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향기]그저 사랑스럽고 예쁘기만 한 공주? No, 우린 세상에 욕망을 표출했지!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7월 1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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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서운 공주들/린다 로드리게스 맥로비 지음/노지양 옮김/
2만2000원·484쪽·이봄

흔히 공주라고 하면 백마 탄 왕자님을 기다리는 동화 속 공주님을 떠올린다. 하지만 실제 역사 속 공주, 혹은 왕비는 권력에 가장 가까이 있으면서도 성별 때문에 권력을 쥘 수 없었던 비극적 존재다. 이런 금기를 깼지만 그 대신 악녀라는 후세의 평가를 받았던 공주와 왕비 30명을 ‘전사’ ‘왕위 찬탈자’ ‘생존자’ ‘난잡한 여인들’ 등 7가지 주제로 소개했다.

오스만튀르크의 록셀라나는 술탄의 하렘에 노예로 들어가 왕비가 된 뒤 술탄을 보좌하는 역할까지 했던 인물이다. ‘투란도트’의 모델인 몽골 제국의 쿠툴룬, 당나라의 측천무후도 역시 자신의 능력으로 운명을 개척한 이들이다.

공주이기 때문에 미쳐 버렸던 이들도 있다. 오스트리아의 황후 엘리자베트는 외모에 지나치게 집착하면서 피해망상과 대인기피에 시달렸다. 가족과 친척이 차례로 세상을 떠나고, 아들마저 정부와 동반 자살을 하는 등 잇따른 비극을 견디지 못한 것이다. 1980년대 ‘TNT 공주’라는 별칭을 얻은 파티광 글로리아 공비와 같은 비교적 최근의 공주부터 자신을 로마노프 공주라고 주장했던 기억상실증 환자 프란치스카, 즉 가짜 공주의 이야기까지 담겨 있다.

수동적인 존재로 폄하됐던 공주들 중에 지략이 뛰어나거나 무예가 출중한, 한마디로 능력 있는 여성들이 적지 않았음을 흥미롭게 일러주는 책이다. 이들은 사랑이나 권력 등 자신의 욕망에 충실했던 여성들이기도 했다.

원제인 ‘나쁘게 행동한 공주들(Princesses behaving badly)’ 대신 ‘무서운 공주들’로 바뀐 제목은 이런 여자들을 괴기스러운 존재로만 단정하는 듯해 불편하다. 공주들을 실제 외모와 관계없이 예쁘게만 그린 일러스트도 오히려 아쉬움을 남긴다.

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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