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스볼 브레이크] 현대차그룹과 함께한 챔피언스 필드의 무한진화

  • 스포츠동아
  • 입력 2015년 5월 20일 05시 45분


광주는 최고의 프로야구팀을 가진 도시였지만, 무등야구장은 외야에 물방개가 서식한다는 말을 들을 정도로 낙후됐고 열악했다. 2014년 광주는 KIA의 파격적 투자와 함께 최고의 시설을 갖춘 광주-기아 챔피언스 필드를 선보였다. 장애인석(1번)은 이동 동선과 시야 확보에 가장 큰 신경을 썼다. 가족단위 관중을 위한 피크닉석(2번)과 외야 잔디 좌석(3번)은 ‘나쁜 자리’ 없는 야구장의 장점을 잘 보여준다. 불펜(4번)은 관중에게 색다른 볼거리다. 사진제공|스포츠코리아
광주는 최고의 프로야구팀을 가진 도시였지만, 무등야구장은 외야에 물방개가 서식한다는 말을 들을 정도로 낙후됐고 열악했다. 2014년 광주는 KIA의 파격적 투자와 함께 최고의 시설을 갖춘 광주-기아 챔피언스 필드를 선보였다. 장애인석(1번)은 이동 동선과 시야 확보에 가장 큰 신경을 썼다. 가족단위 관중을 위한 피크닉석(2번)과 외야 잔디 좌석(3번)은 ‘나쁜 자리’ 없는 야구장의 장점을 잘 보여준다. 불펜(4번)은 관중에게 색다른 볼거리다. 사진제공|스포츠코리아
■ 끊임없는 혁신과 당면과제

광주-기아 챔피언스 필드에 들어오면 원정팀이 먼저 놀란다. 2013시즌까지 사람들의 머릿속에 각인된 무등야구장의 잔상을 깨끗이 지워버리는 세련된 디자인과 첨단시설에 ‘신선한 반전’을 느끼게 된다. 과거 ‘비가 오면 외야 잔디 웅덩이에 물방개가 나타난다’던 무등야구장에서 ‘해태의 후예’ KIA는 한국시리즈 10회 우승의 위업을 달성했다. 이제 광주-기아 챔피언스 필드에서 KIA는 타이거즈 정신을 뛰어넘는 새로운 문화, ‘TEAM 2020’이라는 비전을 그리고 있다.

그룹의 300억 투자로 ‘꿈의 야구장’ 완성
띠 전광판·개방형 불펜 등 60억 추가 투자
광주시, 약속한 25년 운영권 회수 움직임
야구장 통한 문화창출 올시즌 후 중대 기로


● 현대자동차그룹의 문화가 깃들어있는 야구장

광주-기아 챔피언스 필드는 건립 당시 총 공사비 994억원이 투입됐다. 정부지원금인 국민체육진흥기금(스포츠토토 수익금) 298억원에 광주시가 396억원, 현대자동차그룹이 300억원을 보탰다. 야구장 소유권은 광주시에 돌아갔다. KIA는 2014년 개장 후 25년간 야구장 운영권(광고권·명칭사용료·임대권 등)을 갖는 조건이었다.

KIA가 그룹 차원에서 300억원의 지출을 감행하지 않았다면 호남야구의 랜드마크 격인 챔피언스 필드 건설은 정치인들의 말잔치로 끝났을 것이다. 그룹의 300억원 투자에 대해 KIA는 “광주시민들에게 문화공간을 만들어주는 것이 현대자동차그룹의 또 다른 소명이라는 생각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현대자동차그룹은 국내 굴지의 대기업이고, 광주에 공장을 갖고 있다. 이런 토대에서 국민적 사랑에 대한 보답의 의미를 담아 챔피언스 필드 건립에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그래서 챔피언스 필드를 한바퀴 돌아보면 팬 친화적인 야구장 설계를 곧 실감할 수 있다.

챔피언스 필드에는 소위 ‘명당석’이 따로 없다. 반대로 ‘사석’도 없다. 어느 자리에 앉더라도 나름의 장점을 누릴 수 있도록 설계됐기 때문이다. 팬들은 각자의 주머니 사정과 선호도에 따라 야구장 좌석을 선택하면 된다. 가장 가격이 싼 외야석은 잔디를 깔아 가족석으로 만들어 차별화를 꾀했다. KIA는 “일본의 히로시마 마쓰다스타디움을 참고로 해서 건설했다. 그 야구장이 개방형 야구장 중 가장 팬 친화적이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시의 요청에 따라 야구장 네이밍에 광주를 넣어 광주-기아 챔피언스 필드로 정했다. 지하 2층·지상 5층 규모로 2만2000명이 만석이다. 최대 2만7000명까지 수용할 수 있다. 지하와 지상에 걸쳐 1115대의 주차가 가능하다.

● 끊임없는 혁신, 야구장 운영권 재협상이 열쇠

KIA는 챔피언스 필드 완공 이후 2년에 걸쳐 끊임없이 리모델링을 더했다. 2014년 7월 올스타전에 맞춰 국내 최장 길이인 265m에 달하는 띠 전광판을 추가했다. 16억원을 따로 투입했다. 또 2015시즌을 앞두고 외야에 설치된 불펜을 개방형으로 바꾸었다. 이에 따라 불펜선수들이 경기장을 볼 수 있게 됐고, 팬들도 어느 투수가 몸을 풀고 있는지를 한눈에 파악할 수 있게 됐다. 또 처음 공개됐을 때 지적됐던 불펜의 곡선화 문제도 상당 부분 해결했다. 불펜의 폭을 약간 확장해 직선화되는 시각적 느낌을 줬다. 불펜투수들의 어색함도 덜 수 있게 됐다. KIA는 불펜 개조공사와 덕아웃과 스카이박스 업그레이드, 웰컴게이트 등을 새로 구축하는 데 또 60억원을 들였다.

현대자동차그룹의 야구장을 통한 문화 창출은 2015시즌 후 중대한 고비를 맞게 된다. 광주시가 당초 25년 동안 보장해줄 것으로 약속한 야구장 운영권을 회수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개장 첫 해인 2014시즌만 봐서는 객관적 수입·지출 내역을 산정하기 어렵기에 2015시즌까지 보고 결산을 진행하겠다는 것이 광주시의 입장이다. 광주시가 챔피언스 필드의 소유주인 이상, KIA도 재협상에 응하지 않을 수 없다.

사실 광주시민, 야구팬들에게 운영주체가 어디가 되느냐는 둘째 문제일 것이다. 어디가 진정 팬들을 위한 야구장 인프라와 서비스를 제공해줄 수 있느냐가 더 큰 관심사일 것이다.

김영준 기자 gatzb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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