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가정의 균형, 가족친화경영]해외 기업들은 어떻게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5월 1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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英, 부모휴가제 도입… 美, 사내병원 설치도

“당신이 가족에 대해 20초 동안 생각하지 않으면 우리가 생각할 것이다. 우리는 당신의 아픈 자녀를 생각하고 결혼기념일과 생일을 챙길 것이다.”

미국의 경제전문지인 포천지가 선정하는 ‘일할 맛 나는 회사’에 항상 꼽히는 사우스웨스트 항공사의 콜린 배럿 최고경영자(CEO)는 평소 이런 말을 직원들에게 자주 한다. 직원 가족의 행복이 곧 경영성과로 나타난다는 경영철학 때문이다.

이 회사뿐 아니라 선진국의 많은 기업들은 오래전부터 직원들의 일과 삶의 균형을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개발해 왔다. 안정적인 가정생활을 하면 업무능력도 향상돼 회사 전체의 경영성과와 연결된다는 것을 장기적으로 확인하고 있기 때문이다.

매년 미국에서 ‘가장 일하기 좋은 직장’ 중 한 곳으로 꼽히는 소프트웨어(SW) 전문기업인 SAS는 유능한 여직원이 육아 때문에 일을 그만두는 것을 막기 위해 사내에 아이를 돌볼 수 있는 유아원, 직원 전용 미용실, 실내체육관, 마사지실, 소규모의 사내 병원 등 다양한 시설을 갖추고 있다. 이런 SAS의 프로그램 덕분에 이 회사의 이직률(약 4%)은 미국 정보기술(IT)업계의 평균 이직률(20%)에 비해 크게 낮다.

미국이 개별기업 수준에서 가족 친화 경영 프로그램을 도입했다면 영국은 1990년대부터 직원들의 일과 가정의 양립을 지원하기 위해 정부가 주도적으로 정책을 펴 왔다. 일과 가정양립의 캠페인이나 기금사업 등을 통해 기업의 참여를 독려하면서 유연근무제의 확산도 강조했다. 또 부모 공동휴가제도, 산후 휴가제도, 산후 복직권, 모유수유권리 등도 영국 기업의 특징적인 경영 관행으로 평가된다.

독일은 기업들이 앞장서 미래의 인력 부족 현상을 예상하고 일과 가정의 양립을 위한 환경 조성에 나선 것이 특징이다. 1990년대 초반 독일연방상공회의소는 향후 기업의 필요한 전문인력 부족 현상을 예측해 유연근무제 외에도 육아휴직제와 직장돌봄시설 등을 체계적으로 구축하도록 기업에 권고했다.

정재훈 서울여대 교수(사회복지학)는 “일과 가정의 양립을 위해서는 결국 기업이 움직여야 성과가 나타난다”며 “정부는 산업별로 향후 부족한 인력수요 예측과 함께 일과 가정의 양립을 위한 인프라 구축에 집중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정세진 기자 mint4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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