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발한 발상-겁없는 도전… 갓 졸업한 신선한 두뇌라야 가능”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5월 5일 03시 00분


코멘트

‘날개없는 선풍기’ 등 혁신제품… 맥스 콘체 다이슨 CEO

경력보다는 대학을 갓 졸업한 젊은 인재들의 신선함을 존중한다는 맥스 콘체 다이슨 최고경영자(CEO). 그의 앞에 놓인 제품은 다이슨의 대표 혁신 상품인 날개 없는 선풍기(AM06)이다. 다이슨 제공
경력보다는 대학을 갓 졸업한 젊은 인재들의 신선함을 존중한다는 맥스 콘체 다이슨 최고경영자(CEO). 그의 앞에 놓인 제품은 다이슨의 대표 혁신 상품인 날개 없는 선풍기(AM06)이다. 다이슨 제공
‘경력보다는 신입사원. 전문가보다는 아직 가능성의 한계를 배우지 않은 신선한 두뇌 환영.’

‘날개 없는 선풍기’ 등 혁신적인 제품들로 잘 알려진 영국 가전업체 다이슨이 내건 인재상이다. 다이슨 청소기는 영국 왕실에서도 쓰는 제품으로 잘 알려져 있다.

다이슨은 지난해 11월 “혁신적인 미래기술 개발 및 글로벌 성장에 쓰겠다”며 15억 파운드(약 2조6000억 원) 규모의 투자 계획을 발표했다. 당시 다이슨은 영국 본사 ‘RDD(Research, Design and Devel-opment)’ 센터를 확장해 최대 3000명의 엔지니어를 신규 채용하고 인력 확충을 통해 향후 4년간 신제품 100여 개를 내놓겠다고 발표했다. 특히 투자금 가운데 5000만 파운드는 영국 대학들에 직접 투자해 인재 육성에 쓰겠다고 해 화제가 됐다.

지난해 발표 이후 6개월이 지난 현재 다이슨의 ‘인재 채용 실험’은 아직 진행형이다. 맥스 콘체 다이슨 최고경영자(CEO)와의 서면 인터뷰를 통해 다이슨의 인재 철학에 대해 들어봤다.

콘체 CEO는 “다이슨은 사람을 뽑을 때 가장 중요하게 보는 것이 신선한 마음가짐”이라며 “혁신적인 생각을 가로막는 관습이나 방법에 물들지 않아야 하기 때문에 근무 경력이 많은 사람보다는 갓 대학을 졸업한 신입사원 채용을 선호한다”고 설명했다. 다른 회사에 입사해 어느 한 분야에 몰두하면 고정관념이나 선입견에 갇혀 시야가 좁아질 수 있지만 대학을 갓 졸업한 학생들은 제한 없는 자유로움을 가지고 국한된 생각을 벗어나 기발한 발상을 한다는 것이다. 또 이런 생각을 내뱉고 실천하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 것도 장점이라고 콘체 CEO는 강조했다. 아직 가능성에 대한 한계를 배우지 않았다는 점에서 경력사원보다 신입사원을 더 높게 평가해야 한다는 것이다.

국내 기업들이 최근 신입사원보다는 경력사원 채용 비중을 늘리고, 신입사원 면접 때도 다양한 경험과 경력을 요구하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온라인 취업포털 사람인에 따르면 올해 1분기(1∼3월) 국내 채용공고 83만752건 중 25.4%가 경력사원만 채용했다. 신입사원만 채용한 공고(5.5%)보다 4.6배 많은 수치다.

콘체 CEO는 “신선한 창의력을 가진 인재를 선호하는 것은 창사 때부터 이어져 온 철학”이라며 “다이슨 창업자인 제임스 다이슨이 개발한 세계 최초의 먼지봉투 없는 청소기 ‘DC01’도 영국 왕립예술학교(RCA)를 갓 졸업한 학생 2명의 기술적 도움을 받아 만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들은 아직 다이슨에서 근무하며 회사의 창의적인 정신을 지켜가는 데 도움을 주고 있다고 그는 덧붙였다. 실제 다이슨 엔지니어의 평균 연령은 만 26세에 불과하다.

콘체 CEO는 “우리는 어린 엔지니어들에게 책임감을 부여하고 창의적인 생각을 할 수 있도록 장려하고 있다”며 “그들이 다이슨과 함께 성장해 전문가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다이슨 제품은 독특한 디자인으로도 유명하지만 정작 이 회사에는 디자이너는 없고 ‘디자인 엔지니어’만 있는 것이 특징이다. 콘체 CEO는 “단순히 겉모습이 아름다운 제품을 만들기 위해 노력한 적은 없다”며 “우리는 언제나 제품 기능을 최우선시하며, 디자인은 기능에 의해 결정된다”고 역설했다. 제품 외관은 차선으로 고려할 문제라고 보기 때문에 디자이너보다는 기술과 디자인을 함께 고민하는 ‘디자인 엔지니어’들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는 최근 다이슨이 공개한 공기청정 선풍기 ‘다이슨 퓨어 쿨’을 예로 들며 “단순히 디자인이 좋은 선풍기가 아니라 0.1마이크론 크기의 미세먼지를 제거할 수 있는 공기청정 기능을 갖춘 선풍기를 개발하는 것이 목표였다”고 설명했다. 또 “다이슨 전체 직원의 3분의 1이 엔지니어와 과학자로 구성돼 있지만 앞으로 2, 3년간 연구개발(R&D)시설과 기술 포트폴리오를 확장하면 이 수는 더 늘어날 것”이라며 “매주 R&D에 투자하고 있는 300만 파운드는 회사 수익의 35% 이상”이라고 덧붙였다.

김지현 기자 jhk85@donga.com
#다이슨#두뇌#선풍기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