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주벤처, 대기업 지원속 시장 개척… 299억 투자유치도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7월 2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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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개 창조경제혁신센터 구축 완료]출범 초창기부터 속속 성과

올해 3월 부산창조경제혁신센터에 입주한 ‘옻칠랩’은 보석 등에 옻을 입히는 벤처기업이다. 친환경 바람을 감안할 때 미래 성장 가능성이 높다고 평가된다. 하지만 중소기업이다 보니 연구개발(R&D)과 판로 확보에 어려움을 겪었다.

이때 부산센터와 짝을 이룬 롯데가 지원에 나섰다. 백화점 상품 담당자가 고객 취향 분석 자료를 제공하며 상품 개발을 직접 조언했다. 옻칠랩이 만든 보석류는 과거 10종에서 현재 50종으로 대폭 늘었다.

롯데는 판로 확보도 도왔다. 올해 봄 청와대 사랑채에 입점했고 서울 동대문시장에도 가게를 냈다. 부산 해운대 벡스코(BEXCO) 내 상점가에도 문을 열었다. 롯데홈쇼핑에도 옷칠랩 제품을 선보였다. 요즘은 면세점 입점을 위해 중국과 일본인 취향에 맞춘 상품 디자인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

지난해 9월 삼성과 대구가 손을 잡고 대구 동구 신천동에 1호 창조경제혁신센터를 세운 이후 10개월이 지났다. 22일 한진이 인천센터를 출범시키면서 전국 17개 시도에 혁신센터가 모두 들어섰다. 대기업과 정부, 지방자치단체의 전폭적인 지원 아래 지역 벤처기업들의 가시적 성과도 하나둘 나오고 있다.

○ 잇따른 기술 개발, 판로 확보, 해외 진출

SK그룹의 지원을 받아 지난해 10월 문을 연 대전센터에는 10개 벤처 기업이 입주해 있다. SK는 정보통신기술(ICT)을 활용해 ‘대전 실리콘밸리’를 조성하고 입주 기업들의 글로벌 진출을 지원하고 있다.

이곳에 입주해 있는 3차원(3D) 검사장비 개발업체 씨메스는 국내 자동차 부품사의 국내 및 중국 공장에 납품을 확정지었다. 정보기술(IT) 업체인 RTst는 국방부 전략무기 방위산업 국산화 과제를 수주했다.

효성이 지원하는 전북센터도 결실을 봤다. 지난해 전북센터가 주최한 창업공모전에 입상한 황큰별 씨는 탄소 소재를 활용한 스마트 우산을 사업 아이템으로 잡았다. 최첨단 탄소 소재 기업인 효성이 톡톡히 도움을 줬다. 국내 농산물을 활용한 빙수시럽 제조업체인 잭스빙고는 전국 프랜차이즈 업체에 상품 납품을 확정지었고 베트남에도 진출하기로 했다.

발전설비 부품업체인 성산툴스는 두산이 지원하는 경남센터에 자리를 틀었다. 두산의 지원으로 두산중공업 1차 협력사로 등록돼 특수공구 제품 2억 원어치의 납품계약을 맺었다. 현재 두산중공업 품질명장의 멘토링 지원을 받고 있다.

삼성이 지원하는 경북센터에는 사출 제조업체인 에나인더스트리가 입주해 있다. 삼성은 생산관리시스템(MES), 공정시뮬레이션 솔루션 공장 관리에 대해 멘토링을 해 줬다. 올해 들어 에나인더스트리의 생산성은 20% 올랐고 불량률은 20% 줄었다.

화장품 원료 업체인 KPT는 LG생활건강과 충북센터의 도움으로 세계 최초로 구슬 모양 화장품 원료제형 기술을 사업화하려고 시도하고 있다. LG생활건강과 공동으로 제품을 개발해 중국 상하이 화장품 박람회에 전시하기도 했다. 또 다른 화장품 원료 업체인 알파크립텍은 충북센터의 도움을 받은 후 매출액이 20% 늘었다.

○ 대-중소기업 윈윈 모델

미래창조과학부에 따르면 현재 375개 벤처기업이 대기업과 1 대 1 방식으로 지원을 받고 있다. 지금까지 기술 지원이 57건, 판로 지원이 75건이었다. 자금 지원도 9건, 116억 원에 이른다.

제품 아이디어가 돋보인 68개 기업은 투자 유치에도 성공했다. 에나인더스트리는 사업비 1억 원 중 5000만 원을 지원받았다. 현대차가 지원하는 광주센터의 브이터치는 중국 벤처캐피털로부터 1억 원의 투자를 유치했다. 충북센터의 벤처기업 해찬은 센터의 주선으로 신용보증기금으로부터 약 10억 원의 정책자금을 지원받기로 했다. 그동안 68개 기업이 유치한 투자금은 299억 원에 이른다.

초창기 성과에도 불구하고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정부의 주선으로 엮은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협력이 얼마나 오래가겠느냐는 것이다. 창조경제를 강조하는 박근혜 정권에선 각 센터가 힘을 받겠지만 정권이 바뀌면 각종 지원이 끊어질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이에 대해 유환익 전국경제인연합회 본부장은 “창조경제혁신센터는 일반 창업보육센터와는 달리 멘토 기업의 핵심 사업과 벤처기업의 아이디어가 긴밀히 연관되기 때문에 양측이 서로 윈윈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박형준 기자 loves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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