감면 비용에 해당되는 것인지를 따지겠다는 것이다. 세금이 늘어나는 것은 물론이고 외자기업이 본사와 어떤 활동을 주고받았는지 낱낱이 신고해야 할 판이다.

이처럼 중국에서 외자기업 활동 환경이 달라지고 있는 것에 대해 ‘기후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는 말까지 나온다. 정부의 세제정책 변화 및 지방정부의 우대조치 사실상 폐지는 2008년 법인세 인상 이후 가장 큰 중대 조치라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지난해 말부터는 베이징 상하이 톈진 광저우 등 대도시를 중심으로 지방정부에 ‘국제세무관리처’를 세우고 있다. 중국에서 근무하는 외국인 주재원들의 개인소득세를 한 푼이라도 더 부과하기 위한 전담팀이다.

최근 대한상공회의소 북경사무소가 주최한 ‘베이징 모닝 포럼’에서 중국의 조세정책 동향을 설명한 딜로이트 차이나 박상훈 회계사는 “주재원 개인소득세에 대한 세무조사가 강화되고 있는 만큼 세금 감면용 영수증을 챙기는 등 관련 규정을 꼼꼼히 살펴야 한다”고 말했다.

앞으로는 지방정부가 투자 유치를 위해 제공하겠다는 우대조치가 정부의 허가를 받은 것인지도 확인할 필요가 있다.

중국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가 ‘원스톱 서비스’를 하는 등 투자 유치를 위해 발 벗고 나서던 때와는 상전벽해의 변화가 생겼다. 그 변화는 여러 가지 형태로 나타나고 있다. 지난해 글로벌 제약회사인 글락소스미스클라인(GSK) 중국 지사와 자동차회사 아우디 중국 지사에 각각 뇌물 및 반(反)독점 법규 위반으로 거액의 과징금을 부과한 것처럼 ‘의법 처벌’이 강화되고 있다.

중국 상무부 관계자는 “과거 중국은 외자기업에 ‘초(超)국민 대우’를 했지만 지금은 ‘국민 대우’를 하고 있다. 국민의 대우를 받는 만큼 책임도 져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변화무쌍한 중국 정부의 법 집행에 어떻게 대응할지 전전긍긍하는 외자기업이 적지 않다.

휴대전화 업체 샤오미(小米)나 전자상거래 업체 알리바바가 보여주듯 중국인 고객의 특징을 손금 보듯 알고 내수시장을 지키려는 중국 업체들이 점차 외자기업의 입지를 좁히고 있다.

이 같은 ‘경제 기후 변화’는 한국에도 중소기업은 물론이고 대기업들도 중국 시장에서 얼마나 버틸 수 있는지를 시험할 정도로 혹독하게 다가오고 있다. 중국과의 ‘자유무역협정(FTA) 체결’, 박근혜 대통령과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의 친밀한 유대 등으로 ‘뭔가 잘되겠지’ 하며 우호 분위기에 젖어 있을 때가 아니다.

구자룡 베이징 특파원 bonhong@donga.com
#시련#중국 투자기업#의법치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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