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CT와 농촌의 만남… 스마트한 ‘創農’으로 거듭난다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7월 2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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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개 창조경제혁신센터 구축 완료]혁신센터, 농어촌 발전 모델 제시

“요즘같이 비 올 때 직접 비닐하우스까지 안 가도 스마트폰으로 습도를 조절할 수 있어요.”

세종시 연동면 창조마을에서 20여 년째 토마토 비닐하우스 농사를 짓고 있는 강전호 씨(50)는 이제 집에서도 스마트폰으로 비닐하우스 상태를 챙기는 데 익숙하다. ‘스마트팜’ 애플리케이션만 누르면 비닐하우스 안에서 여물어가는 토마토도 화면으로 볼 수 있다. 더운 날엔 내부 온도도 바로 조절할 수 있다.

예전에는 비닐하우스를 오래 비우거나 서울에 친지를 보러 떠날 때도 불안했지만 이젠 그런 걱정도 덜었다. 마을 곳곳에 설치된 지능형 영상보안 장치 ‘마을지킴이’가 든든히 지켜주고 있기 때문이다. 강이순 연동면장은 “비닐하우스 작물이나 농기구를 도난당하는 사례가 있어 항상 신경이 쓰였지만 이제 주민들이 마음 편하게 다른 마을에서 볼일을 보고 친지 방문도 걱정 없이 다녀올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 스마트폰으로 비닐하우스 들여다봐

SK그룹과 세종창조경제혁신센터는 정보통신기술(ICT)을 활용한 지능형 비닐하우스 관리시스템인 스마트팜 솔루션을 내놓았다. 이미 창조마을을 포함해 전국적으로 100여 곳에서 이 솔루션이 가동되고 있다. 농림부가 스마트팜으로 딸기 농사를 지은 농민 10가구를 대상으로 시범사업 성과를 평가한 결과 생산성은 22.7% 높아졌다. 노동력과 생산비용은 각각 38.8%와 27.2% 감소했다.

창조경제혁신센터는 농축수산업 등 1차 산업 분야에서도 스마트화(化)의 첨병 역할을 하고 있다. 기존 농업에 ICT를 접목하고 지역 발전을 이끄는 창농(創農)의 선봉장으로 창조경제혁신센터가 나선 셈이다.

SK와 세종창조경제혁신센터는 향후 스마트팜을 업그레이드해 농작물 스스로 생육 환경을 조절할 수 있는 수준으로 개발할 방침이다. 또 수산업, 축산업, 임업 등으로 확대 적용할 계획이다. 올해 하반기(7∼12월)에는 사물인터넷(IoT) 기능을 적용한 메기 양어장도 선보일 예정이다. 전국 천일염 생산량의 87%인 27만 t을 생산하는 전남 지역 염전에서도 스마트 혁신이 벌어지고 있다. GS그룹과 전남창조경제혁신센터는 ICT 기술을 적용한 ‘스마트 염전’ 사업에 착수했다. 인구가 줄면서 인력 수급 문제를 겪고 있는 지역 현실을 극복하고 염전 생산 효율을 높이기 위해서다. 개발 내용에는 염전의 특수성에 맞춰 원격으로 수문을 열고 닫을 수 있는 시스템이나 비가 올 때 염수가 넘치지 않도록 관리하는 시스템 등이 포함됐다. 전남창조경제혁신센터는 스마트 염전 사업이 성공할 경우 천일염 생산량은 10% 늘고 인건비는 34% 절감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 스마트한 농촌, 건강한 창조농업

농축수산물 생산의 스마트화를 넘어서 창조경제혁신센터는 그동안 대기업 유통 채널과 브랜드에서 소외돼 온 지역 농가들을 발굴하는 데도 앞장서고 있다.

한화그룹과 충남창조경제혁신센터는 ‘명품 농수산품’ 브랜드 개척을 지원하고 나섰다. 혁신센터에서 선별한 농수산물에 대해 충남연구원, 충남농업기술연구원 등과 연계해 품질인증을 해주고 갤러리아백화점 소속 디자인 전문가들이 패키지 제작을 돕는다. 완성된 상품은 충남 천안시에 있는 갤러리아백화점에 테스트 숍 형태로 입점시키는 것을 시작으로 대기업 유통 채널을 활용토록 할 계획이다. LG그룹과 충북창조경제혁신센터도 최근 ‘K-뷰티(화장품 한류)’ 흐름을 타고 지역의 특용작물을 활용한 화장품 원료 기업의 상품 개발을 지원하고 있다.

농축수산품 생산에 초점을 둔 기존 1차 산업을 넘어서 생명과학이나 관광업 등으로 확대 발전시키려는 시도도 있다. 효성그룹과 전북창조경제혁신센터는 농생명 분야 창업 기업을 발굴해 사업화와 판로 개척을 지원할 계획이다. 2017년까지 관련 분야 창업기업 70곳을 배출하는 것이 목표다. 삼성그룹과 경북창조경제혁신센터도 지역 농가와 과수원 밀집 지역 등을 관광마을로 개발하기 위한 컨설팅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그동안 정부가 나서 ‘농촌형 창조경제모델’의 중요성을 역설해 온 만큼 창농 움직임이 실질적으로 농어촌의 회생 발전을 가져오게 될지 주목되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해 10월 세종 창조마을 시범사업 출범식에서 “과학기술이 농업 분야에 접목돼 새로운 창조경제를 구현하는 큰 성과를 보여 달라”며 “농업의 새로운 미래를 제시하고 국내외로 성공모델을 확산하는 농업 창조경제의 메카가 돼야 할 것”이라고 당부했다.

곽도영 기자 now@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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