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쌀 수출 1위 태국, 경쟁력 되찾기 안간힘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5월 2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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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국 쿠데타 1년]‘2015 태국 쌀 컨벤션’ 열려… “유기농 등 고급화 전략 전환”

“쌀햄버거 맛있어요” 컨벤션 강연장 바깥에 설치된 요리 부스에서 쁘라윳 짠오차 총리가 유명 태국 요리사가 만든 쌀햄버거를 시식하고 있다. 방콕=전주영 기자 aimhigh@donga.com
“쌀햄버거 맛있어요” 컨벤션 강연장 바깥에 설치된 요리 부스에서 쁘라윳 짠오차 총리가 유명 태국 요리사가 만든 쌀햄버거를 시식하고 있다. 방콕=전주영 기자 aimhigh@donga.com
“태국 쌀로 만든 햄버거 정말 맛있네요. 태국 쌀 수출 전망이 밝습니다.”

20일 태국 방콕의 가장 큰 전시·강연장인 임팩트 컨벤션센터에 20여 개 부스가 빼곡히 차려졌다. 이 중 쌀 요리 부스를 방문한 쁘라윳 짠오차 태국 총리는 쌀로 만든 햄버거를 한입 베어 물곤 크게 웃으며 이렇게 말했다. 이날 방콕에서 열린 ‘2015 태국 쌀 컨벤션’에는 총리, 상무부 장관 등 정부 요인들이 총출동했고 50여 개국 700여 명의 대표단도 참석했다.

2001년부터 격년으로 열리는 ‘쌀 컨벤션’은 태국 쌀을 해외에 알리는 행사다. 올해는 2013년에 이어 큰 규모로 열렸는데, 정세 불안으로 침체된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겠다는 의지가 실린 것이다. 특히 2013년에는 잉락 친나왓 전 총리가 참석하지 않았던 반면 이번 쌀 컨벤션에는 쁘라윳 총리가 직접 방문해 개회식에서 무려 1시간 동안 연설을 했다. 쌀 수출이야말로 태국의 미래라는 것이다.

20여 개 부스에선 쌀강정, 쌀로션, 쌀비누 등 쌀로 만든 제품들을 선보였다. 파란색 유니폼을 입고 참가한 태국의 농부들은 부스의 이곳저곳을 둘러보며 자신이 생산한 쌀을 어떻게 가공할 수 있는지 이야기를 나눴다. 태국 왕실이 직접 농가를 방문해 쌀 재배 기술 프로젝트에 투자하는 등 정부와 왕실의 노력을 담은 영상도 선보였다.

제조업이 약한 태국은 사실상 산업면에선 해외 기술력에 전적으로 의지하고 있다. 국내 투자의 70%가 외국 투자이며 이 중 60%가 일본계 투자금이다. 태국에 오면 도요타자동차, 소니와 파나소닉의 가전제품을 가장 흔하게 볼 수 있다. 태국은 외국계 기업이 자유롭게 투자할 수 있도록 장벽을 헐어 경제를 부흥시켰지만 그 대신 자체 기술 개발에는 뒤처져 홀로 성장할 수 있는 동력은 약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배적인 분석이다.

이렇다할 산업이 없는 태국에 쌀은 자부심 그 자체이며 태국인들을 먹여 살리는 동력이다. 지난해 1106만 t의 쌀을 수출한 세계 쌀 수출 1위 국가이기도 하다. 2011년 말 탁신 친나왓 전 총리의 여동생인 잉락 전 총리가 고가 수매 정책을 써 재정 적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바람에 결국 정권을 내줘야 했을 정도로 쌀 수매 정책은 정권을 흔드는 중요한 이슈다.

현재 태국 쌀 1t당 가격은 385달러로 주요 쌀 수출국 중 가장 높아 가격 경쟁력을 잃고 있다. 정부는 유기농 쌀 등 고급화 전략으로 방향을 틀고 있다. 쁘라윳 총리는 개회사에서 “고급 시장을 타깃으로 유기농 쌀 생산량을 늘려야 한다”며 “농민들의 노동에 합당한 쌀 가격이 책정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했다.

유기농 쌀 생산을 주제로 한 토론에 패널로 나온 안드레 로이 세계유기농업운동연맹(IFOAM) 회장은 “전 세계 30억 인구가 쌀을 소비하고 있지만 유기농 쌀은 국제 수요보다 공급이 부족하다. 태국 경제는 국내총생산의 70% 이상이 쌀 수출을 포함한 국제 교역에서 나오기 때문에 유기농 쌀로 전환해 주요 수입국인 북미와 유럽에서 수출 시장을 키워야 한다”고 조언했다.

방콕=전주영 기자 aimhig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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