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에서/하태원]K, Y, 초이 그리고 2PM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3월 3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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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태원 정치부 차장
하태원 정치부 차장
박근혜 대통령을 열외로 하고 여권 최대 뉴스메이커는 새누리당의 K(김무성 대표), Y(유승민 원내대표)와 내각의 초이(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2PM(이완구 국무총리), 그리고 이병기다. 이병기 대통령비서실장에게 ‘권력의지’가 없다는 전제하에 결국 4인의 역학관계가 차기 여권의 권력지형을 좌우할 최대 변수가 될 것이다.

일단 집권 3년 차 당정청(黨政靑) 개편은 순항하는 것처럼 보인다. 김기춘 체제라는 ‘앙시앵레짐’ 탈피가 전반적인 소통의 활로를 열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하지만 토머스 홉스가 갈파한 대로 권력의 속성은 ‘만인의 만인에 대한 투쟁’인 법.

일단 K, Y의 비박 지도부 대(對) 이 총리, 최 부총리의 친박 내각 간 힘겨루기가 눈에 띈다. 집권여당의 의사결정권을 분점하고 있는 K, Y의 전략적 동거(同居)에 힘이 실리는 것이 사실이고 정책 추진력도 강화됐다. 내각 역시 이 총리가 부패와의 전쟁을 진두지휘하면서 장악력을 한층 높여가는 분위기고, ‘경제 원톱’ 최경환도 둘째가라면 서러워할 실세다. 무엇보다도 박 대통령이라는 ‘빽’도 든든하다.

균형을 이룬 듯 짜인 4각 구도 속에서 좀 초조해 보이는 사람은 최 부총리. 경제 활성화와 구조개혁이라는 ‘두 마리의 사자’를 잡겠다고 호언했지만 별 성과가 나지 않는 탓이다. 지난해 말 일부 대학생이 ‘초이노믹스’에 대해 F학점을 매겼을 때도 여유롭게 농담으로 넘겼지만 이젠 절박해졌다. 조기 당 복귀론이 나오는 판인데 빈손 복귀는 정치인 최경환에게는 최악의 시나리오다.

최 부총리로서는 해외 자원개발과 관련한 야당의 십자포화보다 K, Y가 만들어 내는 정책 파열음이 더 귀에 거슬릴 수도 있다. 특히 대구 출신 3선이자 위스콘신 학맥을 공유하는 후임 원내대표가 ‘말리는 시누이’로 보일지도 모르겠다.

유 원내대표는 최근 벌어진 일련의 여권 내 정책논쟁에서 최대 승리자라는 평가도 나온다. 청와대와 외교안보 당국이 쉬쉬하던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 체계 배치 문제를 자기 이슈화했고 “증세 없는 복지는 허구”라는 직격탄도 세간에 깊은 인상을 남겼다.

반면 지난해 7월 거침없이 당 대표 자리에 등극한 ‘무대(김 대표)’의 보폭은 좀 더뎌진 느낌이다. 대과(大過)가 없었지만 그렇다고 존재감을 입증할 결정적인 한 방도 없었다. “청와대 한마디에 자기 말 주워 담기 바빴던 것 아니냐”(한 여권 중진의원)는 힐난도 서서히 고개를 든다. 물론 속없는 사람처럼 ‘허허’ 웃으면서도 결정적인 순간을 기다리고 있다는 설도 있지만….

이 총리의 최근 행보는 진짜 책임총리의 모습을 보는 듯하다. 여당 원내대표 시절 “내가 밤에 움직이면 긴장할 사람 많을걸…”이라는 말을 자주 했던 이 총리의 요즘 ‘밤 행보’도 심상치 않다고 한다. 그런 탓인지 한 친박 중진은 “안방 살림 잘 챙기라고 뽑아놨더니 ‘오버’한다”고 지적했다. 취임 직후 전직 대통령을 예방하고 전방에 가서 안보태세를 점검하는 모습이 대권 행보처럼 보여 못마땅했나 보다.

아직은 미생(未生)인 여권의 빅4. 가야 할 길도 멀고 해야 할 일도 많은 네 사람에게도 집권 3년 차는 자신의 성가를 입증해야 할 골든타임이리라. 언젠가는 뛰어넘어야 할 상대지만 현재로서는 박근혜 정부의 성공을 위해 의기투합할 수 있어야 완생(完生)의 기회가 올 것이다. 각자도생의 원심력 강화는 필패다. 박 대통령은 앞만 보고 달릴 태세고, 어쨌거나 여권은 박 대통령 중심으로 돌고 있다.

하태원 정치부 차장 triplet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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